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그럭저럭 장부만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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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가는 ‘설(說)’에 오르고, ‘발표’에 내린다지만 1분기 실적 보고서 발표 뒤의 횡보 장세는 투자자들이 미디어와 기관들이 부추기고 있는 ‘국내기업의 사상 최대 실적’이란 것 자체에 대해 회의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실제로 이번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보고서를 따져보면 사상 최고의 실적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오히려 기업들이 장사를 잘했다기보다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가 오름세를 타고 지분평가익으로 순이익을 늘려 장부를 핑크빛으로 물들였다는 평가가 더 정확하다.
단적인 예가 지난 16일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국내 11대 그룹의 1분기 실적 보고서.
삼성 LG SK 현대차 등 국내 11대그룹의 1분기 전체 매출액은 67조7백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9조7천5백여억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영업이익은 3.6% 증가한 5조2천7백여억원. 반면 영업외 이익과 비용을 감안한 경상이익은 지난해보다 121.78% 늘어난 5조7천4백9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조원 이상 늘어났다.
즉 주식평가액으로 경상이익과 순이익에 착시가 일어난 셈이다.
이는 국내의 대표적인 제조업체들의 장부를 봐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1분기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고 자랑했던 현대차그룹 3총사의 경우 알짜 장사를 한 기업은 현대자동차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12.4% 증가, 경상이익 164.5% 증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아차는 영업이익이 -31.1%였고 현대모비스는 영업이익은 9.9% 증가에 그쳤지만 경상이익은 132.2%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노릇을 하는 현대모비스의 경우 증시 활황으로 지분법 평가익 증가로 경상이익과 순이익이 대폭 늘었을 뿐이다. 현대차 역시 지분법 평가익으로 순이익이 영업이익의 몇배에 달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기업실적의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증시 활황으로 인한 지분법 평가익만이 아니다.
원화절상에 따른 단기적인 외환수지 개선이나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 특별이익으로 장부상 순이익을 기록한 기업도 있다.
정유회사인 SK(주)나 에쓰오일이 그런 예.
SK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8.7% 감소했지만 당기 순이익은 218.3% 늘어난 1천2백억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 역시 영업이익증가율은 -50.9%를 기록했지만 원화절상 덕에 경상이익은 190%를 기록했다.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 흑자전환된 대표적인 기업은 SK글로벌. 영업이익 증가율은 지난 1분기에 -28.1%였지만 SK텔레콤 지분을 판 돈(1천6백88억원)으로 올 1분기에 순이익(1천3백60억원)이 흑자로 전환되는데 성공했다.
국내 간판 제조업체인 포스코의 경우 영업이익 성장률은 마이너스였지만 환율안정에 따른 외환이익으로 경상이익이 지난해보다 4% 정도 오를 수 있었다.
국내 증시의 대표주자 중 영업이익률 상위에 오르는 기업은 SK텔레콤 정도. 그러나 SK텔레콤도 지난해보다 영업이익률이 9.6% 떨어진 34.32%를 기록했다.
즉, 국내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 흑자 대행진’을 벌였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실적을 뜯어보면 주가 평가 차익, 원화절상에 따른 단기적인 이익 등에 따른 수치라 장부상 이익에 그치는 것. 때문에 하반기 원화절상 기조가 계속될 경우, 주가하락이나 수출부진 장세가 펼쳐질 때는 속수무책이다.
이것이 바로 증시가 횡보하는 배경이 되는 셈.
지난 1분기 실적을 보면 음식료나 판매업, 건설업종 등에선 영업이익과 경상이익 모두 증가하는 케이스가 많았지만 수출에 의존하는 제조업의 경우 아직 본격적인 경기 호조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지난 1분기 까지 주식붐을 끌어낸 종목은 음식료나 건설 등 내수관련 업종이었다. 증시 관계자들은 하반기 장세는 전자 자동차 화학 등 수출 위주의 제조업체가 내수업종이 일으킨 증시 활황장세를 얼마나 받쳐주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말하고 있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