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에 반응하면 토마토 사과도 위험
평소 이런저런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계절이 바뀌는 것이 곤혹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요즘 같은 여름철도 마찬가지다. 여름철 개화하는 풀들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수시로 터지는 재채기나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콧물, 혹은 눈 가려움이나 심한 경우 온몸이 간지러운 증상 때문에 생활에 불편을 겪게 된다. 그런데 이런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유의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교차 알레르기’가 그것이다.
‘교차 알레르기’란 꽃가루, 라텍스, 집먼지 등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어떤 특정 음식에 대해서도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가령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사과나 토마토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교차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음식 알레르기가 나타날 확률이 높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가 살펴본 알레르기 종류와 그에 상응하는 ‘교차 알레르기’에 관한 것이다. 과연 알레르기 종류에 따라 어떤 음식을 조심해야 할지 살펴봤다.
꽃가루나 각종 풀 종류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대개 특정 음식을 먹었을 때에도 알레르기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가령 꽃가루 때문에 콧물이 흐르거나 눈이 간지럽다면 아마 특정 과일을 먹었을 때 입술이 가렵거나 목구멍 또는 혓바닥이 간질간질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두드러기가 나거나 온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특정 알레르기와 결합된 음식 알레르기를 가리켜 ‘교차 알레르기’라고 한다. 이는 우리 몸이 비슷한 구조를 가진 단백질에 동일하게 반응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를테면 꽃가루에 반응하면 그 꽃가루와 비슷한 형태의 단백질을 가진 과일이나 향신료에 반응하게 되는 원리다.
이렇게 특정 음식을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교차 알레르기’ 증상은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에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음식물 자체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과 달리 ‘교차 알레르기’는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해 나타나는 부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간혹 라텍스나 동물성 단백질에도 ‘교차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알레르기 증상은 면역 치료의 일종인 ‘감각작치료(민감성 저하 치료)’를 통해 완화할 수 있지만 이런 치료를 하더라도 ‘교차 알레르기’를 통해 나타나는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교차 알레르기’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음식을 익혀 먹는 것’이다. 베를린 DRK 클리닉의 아동알레르기학자인 보도 니게만은 “자작나무 꽃가루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이 당근을 익혀서 먹을 경우, 당근의 단백질 구조가 변형되기 때문에 더 이상 당근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유해물질에 많이 노출된 탓
알레르기나 아토피 피부염이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사실을 증명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관심을 모았다.
음식 알레르기와 어린이들의 성장 환경 간의 관계를 조사한 노스웨스턴대학 페인버그의대의 루치 굽타 소아과 조교수는 “인구 밀도가 높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일수록 음식 알레르기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라며 “이는 환경이 음식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 가운데 10%가 음식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반면,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의 경우에는 6%만이 음식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18세 미만 어린이 및 청소년들 3만 84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땅콩 알레르기의 경우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의 2.8%가 증상을 호소한 반면, 시골 아이들은 1.3%에 불과했다. 조개 알레르기 역시 도시 아이들의 2.4%가, 그리고 시골 아이들의 1% 정도가 증상을 나타냈다.
이런 연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알레르기는 어릴 적 유해물질에 많이 노출될수록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도시 아이들에 비해 시골 아이들은 자연에 퍼져 있는 세균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면역력을 키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땅콩 알레르기를 앓는 어린이들 다섯 명 가운데 네 명은 평생 동안 땅콩 알레르기를 갖고 살아야 할 정도로 음식 알레르기는 완치가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영]
-아이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음식 알레르기
우유, 달걀, 땅콩, 견과류(호두, 아몬드, 브라질 너트), 생선, 조개류
-어른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음식 알레르기
과일(사과, 배, 복숭아, 키위), 채소(감자, 당근, 셀러리), 조개류,
견과류, 생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