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무대 1인자에서 프로 무대 도전자로…“플레이오프 진출하면 더 높은 곳도 기대할 수 있어”
#'기피 대학'에서 축구 명문으로
2008년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한 이장관 감독은 코치직을 맡으며 용인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3년간 코치로 경험을 쌓은 그는 감독으로 올라섰고 이내 용인대를 강팀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처음 용인대 감독직에 올랐던 당시를 떠올리며 "열악했다"는 표현을 썼다. "이미지가 좋지 않은 학교였다. 선수, 학부모, 고교 지도자 등 모두 용인대를 좋아하지 않았다. 신입생을 받으려면 정말 간곡히 사정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첫 전국대회 우승은 2014년에 맛봤다. 이장관 감독은 "내가 직접 스카우팅한 선수들로 1, 2학년을 채웠을 때, 저학년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했다"며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지 못 하겠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순간이었다. 그때 우승한 선수들 대부분 프로에 진출할 때 최고 대우를 받고 갔다.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장관 감독이 이끄는 용인대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꾸준히 전국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며 U리그에서는 권역 7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는 "자랑하는 것 같아 쑥스럽지만 학교 위상이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며 "신입생 한 명을 받기가 힘들었는데 나중엔 고교 지도자들이 나에게 부탁을 해왔다. 연습경기를 하자는 제의가 많아 3~4개월 전에 약속을 잡아야 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 같은 성공에 대해 그는 "사실 최우선으로 중점을 뒀던 부분은 선수들의 진로였다. 선수들이 축구를 그만두지 않고 프로나 실업에 팀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집중했는데 감사하게도 우승이라는 결과까지 따라줬다. K리그의 U-22 제도 탓에 한 번 성적을 내면 이듬해 선수들이 싹 빠져나가는 현실 속에서도 장기간 꾸준히 성적을 냈다는 점에서 자부심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무대 '명장' 이장관 감독에게 '프로 진출설'은 오래된 이야기였다. 그는 "첫 우승을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프로무대에서 제의가 오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한두 번 우승했다고 해서 바로 떠나는 것은 학교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했다. 작년에는 이제 어느 정도 학교가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했다. 도전을 해볼 때라고 생각했던 찰나, 전남에서 감사하게도 제의를 주셨다"고 전했다.
용인대에 안정적인 터를 잡은 상황. 그의 프로행을 주변에서는 말리기도 했다고 한다. 결과에 냉혹한 프로무대에서는 1~2년 만에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모든 지도자들이 프로 감독을 꿈꾸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장관 감독의 선택은 용인대에 남는 것이 아닌 새로운 도전이었다.
"실제 주변의 만류가 많았다. 학교에서는 교수 자리까지 마련해 주셨다. 하지만 항상 프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더 큰 무대에서 내 축구를 펼쳐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시기를 기다려 왔을 뿐이었다. 그 기간 동안 배운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시기에 정글로 잘 뛰어들었다고 생각한다."
#기대완 달랐던 현실
기대를 받고 뛰어든 K리그2 무대,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장관 감독 부임 당시 전남은 하위권으로 밀려난 상태였다. 중도 부임한 이 감독은 기대와 달리 분위기를 반전하지 못했다.
"결국은 내가 부족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를 3일 앞두고 부임했다. 당시 전남은 너무 수비적인 축구를 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공격축구에 대한 팬들과 구단의 요구가 있었다. 나 또한 그런 의지가 있었다. 첫 경기부터 완전 다른 스타일의 경기를 펼쳤고 경남과 치고받는 경기를 하며 2-2로 비겼다. 첫 5경기를 모두 그런 식으로 해서 비겼다."
첫 5경기에서 연속 무승부를 거둔 이장관 감독과 전남은 승점 3점을 거두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다. 지난 시즌 이장관 감독 체제에서 치른 23경기 중 무승부만 12경기를 기록했다. 기대가 컸기에 프로에서 결과에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이장관 감독이었다.
"무승부를 반복하던 시기에 1승이라도 챙겼다면 나도 팀도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후반기에는 대부분 경기에서 점유율을 65% 가까이 가져가는 경기를 펼쳤다. 단지 뒤에서 공을 돌리는 것이 아닌 의미 있는 점유율이었다. 그럼에도 골이 터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5m 앞에서도 슈팅이 벗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좌절감을 많이 겪었다. 누굴 탓하겠나. 혼자서 견디려고 했다. 작년 하반기에는 거의 집에서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이장관 감독은 "감독하기 참 어렵다"고 말했다. 10년 이상의 감독 경력을 자랑하지만 여전히 정답을 모르겠다고 한다. 그는 "전술적인 부분도 있지만 한 조직의 리더로서 역할도 크다. 잘 따라주는 선수도 있고 엇나가는 선수도 있는데 다 똑같이 대할 수는 없다. 따라주지 않는 선수를 다그치는 것도 정답이 아닌 것 같다. 때론 선수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한 번은 선수들 3~4명의 눈을 가리게 하고 동료들이 말로만 목표 지점까지 이동하도록 하는 일종의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했다. 그리고 나선 '3~4명을 컨트롤 하는 것도 힘들지 않느냐. 코칭스태프는 각기 다른 성향의 35명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서로의 입장에 서보는 계기가 됐다."
#2년차 이장관 감독의 약속
개선을 약속한 이번 시즌 역시 이장관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의 색깔은 지속된다. 그는 "대학에 있던 시절도 그렇고 현재도 나는 공격이든 수비든 상대 지역에서 플레이를 이어가려고 한다. 라인을 물러서지 않고 수비도 공격적으로 하는 축구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보완해야 할 점은 수비 시 움직임을 꼽았다. "공을 중심으로 수비를 하는 부분을 강조하는데 선수들이 아직 맨투맨 수비에 대한 습관이 남아 있다. 예를 들면 상대가 공을 어느 발로 잡느냐에 따라 우리 수비 위치가 다 달라져야 하는데 아직 그런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포메이션에 대한 말도 이어갔다. 그는 "항상 염두에 둔 포메이션은 4-4-2다. 공격적이고 앞에서부터 강하게 할 수 있는 축구다"라며 "하지만 생각대로만 할 수는 없다. 동계훈련 거치면서 4-1-4-1 포메이션을 가다듬었다. 우리 팀 사정에 맞춘 결과다. 때때로 4-4-2를 병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장관 감독은 전남의 강점으로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김건오, 유지하 같은 선수들은 팀 사정상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주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며 "외국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선수로 뛰던 시절엔 외국인 선수 다수가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그 친구들도 팀 규율을 잘 지키고 경기장에서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리그 최하위에 머문 전남은 이번 시즌 역시 시즌 초반 대패를 겪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3라운드부터 승수를 쌓으며 중위권에서 경쟁을 이어오고 있는 전남, 이장관 감독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전남 팬분들이 원하시는 부분이기도 하고 나 역시도 플레이오프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권에만 든다면 더 높은 곳(승격)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 단계씩 밟아갈 것이다. 라운드 로빈마다 6승 이상, 시즌을 통틀어 20승 정도를 챙긴다면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시즌 말미에는 그런 응원에 꼭 결과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