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지시한 재력가 부부-이경우 부부 사실상 ‘범죄 공모’ 관계…다음주 초 신상 공개 검토
9일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남 납치 살인 사건이 암호화폐 투자로 손실을 입은 두 부부의 '청부살인'으로 파악했다. 주범인 이경우 부부가 범행을 계획하고 재력가로 알려진 유 아무개·황 아무개 씨 부부로부터 범행 자금을 받아 실행했다는 것이다. 이날 경찰 조사에서 이경우는 "황대한과 함께 피해자를 납치·살해하겠다는 계획을 유 씨·황 씨 부부에게 제안하고, 범행에 동의한 부부로부터 범행자금 7000만원을 지급 받았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은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한 3인조 이경우, 황대한(35), 연지호(30)와 범행 자금을 댄 재력가 유 씨·황 씨 부부, 이경우의 아내, 피해 여성 미행 등에 가담한 20대 이 아무개 씨(무직) 등 총 7명이다. 이들은 지난 3월 29일 오후 11시 46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피해 여성 A(48)씨를 납치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대전 대청댐 인근에 암매장한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유 씨 부부는 2021년 9월 경 이경우에게 두 차례에 걸쳐 7000만 원을 건넸다. 유 씨 부부는 이 돈이 차용증을 받고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하나 실제로는 범행 착수금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이경우도 자신이 범행을 제안하고 유 씨 부부의 동의를 받아 7000만 원을 건네받았다고 자백했다.
또 이경우의 아내 계좌로도 수백만 원 씩 반복적으로 입금된 사실이 파악돼 그 역시 범행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이경우의 아내는 간호사라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병원에서 마취제를 몰래 가지고 나와 이경우에게 건넸다. 이 약은 범행에 이용됐으며 경찰은 이경우의 아내를 마약류관리 위반 혐의로 입건해 정확한 범행 가담 경위를 수사 중이다.
현재까지 경찰 조사 결과 황대한과 연지호는 사건 당일 귀가하던 A 씨를 차량으로 납치한 뒤 A 씨 휴대폰 4대와 현금 50만 원이 든 가방을 빼앗았다. 빼앗은 가방과 휴대폰은 용인시에서 이경우를 만나 전달했고, 그후 둘은 A 씨의 코인을 빼앗기 위해 대전시 대청댐 인근으로 데려가 코인 비밀번호 등을 알아내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9일 재력가 부부 중 아내 황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앞서 먼저 구속된 유 씨와 더불어 황 씨에 대해서도 구속이 이뤄질 경우 다음주 초 이들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