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형? 성장형? 너 자신을 알라
‘ELS’는 어렵다. ‘Equity-Linked Securities’의 약자로,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동되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증권’을 뜻한다지만 이 말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처럼 어려운 상품은 판매자가 잘 설명해줘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ELS 판매 13개 증권사에 대해 미스터리쇼핑(암행점검)을 실시한 결과 평균 76.5점에 그쳤고 90점 이상 우수 증권사는 없었다. 문제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판매자가 규정에 따라 설명을 다 했는지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ELS 투자 상담시 필수 체크리스트를 따져봤다.
“ELS는 최소한 주식 투자 경험도 없는 분에겐 적절치 않습니다. 기초자산의 시장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정도는 돼야죠. 또한 투자자가 사전지식이 없다면 상담시 아무리 설명해줘도 이해가 안 될뿐더러 시간도 많이 걸려 본인이 힘듭니다. 평소 투자 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합니다.”
이번 ELS 미스터리쇼핑을 지휘한 김광욱 금감원 금융서비스개선3팀장의 말이다. 운동처럼 투자도 준비가 먼저다. 증권사 직원 말만 믿지 말고 금감원 홈페이지 등을 활용해 공부를 해야 한다. 자 이제 준비운동을 끝냈다면 증권사로 가보자.
ELS 투자를 위해서 창구에 앉으면 증권사는 상품과 관계없이 우선 투자자 정보 및 성향을 진단해야 한다. 투자자에게 적정성 관련 설문지(투자자 정보 확인서)를 주고 취지와 내용에 대해 설명한 뒤 설문을 진행한다. ‘ELS 미스터리쇼핑 평가표’ 1번으로 나와 있는 항목이다. 그런데 평가 결과 이 항목의 만족도는 63.2점으로, 18개 항목 중 네 번째로 낮았다. 그만큼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투자 적정성 설문은 크게 재산상황과 투자경험, 투자목적, 금융지식, 감내할 손실 수준 등을 묻는다. 재산상황에선 여유자금, 월소득, 향후 수입원 등을, 투자경험에선 경험한 투자 상품과 기간을 답하는 식이다. 이러한 설문 결과를 토대로 위험선호형, 적극형, 성장형, 안전성장형, 위험회피형 등 투자자의 성향이 나온다. 이어 증권사는 해당 성향에 맞는 ELS 상품을 추천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만약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 성향보다 더 위험한, 예를 들어 위험회피형임에도 원금비보장형 상품을 원하는 경우에 증권사는 비적합 사실 및 해당 상품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본인의 판단에 따라 투자하고자 하며 위험성을 고지받았다’는 내용의 비적합상품 안내 동의서에 고객의 서명을 받는다.
투자 상품이 정해지면 투자설명서나 간이투자설명서를 사용해 상품 명칭 및 종류부터 과세방법까지, 평가표를 기준으로 14개 항목에 대한 설명이 이뤄진다. 이 중 이번 미스터리쇼핑에서 60점대 이하의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세 항목. 앞서도 밝혔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부분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53.9점을 받은 기준평가가격 결정일 및 평가방법은 ELS 상품의 최초 기준가격, 자동조기상환 평가가격(중간), 만기평가가격(최종)에 대한 것이며, 시나리오별 투자수익 설명(60.2점)은 가령 기초자산이 코스피200지수라면 이 지수의 움직임에 따른 수익·손실을, 최대 손실가능 금액(57.6점)은 최악의 경우 원금의 어느 정도까지 손실을 입을지에 대해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 최대 손실가능 금액은 명확히 해두지 않으면 불완전 판매로 인한 분쟁의 소지가 있다.
김광욱 팀장은 ELS 투자 시 가장 유의해서 들어야 할 항목으로 적합한 ELS 추천과 최대 손실가능 금액에 이어 중도상환수수료를 들었다. 김 팀장은 “ELS의 특징 중 하나가 중도상환수수료가 적지 않다는 점인데 이를 꼭 알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미스터리쇼핑 결과 ‘양호(80~89점)’를 받은 증권사는 대신, 대우, 미래에셋, 삼성, 신한금융투자, 우리, 한국투자증권이었으며 동양, 신영, 현대, 한화증권이 ‘보통(70~79점)’을, 하나대투와 HMC투자증권이 60점에도 이르지 못해 ‘저조’ 평가를 받았다.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하나대투·HMC투자증권 측은 “곧 금감원에 개선방안을 제출하고 교육을 철저히 해 다음 평가 땐 좋은 결과 나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