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홍보’ 앱 게임도 있다
▲ 신주쿠의 호스트클럽 전경. 호스트 사진이 걸려 있다. |
‘카리스마 호스트’. 전문직, CEO, 주부, 업소여성 등 여성 고객을 골고루 두고 호스트바의 매상을 두둑이 올려 연봉이 무려 1억 엔(약 14억 원)에 이르는 호스트를 일컫는 말이다. 돈을 번 카리스마 호스트는 대부분 자기 호스트바를 차려 사장이 된다. 더러 TV 토크쇼나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지명도를 얻어 연예인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호스트 출신임을 굳이 숨기지 않는 게 요즘 추세다. 물론 이렇게 성공가도를 달리는 호스트는 극소수다.
▲ 왼쪽부터 호스트 관련 전문 잡지 ‘mens SPIDER’, CNN이 촬영한 호스트들, 호스트바 ‘black jewel’에 공개된 호스트 랭킹. |
여기에 몇 년 전부터 비교적 싼 서비스 가격을 내세워 젊은 직장여성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멘즈클럽’, 20대 초반 어린 호스트들이 바텐더를 하며 접대하는 ‘보이즈클럽’ 등 신종 호스트 업소들이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일렉트릭, 트랜스음악 디제잉이 펼쳐지는 음악클럽에서 남녀 커플이나 부부가 반라의 호스트와 함께 춤을 추며 노는 ‘서퍼클럽’은 상위층이 선호하는 호스트 문화다.
▲ 소셜게임 호스트의 별. |
신종 호스트 업계의 운영 방식은 그야말로 최첨단이다. 거리로 나가 호객행위를 하는 건 이제 옛말이 됐다. 이를 테면 멘즈클럽에서는 호스트와의 만남을 주제로 한 소셜게임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 무료배포하며 가게를 홍보한다. 또 호스트들 각자 적극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자기 일상을 낱낱이 드러내면서 방문객을 늘린다. 트위터로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이벤트를 홍보하는 등 마케팅 수법도 진화했다.
멘즈클럽이 기존 업소와 크게 다른 점은 ‘호스트지명제’가 없다는 것이다. 호스트지명제란 역사가 오래된 호스트클럽에서 채택하는 일종의 성과급제로 고객이 서너 차례 이상 방문해 단골이 되면 한 명의 호스트만을 지명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호스트들끼리 돈을 잘 내는 고객을 차지하려고 싸우거나 호스트바를 갑자기 그만두거나 옮기는 등의 부작용을 막는 제도다. 호스트클럽에 가면 여성 고객은 이 규칙을 꼭 지켜야 한다. 어찌 보면 고객에게도 어느 정도 충성도를 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명 호스트의 생일날에는 클럽에서 자기 호스트의 사진이 꽂혀 있는 케이크를 2만 엔(약 30만 원)에 사야 한다.
그런데 멘즈클럽이나 보이즈클럽에는 이런 지명제가 없다. 따라서 갈 때마다 접대 호스트를 바꿀 수 있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호스트를 언제든 옆자리 앉힐 수 있다는 장점이 젊은 여성 고객들에게 어필한다고 한다. 게다가 한 테이블 당 이용가격이 2시간에 1만 5000엔(약 22만 원)으로 호스트클럽의 절반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신종 업계는 화려한 조명과 편안한 룸, 값비싼 무대 설비 등 호화 인테리어를 갖춘 기존 호스트클럽에 비해 시설이 현격히 떨어진다. 더욱이 호스트클럽의 신인 호스트 양성 방식은 도저히 따라잡지 못한다.
호스트클럽에서는 면접에 합격한 호스트에게 정식 데뷔 전까지 1~3개월간 웃는 법, 예의바르게 말하는 법, 술 따르는 법을 교육시킨다. 심지어 치아교정도 시킨다. 손님을 받더라도 6개월~1년간은 선배 호스트 옆에서 심부름만 하는 도제 과정을 거치게 한다. 호스트클럽은 이런 호스트를 20명 이상 상시 고용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피아니스트 출신 호스트를 고용해 무대에서 연주하게끔 하기도 한다. 호스트들이 고객 앞에서 연애를 주제로 한 단막극을 선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호스트바의 어두운 이미지를 꺼려하는 전문직 여성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 호스트클럽의 ‘샴페인타워’ 놀이. 호스트들이 고객 앞에서 샴페인을 탑처럼 쌓고 노래를부르며 흥을 띄운다. 호스트 에비뉴 TV 캡처 |
대신 매우 비싼 술값 등 고급화 전략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본 호스트클럽에서 빼놓을 수 없는 놀이 문화인 ‘샴페인타워’가 바로 그것이다. 고객이 자기 호스트에게 샴페인 한 병과 노래를 주문하면 업소에서 일하는 모든 호스트가 다 몰려 나와서 주문한 고객 앞에서 샴페인 잔을 마치 탑처럼 쌓아놓고 술을 따르면서 일제히 흥겨운 노래를 부른 후 군무를 춘다. 대체로 가격이 8만 엔(약 118만 원)에 이른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