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갤3’ 독주 속 ‘인어공주’ 출격 채비…믿을 건 ‘범죄도시3’뿐, 천만 모은 전작 흥행 이을까
위기의 한국 영화계에 터닝 포인트가 돼 줄 것이란 예상과 기대가 집중됐던 ‘드림’은 그냥 하나의 ‘꿈’에 그치는 분위기다. 반면 한국 극장가 분위기 자체는 달라지고 있다. 연중 최대 비수기 가운데 하나인 5월이지만 극장을 찾는 관객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극장가에 조금씩 봄바람이 불고 있지만 한국 영화계에는 더 매서운 한파만 이어지고 있다.

한국 영화가 휘청하는 사이 할리우드 영화 역시 한국 극장가에서 큰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5월 들어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한국 극장가를 호령하던 마블 영화는 최근 몇 년 새 한국 영화보다 더 심각한 흥행 저조에 시달렸다. 그런데 이런 흐름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에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5월 3일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가 8일까지 6일 동안 173만 5976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 영화 ‘교섭’이 세운 2023년 최고 흥행 한국 영화의 기록을 단 6일 만에 넘어섰다. 200만 관객 고지는 물론이고 300만 관객 고지도 멀지 않게 느껴진다.
사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는 마블 영화 가운데 한국에선 유독 흥행 성적이 좋지 않은 작품이었다. 시리즈 1편이 134만 명, 2편이 273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개봉 시점은 한창 극장가에 관객이 넘쳐나던 2014년과 2017년이라 요즘 흥행 수치와는 차이가 크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편은 2014년 흥행 순위 46위, 2편은 2017년 흥행 순위 23위에 그쳤을 정도다. 2017년에 개봉한 마블의 또 다른 영화 ‘스파이더맨: 홈 커밍’은 무려 72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전체 4위에 올랐다.
마블 영화 가운데 비교적 기대치가 낮았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가 2023년 한국 극장가에서 이 정도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는 얘기는 마블이 바닥을 찍고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영화 관계자들이 많다. 이런 흐름이 11월 개봉 예정인 ‘더 마블스’로 이어질 경우 엄청난 흥행 대박도 가능하다. 전편 ‘캡틴 마블’이 국내에서 5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데다 ‘더 마블스’에는 박서준까지 출연한다.
마블만 되살아난 게 아니다. 큰 기대작이 아니었던 유니버설픽쳐스의 애니메이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도 182만 1708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드림’과 같은 4월 26일 개봉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한국 영화 기대작 ‘드림’보다 2배 가까이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할 것이라고 예상한 영화 관계자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만큼 한국 영화 입장에선 악몽이다. 게다가 4월 12일 개봉한 ‘존 윅 4’도 조용히 181만 589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가 주도하는 5월 극장가 흥행 흐름은 계속 할리우드 영화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5월 17일에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가 개봉하고, 24일에는 ‘인어공주’가 개봉한다. ‘분노의 질주’는 워낙 마니아 팬층이 굳건한 데다 이제 시리즈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분위기라 기대감이 더욱 크다.


그렇지만 ‘범죄도시2’ 개봉 당시는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2022년 5월 4일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해 다른 대작 한국 영화들이 대거 5월 극장가 개봉을 꺼리는 상황에서 ‘범죄도시2’가 5월 18일 개봉했다. 그런데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고, ‘범죄도시2’는 별다른 경쟁작 없이 흥행독주를 이어갔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두려워 비워 놓은 길을 마동석이 뚜벅뚜벅 걸어가며 1000만 관객을 달성했다.
이처럼 2022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공습을 막아낸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디즈니 실사영화의 폭격까지 막아낸다면 마동석이 또 한 번 한국 영화계의 구세주가 될 수 있다.
다만 ‘범죄도시3’까지 무너진다면 말 그대로 답이 안 보이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6월 개봉 영화 가운데 국내 기대작이 안 보이는 가운데 할리우드 영화로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와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이 관객을 만난다. 두 편 모두 세계적인 브랜드를 갖춘 대작 시리즈라는 점에서 상당한 흥행 동력을 갖추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