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친 독점계약” 소상공인 뿔났다
▲ 롯데카드 본사 건물.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자영업단체의 카드 결제거부는 롯데카드가 처음은 아니다. 올해만도 벌써 세 번째로 신한카드와 삼성카드가 이미 한 차례씩 홍역을 치렀다. 자영업단체는 지난 2월 카드 수수료율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 통과를 요구하며 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대상으로 결제거부운동을 선포한 바 있다.
또한 한 달 뒤에는 대형할인점 코스트코에 대한 특혜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삼성카드에 대해서도 결제를 거부하려 했다. 다행히 두 차례 모두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기 직전 합의를 통해 최악의 사태는 막았으나 카드사에서는 자영업자들의 단체행동이 ‘저승사자’ 못지않은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만약 결제거부가 이뤄진다면 매출 감소는 물론이고 이미지 타격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번 롯데카드 결제거부 운동의 주요 원인도 수수료 때문이다. 계열사를 통해 지나치게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시장 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것.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및 유권자시민행동 오호석 대표는 “현재 대형마트의 수수료율은 1.5% 수준이지만 자영업자의 수수료율은 최소 2%에서 많게는 4.5%에 이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1.5% 이하의 수수료율 적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데 롯데마트는 그 이하의 수수료를 요구했다”며 “다른 카드사들은 모두 거절했는데 계열사인 롯데카드만 이를 수락해 독점체결을 했다. 이러한 처사는 자영업자 수수료율 인하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일로써 우리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마트는 당초 롯데카드를 포함한 복수의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을 세웠으나 빅마켓 가맹점 계약을 위한 2차 카드사 공개입찰에서 롯데카드만 사업자로 확정했다. 카드사로서는 수입이 안정적인 대형마트 입찰에 눈독 들이는 것이 당연하지만 경쟁 카드사들은 “이미 롯데카드로 내정된 상황으로밖에 안 보여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입찰에 참여했던 카드사 관계자는 “빅마켓 입찰에 국내 대부분의 카드사가 서면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를 포함해 입찰에 응한 카드사들이 제시한 수수료율은 현행 대형마트 수준인 1.5%였다”며 “하지만 롯데마트 측에서 그 이하를 원해 여러모로 이를 맞추기가 어려워 결국 포기했다. 계열사인 롯데카드가 아니고서는 맞출 수 없는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도 “법 개정 이전이었으면 경쟁이 붙어 수수료율이 내려갔을 여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카드 수수료율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고 이제는 법 개정도 앞두고 있어 추후 제재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 쉽게 나설 수 없었다”며 “더욱이 카드사 결정 이전부터 빅마켓은 롯데카드·롯데상품권이나 현금으로만 결제할 수 있다며 홍보를 했는데 이는 내정을 해놓고 형식적으로만 공개입찰을 진행시킨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 박상훈 대표(오른쪽)는 지난 4월 일본 마루이그룹 EPOS카드와 업무 제휴를 맺었다. |
롯데카드도 앞서 신한·삼성카드 사례처럼 최악의 상황을 피해갈 여지는 있다. 오호석 대표는 “지난 18일 롯데마트 관계자와 여신금융협회 간부가 방문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물론 말로만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하는 것은 우리도 수용할 수 없다”면서 “일단 롯데 측의 대안을 검토해보고 되도록 좋은 방향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론이 어떻게 나든 롯데카드는 결제거부는 물론이고 롯데마트의 불매운동까지 겹쳐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이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1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는 ‘빅마켓’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빅마켓은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에 이어 새롭게 선보이는 창고형 할인점으로 회원제 형식으로 운영되는 롯데마트의 야심작이라 내부적으로도 거는 기대가 크다. 더욱이 최근 경기불황으로 인한 매출 하락과 더불어 정부의 영업규제로 인해 대형마트가 사면초가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빅마켓의 성공은 간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롯데카드 결제거부 사태로 문을 열기도 전에 불미스러운 일과 엮이며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있다.
한편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롯데카드의 지나친 ‘성장우선주의’를 꼽고 있다. 지난 2009년 박상훈 롯데카드 대표 취임 이후 카드 점유율을 종전 6.5%에서 8.4%까지 끌어올렸지만 롯데그룹의 유통·서비스 네트워크에 지나치게 의지하면서 이번 문제도 키웠다는 것이다.
또한 실적에만 신경 썼지 향후 카드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소비자 보호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서 실시하는 카드사 민원발생평가는 매년 하위등급을 기록하고 있고 분쟁조정 신청건수도 회원 수 대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민원발생평가에서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았으며 소송발생 건수는 업계 최고인 21건을 기록해 체면을 구겼다.
앞서의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소비자의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별도의 부서를 운영하며 관리에 신경을 쓰고 금감원에서 발표하는 자료도 매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민원평가의 경우 카드사의 개선노력의지도 반영되므로 보통 등급이 떨어지면 그해만큼이라도 신경을 쓴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고객관리에 소홀하면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에 롯데카드 관계자는 “민원평가를 비롯해 소비자 관리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회사가 소비자 관리에 소홀하다는 것은 아니다. 금감원의 지침에 따라 개선을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