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때려주세요” 10대들 변태놀이
▲ 인터넷 한 체벌카페. 서로 때리고 맞은 사진을 올려 공유하기도 한다. |
하지만 현재 포털 사이트에는 이러한 가학·피학적 성문화가 10대들에게 퍼지는 것을 차단할 견제장치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비정상적 성문화가 대형 포털 사이트를 통해 10대들에게 유통되고 있는 실태를 들여다봤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 사이에선 인터넷을 통해 잔혹한 폭행과 고문 장면을 다룬 ‘체벌소설’이 유행하고 있다. 체벌소설은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 사이트의 커뮤니티와 카페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0대들은 이런 가학적 음란물을 단순히 즐기는 수준을 넘어 작가로도 활동하며 생산·유통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체벌소설이 인터넷 공간을 통해 10대들에게 퍼져나가는 것을 막을 견제장치는 없다.
일부 포털 사이트 카페 중에는 ‘체벌카페’가 마련돼 있다. 회원들끼리 체벌하는 사진을 공유하는가 하면 직접 만남을 통해서는 서로 때리고 맞는 그런 인터넷 카페다. 6월 초 열두 살 여학생인 김 아무개 양이 체벌카페에서 만난 40대 남성 이 아무개 씨에게 체벌과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 양은 처음 호기심에 카페에 가입했다고 한다. 초등학생인 김 양이 카페에 가입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체벌소설’ ‘체벌카페’라고 검색하면 관련 정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카페들은 청소년들도 별다른 제약 없이 가입이 가능하다. 10대 여학생들이 주로 가입한 포털 사이트의 체벌소설 카페 회원 수는 무려 7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이 쓰고 읽으면서 즐기는 체벌소설은 성인물인 ‘포르노’ 수준을 능가한다.
체벌카페도 마찬가지다. 몇 가지 질문에 답변만 하면 쉽게 가입이 된다. 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직접 만나 자신을 때려줄 체벌 상대를 구한다는 10대들의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비정상적인 성문화에 너무 쉽게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음란물과 같은 비정상적 성문화를 처음 보게 된 경위는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다 우연히 보는 경우와 스팸메일을 통한 경우 등 의도치 않은 접촉이 가장 많았다. 인터넷 상에 무분별하게 널려있는 자극적인 정보들이 호기심이 강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잘못된 성문화에 많이 노출된 청소년들이 10대 아동 성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체벌카페를 통한 40대 남성의 아동 성폭행 사건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 체벌카페 회원들이 올린 체벌 사진들. |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측에선 모니터링과 유해 게시물 신고 접수 말고는 아이들이 비정상적 성문화에 노출되는 것을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카페 가입에 연령제한을 두거나 카페의 성격을 규정해 연령을 제한하는 것도 쉽지 않고 게시판의 카테고리 하나, 제목만을 문제삼아 규제를 내릴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게시판을 모니터링하는 인원은 500명 정도로 업계 최고 규모”라며 “앞으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나 여성단체 측에서는 이번 청소년들의 성문제에 대해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규제 목소리만 높일 경우 표현의 자유나 소수자의 취향이 억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비정상적 성문화가 포털 사이트에서 너무 쉽게 검색되고 접근하기 쉽게 돼 있는 것에 대해선 철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학부모 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보를 원할 때 접할 자유가 있듯이 원하지 않을 때는 접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며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아이들을 보호할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