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독 합쳐 돈 샐 틈 막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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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우북 대주주인 권성문 KTB 사장이 20%가 넘는 지분을 포기하면서까지 예스24와의 합병을 주도해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 ||
‘대주주의 돈벌이인가, 인터넷 업체의 생존전략인가.’
국내 최대 인터넷서점인 예스24와 와우북의 전격적인 합병을 두고 뒷말이 많다. 특히 이번 합병을 주도한 인물이 기업인수 및 합병분야에서 상당한 실력을 발휘해온 권성문 KTB 사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구한 해석을 낳고 있다.
와우북은 권성문 사장이 21.06%, 권 사장이 지배주주인 미래와사람이 3.07%, 권 사장이 인수한 KTB네트워크가 5.65%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때문에 이번 합병은 권 사장이 옥션 매각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인데 이은 두번째 작품이라는 시각이 많다.
국내 인터넷 업계에 와우북이 매물로 나왔다는 얘기가 퍼진 것은 지난 4월이었다. 당초 KTB측이 먼저 와우북에 인수합병을 제의했다는 게 정설.
이번 두 회사의 합병형태는 지분 교환을 통한 짝짓기였다. 예스24가 신주발행을 해서 와우북 주주에게 인수대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양쪽 다 돈을 주고받지 않는 방법으로 합병을 성사시켰다.
2001년 말 기준으로 와우북의 매출액은 1백90억원, 예스24의 매출액은 4백79억원. 두 회사가 합병함에 따라 산술적으로 매출 6백억원대의 대형서점이 탄생한 것이다.
합병 비율은 예스24 주식 한 주에 와우북 다섯 주. 이강인 예스24 사장은 “합병 이후 와우북측 대주주가 갖는 지분은 20%대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합병으로 덩치 키우기와 수익성 찾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며 “온라인 서점은 물론 인터넷업계의 인수 합병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합병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는 쪽은 권성문 사장이라는 해석이 지배적. 겉으로는 권 사장의 경우 자신이 20%가 넘는 지분을 가진 와우북을 포기하는 대신 합병회사의 지분을 2%만 갖게 돼 손해를 본 것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와우북의 실상을 들춰보면 전혀 다르다. 업계에선 권 사장이 와우북 매각에 나선 가장 큰 이유로 과당 경쟁에 의한 출혈을 꼽고 있다.
자본금 19억4천만원인 와우북은 지난 99년 8억3천만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1백90억원대로 뛰었지만 당기손실도 2억여원에서 41억5천만원으로 폭증했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자산총계는 4억7천만원에 불과해 자본 잠식 직전이었다.
시장점유율을 놓고 업체간에 경쟁이 벌어지면서 장사를 하면 할수록 손실이 더 커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때문에 인터넷 서점 업계에선 인수합병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퍼져있었다. 여기에 권 사장이 먼저 과감하게 와우북을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예스24도 2000년 매출이 1백48억원에서 지난해 4백79억원으로 뛰었지만 당기손실이 30억원대를 넘는 등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 예스24는 현재 40%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선두 기업. 예스24는 와우북과 합병,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에 권 사장은 자본 잠식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기보다는 시장 1등 기업의 주요주주가 되는 차선의 길을 택한 셈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KTB의 추가 투자 문제. 이강인 사장은 “KTB네트워크에서 투자의향이 있고 스타기업으로 키우고 싶어 한다. 추가 투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와우북은 지난 99년 자본금 8억원에서 3년 만에 19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리고 50억원 이상 투자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손실 때문에 자산총액이 4억원대에 불과한 부실기업이 됐다. 때문에 권 사장이 인수 합병을 통해 개인적인 투자 손실을 물타기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일부 나오고 있는 것.
물론 이번 인수 합병을 통해 예스24가 확고 부동한 시장 1등이 될 경우 인터넷 서점 업계의 과당 경쟁 분위기도 지양되고 영업수지도 개선될 여지가 크다. KTB가 추가 출자를 해도 될 만한 명분도 생기는 것.
예스24는 올해 추진하려던 코스닥 등록을 이번 인수합병으로 내년으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와우북의 현재 영업성적으로는 당분간 코스닥 등록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권 사장은 이번 인수합병 거래로 개인 손실도 줄이고 앞으로 투자할 기업의 가치도 더 높이는 인수합병을 단행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코스닥 등록이 가능한 기업의 주식을 얻은 것도 거의 확실해 보인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