박 보고있나? ‘화초’는 못할 ‘잡초’ 스킨십
▲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난 1월 서울에서 ‘1일 택시기사’ 민생체험에 나선 모습. 도봉구 창동의 한 택시회사에서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최대한 미루고 있는 데 반해 ‘비박 주자’들은 이미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가장 먼저 김문수 지사가 대선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정몽준 전 대표(4월 29일)와 이재오 의원(5월 12일)도 잇달아 공식 출마 선언을 하고 대선 행보에 나선 것. 세 주자 모두 대선 출마선언 이후의 일정을 보면 확연히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는 다른 차별점이 눈에 띈다.
전국 민심경청 버스투어를 하고 있는 정몽준 전 대표는 ‘재벌 의원’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몸을 낮추고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강원 지역을 방문했을 때엔 축산 농가를 찾아 직접 청소와 잡일도 했고 편한 승용차 대신 버스를 택하고, 숙소도 현지 여관을 주로 이용한다고 한다. 일부 일정에는 부인 김영명 여사가 동행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김 여사에 대한 대중적 호감도가 높은 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최근 한 여성잡지의 표지 모델로서 나서 정 전 대표의 내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만들었던 ‘축구 대통령’ 이미지 또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달 21일 대구를 방문했을 때엔 경북대·계명대 축구 동아리 회원들과 ‘호프미팅’을 가졌고 이어 25일 새누리당 당직자 체육대회에도 참가해 직접 축구 경기를 뛰었다. 또 28일에는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만났다. 이 모두 ‘여성 정치인’인 박근혜 전 위원장과는 차별화된 행보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행보도 눈에 띈다. ‘일일 택시기사’ 체험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워 왔던 김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 뒤 또다시 택시 기사 체험에 나서 ‘서민 친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서른다섯 번째 일일 기사 체험이라고 한다. 김 지사 측 내부에서도 택시기사 체험을 통한 민심 탐방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지사는 세 명의 주자 중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한 ‘공격’에도 가장 앞장서고 있다. 최근 그는 박 전 위원장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대선 후보 경선의 ‘완전국민참여경선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입장에선 ‘껄끄러운’ 멘트를 가장 주저 없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 지사가 공략하고 있는 지점은 수도권 민심. 김 지사 측은 2006년부터 경기지사를 지내온 경력을 경쟁력으로 내세워 수도권 표심 흡수 전략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김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 당시에도 “막연한 (박근혜) 대세론을 갖고는 어렵다고 본다. 수도권과 젊은 층 지지의 빈자리가 보인다. 새누리당의 한계를 내가 극복하겠다. 경선에서 이기면 대선에서 필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오 의원은 두 달 가까운 긴 기간 동안 전국 민생탐방을 하며 친서민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지방을 돌더라도 숙소만큼은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이 의원은 잠도 마을회관이나 찜질방과 같은 서민들을 접할 수 있는 곳에서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 지난 5월 15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표선출 전당대회에서 정몽준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장훈 기자 |
비박주자들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한 대선후보 선출을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점도 박근혜 전 위원장으로선 골치 아픈 문제다. 김 지사 측이 주도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주장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이 “선수가 룰에 맞춰야 한다”고 못 박은 바 있으나, 박 전 위원장의 변화를 원치 않는 ‘이대로 전략’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친박계 의원들은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야당 지지자들이 새누리당 국민선거인단으로 등록해 역선택(약한 후보를 선택) 할 수 있다”고 맞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전문가들은 “박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 같은 ‘대세론’을 위협할 소지가 있는 변수를 최대한 줄이고 싶겠지만, 이러한 안주 모드는 결과적으로 야권 주자와 경쟁하게 될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지사, 이들 양 주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연대설’이 나왔을 만큼 대선 정국에서 최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가겠다는 계획이다. ‘친이 색채’가 강한 이재오 의원에 비해 ‘정몽준―김문수 연대’는 당내에서 유일하게 박근혜 견제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 정운찬 전 총리. 유장훈 기자 |
외곽 머물며 주가 올리기?
새누리당 비박주자들과 더불어 주목되는 또 한 명의 주자는 정운찬 전 총리다. 정 전 총리가 지난 3월 동반성장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었다. 실제로 그는 동반성장위원장직을 사퇴한 이후 대선 출마 여부에 관해 깊은 고민을 해왔다고 한다. 총선 이전 기자와의 만남에서도 정 전 총리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대선주자로서 한계가 많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러나 정 전 총리의 대선 참여 방식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 조직이 약한 정 전 총리가 직접 새누리당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태. 정 전 총리 자신도 “솔직히 나는 현 새누리당에 애정이 없다”며 “이재오 의원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으론 대선에 안 되지 않느냐’며 입당해서 함께 경선에 출마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 전 총리가 어떤 형식으로든 이번 대선 레이스에 참여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또한 정 전 총리가 동반성장위원장을 사퇴하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비판했던 것 역시 ‘친이 색채’를 없애기 위한 포석이 아니었느냐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철수 원장처럼 당 외곽에서 자신의 몸집을 키운 뒤 새누리당 주자와의 연대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조직력이 약한 정 전 총리의 대선 구상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가라앉게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새누리당 비박주자들의 대선 경쟁에서의 ‘선전 여부’가 정 전 총리의 입지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