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소프트, 카카오·XL게임즈 상대로 저작권 위반 소송 제기…송재경의 아키에이지 워 ‘표절’ 꼬리표 불가피
#“IP 보호 위한 소송” vs “일반적인 게임 내 요소”
NC는 지난 4월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카오게임즈와 XL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XL게임즈가 개발해 카카오게임즈가 3월 21일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가 ‘장르적 유사성을 벗어난 수준’으로 NC의 리니지2M을 베꼈다는 주장이다. NC 관계자는 “다수의 언론 보도와 게임 이용자, 게임 인플루언서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며 “사내외 전문가 분석과 논의를 거쳐 당사 IP 보호를 위한 소송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틀 후인 7일 입장문을 통해 “NC의 아키에이지 워에 대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주장은 동종 장르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돼 온 게임 내 요소 및 배치 방법에 대한 것으로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아키에이지 워는 출시 직후부터 리니지2M과 대부분의 시스템이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게임 내 경쟁 콘텐츠와 과금 방식뿐 아니라 사용자인터페이스(UI), 설정까지 비슷해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그대로 설정 파일을 옮겨도 된다”, “어디까지 소송에 걸리지 않는 선인지 시험하는 게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NC가 소장을 내기 전에도 게임업계에서는 소송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었다. NC가 그간 저작권 소송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데다, 아키에이지 워는 리니지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타 ‘리니지 라이크’ 게임보다 그 유사성이 더 높았던 탓이다.
NC는 2021년 6월 웹젠 'R2M'에 저작권 소송을 제기해 1심이 진행 중이다. 아키에이지 워와 같이 리니지를 모방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에는 리니지2 총괄 프로듀서였던 박용현 넥슨게임즈(옛 넷게임즈) 대표가 2007년 NC를 떠나 블루홀(현 크래프톤)에 합류하자 리니지3 관련 정보를 유출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리니지 라이크 MMORPG는 수없이 나왔지만 아키에이지 워는 ‘선’을 넘었다는 평”이라며 “역시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리니지 유사 게임 ‘오딘: 발할라라이징’이 리니지M과 리니지2M과 매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아키에이지 워가 1위 자리를 위협하자 NC가 공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인연 아니면 악연
이번 소송전이 알려지자 게임업계에서는 아키에이지 워를 만든 XL게임즈 송재경 대표와 김택진 NC 대표의 인연에 대한 말들이 오간다. 송재경 대표는 서울대·카이스트 동문인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넥슨을 함께 만들고 세계 최초 상용화 MMORPG인 ‘바람의 나라’ 초기 개발에 참여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바람의 나라 정식 출시 직전 김정주 창업자와 이견으로 넥슨을 나와, 1997년 ‘아이네트’에서 리니지를 개발하게 된다.
이후 아이네트가 리니지 프로젝트를 김택진 대표의 NC로 넘겼고, 송재경 대표는 NC에 개발총괄 부사장으로 합류해 리니지를 완성했다. 한글과컴퓨터에서 함께한 인연이 NC 합류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김택진 대표는 NC 창업 전 한컴에서 '한매타자연습'을 만들었고, 송 대표는 카이스트 박사과정 중퇴 후 한컴에 잠시 몸담았다.
두 사람이 함께 개발한 리니지는 ‘대박’이 났다. 대기업 홈페이지 제작으로 살림을 꾸리던 NC는 리니지를 발판으로 일약 국내 굴지의 게임사가 됐고, 송재경 대표는 MMORPG 장르의 대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날리게 됐다.
그러나 송재경 대표는 이내 김택진 대표와도 불화를 겪는다. 해외 개발사 영입과 게임 퍼블리싱 등에서 이견이 많았다고 한다. 이에 송 대표는 NC 지분 0.73%를 정리하고 퇴사해 자신의 회사인 XL게임즈를 창업했다. 2013년에는 대표작이 된 PC 온라인 ‘아키에이지’를 선보였다. 아키에이지는 ‘송재경이 만든 새 MMORPG’라는 이유만으로도 출시 전부터 주목 받았다. 뛰어난 그래픽과 높은 자유도를 자랑하는 참신한 게임성에 ‘역시 송재경’이라는 찬사가 뒤따랐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송재경 대표가 이끄는 XL게임즈는 2016년 ‘문명 온라인’과 ‘아키에이지 비긴즈’, 2019년 ‘달빛조각사’ 등을 연달아 선보였지만 낮은 완성도와 운영 문제 등으로 실패를 거듭했다. 그 사이 김택진 대표의 NC는 리니지M, 리니지2M이 장기간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1·2위를 독식하며 역대급 실적을 쌓았다.
이와 관련, 게임업계 다른 관계자는 “두 대표가 판교에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과거 불화는 불식된 분위기였는데, 아키에이지 워 출시와 이번 소송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전했다.
#본격화된 소송전, 누가 유리할까
모바일 게임 매출 1·2위를 다투는 두 게임의 유사성에 김택진·송재경 대표의 인연까지 얽히며 이번 소송전에 대한 업계 관심도는 과거 그 어떤 법적분쟁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업계는 NC의 승소 가능성이 높지만은 않다고 본다. 지금까지 게임의 ‘구조’가 저작권을 인정받은 사례가 없는 탓이다.
하지만 소송 결과와 별개로 송재경 대표와 XL게임즈, 모기업 카카오게임즈는 잃을 게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 대표는 리니지 표절로 소송당한 리니지의 아버지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XL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는 대표 IP인 아키에이지에 ‘리니지 표절게임’이라는 이미지가 씌어졌다. XL게임즈가 현재 개발 중인 아키에이지2에도 타격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자체 개발력과 IP가 부족한 회사다. 이에 2020년 2월 1181억 원을 들여 XL게임즈 지분 53%를 취득해 인수했다. 이어 2021년에는 또 다른 ‘리니지 대항마’ 오딘: 발할라라이징 개발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에 4500억 원을 투자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의 게임이 모두 리니지를 빼닮았다.
게임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에게 아키에이지는 몇 안 되는 대형 IP인데, 원작의 높은 자유도·완성도라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표절’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다”며 “게임은 물론 회사도 NC 아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민영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