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원으로 밀반출? 바늘구멍은 있다
▲ 지난 5월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제5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떠나는 이명박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
보통 국내에서는 한국 대통령 전용기를 일컬어 ‘코드원’이라 부른다. 대통령의 해외순방길에 쓰이는 코드원은 대개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과 같은 일반 민간공항이 아닌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군사공항인 서울공항에서 이·착륙한다. 군사시설 특성상 코드원이 뜨고 내리는 서울공항의 내부시설은 일반인들에게는 완전히 베일 속에 싸여있다.
최근 검찰수사가 재개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비자금 의혹 중에서 코드원이 비자금 전달루트로 이용됐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7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마련한 100만 달러가 정상문 당시 총무비서관에게 전달됐고, 그해 6월 30일경 노 전 대통령 과테말라 순방길 당시 권양숙 여사가 그 돈을 국빈 특권으로 세관을 무검사로 통과해 장녀 노정연 씨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과연 이러한 일들이 가능할까. 여기서 가장 먼저 생각해 볼 것은 코드원 탑승 및 세관절차에서 대통령 일가의 국빈특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다. 기자는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와 현재 전용기 전세계약을 맺고 있는 대한항공 측에 설명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극비의 보안을 이유로 답변을 거절했다.
하지만 이 물음에 대한 답변과 관련해 일말의 단서를 관세청 소속 공항세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취재 결과 군사기지인 서울공항에서 이뤄지는 코드원의 모든 세관절차는 공항세관 소속 직원들이 현지에 파견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칙적으로 세관절차상 ‘국빈특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기자와 통화한 서울공항 담당 공항세관 관계자는 “코드원의 세관 절차는 일반적인 세관 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서울공항은 상시공항이 아니기 때문에 일이 있을 때마다 공항세관 직원이 직접 가서 세관절차를 실시한다는 것과 공항공사 요원 투입 없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뿐이다. 서울공항 역시 일반 공항과 마찬가지로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와 관련한 엑스레이 시설 등 모든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대통령 같은 국빈의 짐이라도 예외는 없다. 오히려 코드원의 경우 보안문제 때문에 더 철저하게 진행된다”라고 설명했다.
코드원을 통한 국빈의 외화반출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직원들은 숙달된 기술을 갖고 있다. 그 정도 규모의 외화뭉치라면 세관 과정에서 쉽게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세관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코드원을 통한 거금의 외화밀반출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면 코드원에 실리는 모든 짐들은 하나같이 철저한 세관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물론 그중에는 예외가 존재한다. 바로 외교행낭이다. 외교행낭이란 외교임무 수행을 위해 본국에서 제3국으로 건너가는 문서 및 물품을 담은 수하물이다.
세관 관계자는 “운반 도중에는 누구도 열어볼 수 없다는 ‘제네바 협약’에 따라 외교행낭은 일반 수하물과는 별개로 세관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운반된다. 이러한 외교행낭은 해외순방이 목적인 대통령 전용기 코드원을 통해서도 상당수가 운반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건드릴 수 없다. 어떤 물건이 들어 있는지는 우리도 확인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기자가 취재를 통해 확보한 세관절차 이외에도 코드원 탑승절차 중에서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상당 부분이 존재한다. 특히 실제 탑승절차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경호처 등 청와대 부서와 직접적인 공항 운영을 맡고 있는 공군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대통령 전용기 ‘코드원’ 해부
‘하늘을 나는 지휘소’ 일급비밀~
현재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시 전용기로 이용하고 있는 코드원은 보잉 747-400 기종을 전용기 형태에 맞게 개조한 것이다. 지난 2010년 4월 11일부터 운항을 시작한 코드원은 청와대가 공개입찰 과정을 거쳐 대한항공과 5년간 장기임차 형식으로 빌린 전세기다.
전용기 외관은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흰색 바탕에 태극무늬의 빨간색과 파란색을 가로 줄무늬로 날렵하게 배치했다. 이는 미래로 힘차게 날아가는 국운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꼬리날개 부분에는 태극기가 그려져 있다.
청와대 측은 아직까지 보안상 이유로 코드원의 내부 구조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기내는 기본적으로 복층 형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기내 1층은 참모진과 수행원, 기자들이 탑승할 일반석과 이코노미석, 집무실, 스탠드 시설이 갖춰진 기자실이 위치해 있으며 2층은 대통령과 영부인 내외가 탑승할 좌석과 휴식 공간, 회의실 등이 배치돼 있다.
코드원은 또한 ‘하늘을 나는 지휘소’라는 별칭답게 비상시 청와대, 군과 통신할 수 있는 별도의 지휘통신망이 구축되어 있다. 보안상 기내 방어시설이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미사일 회피 장치 등이 장착된 것으로 추측된다.
기자와 통화한 대한한공 측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코드원을 운행하는 전속 기장은 대한항공 소속으로 보잉 747-400 기종을 전담하는 파일럿이라고 한다. 또한 현재 코드원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승무원은 대한항공과 공군 소속의 선별된 인원들이라고 한다.
현재 코드원은 6월 17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할 이명박 대통령의 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해 운행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