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 3만은 면하자” 엎치락뒤치락
▲ 팬택의 스카이폰과 LG전자의 초콜릿폰(오른쪽). | ||
휴대폰 업계에서 후발주자였던 팬택은 SK텔레텍을 인수 합병한 이후 국내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며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팬택의 공격적 행보에 허를 찔린 LG전자는 ‘국내시장에서의 2위는 의미가 없다’며 LG가 노키아나 삼성, 모토로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 메이저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LG전자가 내놓은 초콜릿폰이 LG에게 오랫만에 대박의 기쁨을 안겨줬다. 초콜릿폰의 성공으로 LG는 올해 2월 2위 자리를 탈환했다. 뿐만 아니라 KTF의 단말기 제조 자회사인 KTFT를 합병해 2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LG의 반격을 받은 팬택은 “휴대폰 보조금 지급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가 구매를 미뤘기 때문에 2월 판매가 부진했지만, 보조금 지급이 시작되면서 판매가 늘어났고, 향후 스카이를 위주로 한 고가폰 시장에서 팬택 계열의 제품이 더 많이 팔릴 것이다. 2위 탈환은 시간 문제”라며 자신하고 있다. 보조금 허용으로 상대적으로 고가폰 제품이 많은 스카이 브랜드가 유리하다는 얘기다.
올해 휴대폰 판매량을 살펴보면, 지난 1월에는 팬택이 35만 대, LG전자가 27만 대를 판매해 팬택이 2위 자리를 차지했다. 2월에는 LG전자가 32만 대, 팬택이 20만 6000대를 팔아 LG전자가 2위를 차지했다. 3월에는 LG전자가 28만 대, 팬택이 27만 2000대를 팔아 LG전자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69만 대, 61만 대, 64만 대를 팔면서 줄곧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해 국내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휴대폰 업계 3사는 휴대폰 보조금 지급을 반기는 분위기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고가의 프리미엄폰의 판매가 더 잘 되기 때문이다. 휴대폰의 경우 통상 50만 원 이상은 고가, 30만 원 이하는 저가, 그 중간대 가격은 중가로 나누고 있다. 고가폰일수록 마진이 크기 때문에 제조업체로서는 점차 고가폰 위주로 라인업을 재편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고가폰의 판매가 잘 되는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휴대폰을 처음 살 때는 가격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일단 저렴한 모델부터 찾게 되지만 최근 구매자들은 기기변경이나 번호이동 수요가 대부분이다. 이미 전화기를 써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 번 살 때 좋은 것을 사자는 심리가 있어서 고가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팬택은 지난해 슬림슬라이드폰의 히트에 이어 올해는 MP3폰(SKY IM-U110), PMP폰(SKY IM-U100) 판매에 고무되고 있다. ‘맷돌춤’ CF로 유명해진 PMP폰은 최근 하루 1800대가 팔리고, 4월 1일에는 250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한다. 올해 6월부터 SK텔레콤이 지상파DMB에 참여하게 되면 DMB폰도 보급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도 올 하반기 고가폰 위주의 라인업으로 싸이언 브랜드를 리뉴얼할 계획이다. 그간 싸이언은 50만 원 이상이 드물 정도로 중저가폰 위주였지만 지난해 ‘싸이언 아이디어’ 시리즈를 론칭하면서 65만 원대의 500만 화소 디카폰(KV-5900)과 DMB폰(LB-1200), 55만 원대의 ‘초콜릿폰’(SV-590), 3단 슬라이드폰(SD-910) 등을 출시했다. 1년에 걸쳐 고가폰 위주의 라인업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LG전자 역시 보조금 지급의 영향이 프리미엄급 제품시장에 집중된다고 보고 있다. 초콜릿폰은 하루 3000대가 팔릴 정도로 아직도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고가폰으로 시장이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팬택과 LG전자의 자존심 대결도 눈여겨볼 만하다. 고사양, 고가 제품 위주로 일찌감치 포지셔닝한 팬택은 “지난해 히트한 슬림폰은 얇게 만들다 보니 기능을 축소·단순화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LG전자의 히트작인 ‘초콜릿폰’의 유행이 곧 사라지고 추후 스카이가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팬택의 국내시장 2위 추격에 대해 LG전자는 신경쓰지 않는 다는 표정이다. “원래 3위의 시장전략이 2위 경쟁을 내세우는 것이고 2위는 1위와 경쟁구도를 만드는 것이다”라며 이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해외시장에서 빅5 안에 드는 LG전자로서는 내수시장에서의 2위 경쟁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저가폰 위주로 물량공세를 통해 점유율을 늘리는 것보다는 프리미엄급 제품을 많이 파는 것이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고가폰과 저가폰의 비중을 7 대 3 정도까지 변경하겠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중저가폰 위주의 라인업을 가진 큐리텔과 판매대수 경쟁 자체는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한편 LG전자는 KTFT와 합병이 되면 팬택의 추격을 한발 더 따돌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LG전자는 KTFT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업실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시장점유율(판매대수 기준)은 삼성전자 50%, 팬택과 LG전자가 각각 22∼24%, 나머지 4∼5%를 모토로라, KTFT, VK 등의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 산술 합계상으로는 LG전자가 팬택을 앞서겠지만 추후 고가폰 시장 위주의 경쟁이 불붙을 경우 2위 자리를 단언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노키아, 모토로라와 더불어 빅3를 차지하고 있고 LG전자는 소니에릭슨과 더불어 빅5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1억 209만 대(내수+해외)의 휴대폰을 팔았고, LG전자는 5470만 대를 판매했다. 그간 OEM, ODM 방식으로 해외에 납품하던 팬택은 지난해부터 자사브랜드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약한 것이 약점이다. 삼성과 LG전자의 경우 이미 진출한 가전제품의 인지도에도 영향을 받았지만 팬택의 경우 발판을 삼을 기반이 없다. 팬택은 스카이 모델이 국내에서 삼성전자 프리미엄폰의 경쟁자라는 것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고 있다. 팬택은 2006년도에는 27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