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엠넷 출연해 라이프스타일 과시한 후 탈세 의혹…2020년엔 시그니엘 경비원에 갑질해 논란 되기도
최근 ‘4억 명품녀’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A 명품숍 사장의 말이다. 그는 자신 말고도 압구정동 일대에 피해자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압구정동 중고명품숍, 전당포 등이 피해를 본 사건 등으로 3월 말 ‘4억 명품녀’로 알려진 김 아무개 씨가 구속됐다.
김 씨는 2010년 9월 ‘4억 명품녀’로 화제가 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2010년 9월 Mnet(엠넷) 리얼리티 프로그램 ‘텐트 인 더 시티’에 출연한 김 씨는 ‘4억 원짜리 목걸이’ 등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에 관해 이야기해 화제가 됐는데 바로 탈세나 증여세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이현동 국세청장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김 씨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계획을 밝혔을 만큼 사회적으로 큰 쟁점이 된 바 있다.
김 씨가 입길에 오른 사건은 한두 개가 아니다. 2020년 6월 최고급 레지던스 시설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오피스텔 시그니엘에서 체온을 재고 마스크 착용을 확인하려는 경비원에게 입주민이 갑질을 해 화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체온을 재려고 하자 ‘측정이고 나발이고 내가 싫다’, ‘내가 왜 당신 같은 사람들한테 안내 받아야 해. 너 나 가르쳐?’, ‘등신 같은 게’ 등의 폭언을 쏟아냈다. 그런데 이 시그니엘 갑질 주민이 2010년 ‘4억 명품녀’로 화제가 됐던 김 아무개 씨였다.
김 씨는 또 다른 사건과도 연관돼 있었다. 그는 유명 골프 선수에게 절도죄로 고소당해 2021년 1월 유죄가 선고됐다. 또한 2020년에는 가짜 명품을 판매한 혐의의 사건도 있었다. 당시 고소했던 피해자 B 씨에 따르면 “이 사건은 일부 변제 받아 합의했고 2022년 9월 재판은 끝났다. 집행유예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씨는 B 씨 사건처럼 대부분 사건을 집행유예로 막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최근까지도 김 씨는 사기, 절도 등의 사건을 일으켜 피해자들로부터 고소가 이어졌다고 한다. 수사기관 등에 따르면 피해자들 고소로 김 씨의 사기, 절도 등 혐의 수사가 진행됐는데 김 씨가 수사기관에 출석하지 않아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전해진다.
김 씨가 또 다른 사건을 압구정동에서 일으킨 건 과거 재판이 끝나기도 전인 2022년 7월로 알려졌다. 수사기관 취재와 피해자 얘기를 종합해 보면 사건은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김 씨는 7월 A 중고명품 업체를 방문해 가품 샤넬 40여 점을 보여줬다. 김 씨는 이때 40점을 맡기고 6500만 원을 대출받기로 했다. 김 씨는 A 씨 가게 외에도 여러 가게를 돌며 에르메스, 샤넬 명품을 맡기기도 하고, 팔기도 하면서 돈을 받았다.
김 씨는 여러 핑계로 명품숍이 감정할 만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 예를 들어 김 씨는 가게에 5시 50분에 방문해 ‘내가 교통사고를 냈는데, 교통사고 합의금을 6시까지 납부하지 못하면 구속될 수 있다. 나는 신분이 확실한 사람이다’라면서 고급 레지던스에 입주한 모습 등을 보여주며 숍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피해자들 말에 따르면 ‘김 씨는 화려한 모피코트와 정말 보기 힘든 한정판 명품으로 몸을 둘러 소위 ‘짝퉁’을 팔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오랫동안 중고명품숍을 운영해 온 C 씨는 김 씨 가품 퀄리티에 놀라기도 했다. C 씨는 “김 씨가 가져온 물건 가운데 정말 보기 힘든 명품 중에서도 한정판이 정말 많았다. 또한 박스부터 해서, 쇼핑백, 태그까지 모든 게 다 있어서 대충 보면 의심하기 어렵다”면서 “김 씨가 어마어마한 양의 명품 한정판과 가품을 갖고 있는데 이걸 어디서 취득했는지도 궁금하다”고 설명했다.
2023년에도 사건은 계속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씨는 압구정동 한 전당포에 가품 프레디 팔찌 2점 등을 맡기고 1000만 원을 대출 받았지만 가품인 게 들통나 반환했다고 한다. 김 씨는 또 다른 중고업체에 가품을 맡기고 2500만 원을 대출 받았으나 가품이 발각돼 고소 진행 중이라고 전해진다. 한 피해자는 “현재 경찰에서 접수한 김 씨 피해 사건은 5건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가 자주 하던 모피코트 절도도 계속됐다. 김 씨는 과거에도 화려한 복장으로 모피코트 매장으로 들어가 피팅룸에서 모피코트를 걸쳐 보다가 마치 자기 옷인 것처럼 그대로 매장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자주 썼다. 2023년 1월 김 씨는 모피 가게를 방문해 모피 조끼를 입고 그대로 나갔으나 CCTV에 찍혀 대금을 치르게 됐다. 이때 김 씨는 ‘다른 모피코트도 구입하겠다’고 했지만, 결제 대금이 400만 원 정도 모자랐다. 이때 김 씨는 가품 팔찌로 모피값을 대신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가품인 게 들통나기도 했다.
김 씨 모피 절도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20년 11월에도 강남구의 한 백화점에서 모피코트를 훔쳤으며 서대문구, 영등포구 백화점에서도 모피코트를 훔치려다 적발됐다. 김 씨는 절도가 적발되면 “사려고 했다”면서 값을 결제하는 방식을 썼다고 알려졌다. 2020년 한때 백화점 업계에선 모피코트만 노리는 여성 도둑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CCTV에 찍힌 김 씨 사진이 백화점들에 뿌려지기도 했다. 2021년 1월 12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김 씨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씨가 구속되면서 현재 피해자들이 접수한 사건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추가 피해자가 훨씬 많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피해자 C 씨는 “김 씨가 압구정동 인근에서 중고 거래 하는 걸 봤다. 김 씨가 파는 짝퉁은 중고명품숍도 한눈에 구별하기 어려운 품목이 많다. 일반인들은 구별하기 매우 어렵다고 봐야 한다”면서 “김 씨가 중고 거래로 가품을 팔았다면 그걸 산 일반인은 지금도 짝퉁인 줄 모른 채 착용하고 다닐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