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저축·높은 임금 상승률 ‘촉진 요인’…대출기준 강화·이자율 고공행진 ‘둔화 요인’
지난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견조한 개인소비지출 영향으로 약 1.1%를 기록했다. 그러나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연은)에서 발표하는 GDPNow에 따르면, 1분기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최대 3.5%에서 최종 1.1%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유는 개인소비지출(3.36%포인트(p)→2.48%p)과 민간재고(-1.24%p→-2.26%p) 증가가 고점대비 크게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긍정 요인
충분한 초과저축이 소비지출을 지원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에서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계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정부의 강력한 재정 대응과 소비 지출 감소 영향으로 전례 없는 비율로 저축을 늘렸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자금의 급격한 감소에도 초과 저축의 상당 부분이 경제에 남아 올 연말까지 개인 지출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미국 정부는 2020년에서 2021년 사이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약 5조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실시했고 이는 미국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눈에 띄게 증가시켰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업 폐쇄 영향으로 소비자 지출이 급격히 감소하며 초과저축이 크게 증가했는데, 2021년 8월까지 약 2조 1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후 개인 저축은 빠르게 감소하며 1분기 말 기준, 초과 저축 규모는 약 5000억 달러로 그동안 하락 속도를 감안한다면 올 연말까지 소비자 지출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소득분배 데이터를 살펴보더라도 팬데믹 이전 기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유동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임금 상승률과 낮은 모기지 대출 금리도 소비지출 긍정 요인이다. 미국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최근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심각하다. 파월 의장이 즐겨보는 노동시장 수급 지표 중, 실직자 1명당 일자리 수는 최대 1.97개에서 현재 1.64개로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다. 이는 근로자를 구하고자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지난 1분기 말 기준, 임금 관련 지표를 보더라도 쉽게 하락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매월 확인이 가능한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여전히 4%를 상회하고 있는데, 팬데믹 이전 평균이 2% 중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높은 임금 상승률은 소비자의 개인소비지출 여력을 뒷받침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미국 주택 모기지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고정금리 비중이 크게 증가하였는데, 보통주택 구입자들은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대출을 받는다. 2020년 3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제로금리(0~0.25%)’까지 내린 이후 모기지 대출 수요가 급증하며 4% 미만의 고정금리 모기지 대출 비중이 전체 모기지 대출에서 약 64%, 2020년과 2021년 실행 비중이 약 41%를 상회한다. 이는 현재 새롭게 대출을 실행하는 소비자 대비 매월 최대 50%에 가까운 원리금 상환액을 절약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주택담보대출은 매월 가계 재정에서 지출하는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결국 저금리에 장기로 대출을 실행한 소비자에게는 상당한 소비 여력을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되는 것이다.
#부정 요인
은행의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연준이 실시한 은행 고위 대출 담당자 설문조사(SLOOS) 결과, 신용카드 및 자동차 등 소비자 대출 관련 기준이 크게 강화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물론 기업과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 기준에 비하면 강화 기준 정도가 낮으나 당분간 그 기조가 유지된다는 게 중요하다. 반면 대출수요는 빠르게 둔화하다 지난 1분기에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추세적인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재차 하락 전환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시차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인데, 대출수요는 후행적인 반면 대출 기준은 선행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준의 고금리 정책 기조가 당분간 유지됨으로써 대출비용 역시 지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급증, 이자율 고공행진 그리고 학자금 대출도 소비지출 부정 요인이다. 미국 가계의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신용카드 대출 규모는 팬데믹 이전 고점을 상회하며 5월 초 기준 98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 대출은 2020년 이후 약 2210억 달러 증가한 1조 55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순 증가분 기준으로 신용카드 대비 3.7배, 학자금 대비 6.8배에 이른다. 늘어난 대출규모보다 더 문제는 기준금리 상승과 함께 이자율도 수직 상승했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대출 이자율은 20.09%(2월 말 기준)를 기록하며 역사적 신고가를, 자동차 대출 이자율은 7.48%(신차, 60개월 기준)로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가한 부채만큼이나 높아진 이자율은 가계로 날아드는 매월 원리금 청구서에 대한 부담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20년 부양책 일환으로 시행됐던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조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오는 6월 30일 있을 예정이다. 유예 조치에 대한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 이르면 오는 9월부터 1인당 월평균 약 393달러(팬데믹 이전 기준)의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이 또한 가계의 청구서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소비는 미국을 넘어 글로벌 경기의 확장과 위축을 좌지우지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글로벌 경기에 선행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미국 소비 개선으로 경기 확장이 지속된다면, 수요 증가에 따른 수출경기 회복으로 이어져 기업이익 개선과 주가 상승이라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소비시장이 남의 일처럼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