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인생 20년 첫 한국 영화 도전…“마 선배 ‘다마레→다 말해’ 애드리브 너무 대단해”
시리즈 최초의 ‘투 톱 빌런’을 들고 나온 ‘범죄도시3’의 뉴 페이스, 일본에서 온 암살자 리키 역을 맡은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43)는 지난 5월 21일 있었던 ‘범죄도시3’ 언론배급시사회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배우 인생 최초로 도전하게 된 한국 영화였지만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부터 촬영 현장에 서기까지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속전속결로 이뤄졌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제의를 주시자마자 ‘이건 해야겠다’ 생각했죠. 바로 즉답으로 ‘하겠습니다!’ 하고 답했어요. 그런 다음에 매니저랑 하이파이브를 했죠(웃음). 정말로 믿을 수가 없었어요. 제의를 받았을 때 저는 아직 ‘범죄도시’ 1편만 본 상태였는데 이미 그 전부터 마동석 배우의 팬이었거든요. 함께 작품을 할 수 있다니, 정말 최고의 영광이었죠. 그리고나서 ‘범죄도시2’를 봤는데 이 작품은 한국에서 대 히트를 쳤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요. 정말 전 국민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라는 게 실감되더라고요.”
아오키 무네타카가 맡은 리키는 조직의 약을 빼돌리는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보내진 암살자다. 결코 흥분하거나 가볍게 행동하는 일 없이 철저히 두목의 명령에만 복종하며 기계처럼 정확하게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이제까지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본 적 없는 모습이라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아오키 무네타카는 그런 리키의 초안에 세 가지 버전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미친 듯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모습과 아주 날카로운 이미지를 지닌 모습을 거쳐 마지막으로 결정된 것이 지금 ‘범죄도시3’ 속 정적인 이미지의 리키였다고.
“사실 처음부터 감독님께 들었던 대략적인 리키의 ‘상’에 대한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액션 연습을 거듭해 가다 보니 캐릭터가 조금씩 더 보강되는 듯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더욱이 일본도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 캐릭터의 정신적인 면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캐릭터의 행동에 반영된다고 생각했어요. 일본에서 온 야쿠자를 상징하는 면일 수도 있고, 한편으론 싸우는 것에 어지간히 자신 있지 않으면 그런 클래식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테니까요(웃음). 아마 리키가 가진 싸움의 자신감을 표현하는 방식이 그 일본도이지 않았나 싶어요.”
‘범죄도시3’에서는 우리에게 ‘곡성’의 아쿠마(악마)로 익숙한 일본의 배우 쿠니무라 준이 특별 출연해 사전 정보를 알지 못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쿠니무라는 조직 내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리키를 한국으로 보낸 야쿠자 조직의 두목 이치조 회장 역을 맡았다. 아오키 무네타카는 “리키에게 있어 이치조 회장은 부모나 그 이상의 애정을 품을 수 있는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그렇기에 이치조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 리키의 삶의 보람 그 자체였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마 리키에게 이치조 회장이란 존재는 의미가 큰 인물이었을 거예요. 그의 명령도 임무 그 이상이었기에 자신이 꼭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을 거고요. 쿠니무라 배우님과는 20년 전에 같이 연기를 했었는데 그때는 제 아버지 역할을 해주셨거든요. 지금의 이치조와 리키의 관계와도 비슷해 보이네요(웃음). 또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뵌 적이 있어요. 한국 영화제에서 한국 관객 분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상을 받으셨다는 게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기쁘더라고요. 그렇게 멋진 커리어를 가진 배우님이 제 두목님으로서 이번 영화에 출연해 주셔서 한층 더 영화를 풍부하게, 또 의미 있게 만들어주신 것 같아서 기쁩니다.”
아오키 무네타카에게 ‘범죄도시3’의 촬영 현장은 존경하는 배우, 그리고 좋아하는 배우와 함께할 수 있는 꿈같은 환경이었다. 영화 ‘부산행’(2016)을 보고 처음으로 마동석이란 배우에 빠지게 되면서 ‘범죄도시’까지 챙겨봤다는 그는 이번 ‘범죄도시3’를 통해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 셈이다. 그러나 팬심만으로는 참아낼 수 없는 게 마석도의 주먹이었던 만큼 마석도와 리키가 일대일로 붙는 신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일단 기본적으로 마석도의 주먹에 대한 공포가 있죠(웃음). 한 방 맞으면 뼈가 부러질 것 같으니까요. 아무래도 (마석도가) 복싱을 베이스로 움직이다 보니 아슬아슬하게 왔다가 순간적으로 ‘퍽!’ 하고 움직이는 게 굉장히 컴팩트하게 이뤄지는데, 제가 들고 있는 일본도도 자칫 잘못하면 위험할 수 있는 무기라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긴장하며 다치지 않도록 의식했던 것 같아요. 주방 액션 신 같은 경우는 그 장소가 넓지 않아서 더 긴장감 넘쳤고요. 제가 일본도를 들고 있다고 해서 딱히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웃음).”
현장에서 펼쳐지는 마동석의 액션에 감탄하던 아오키 무네타카는 그가 즉석에서 만들어낸 애드리브에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회상했다. 평소 실제 대본에 있는 대사와 애드리브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마동석이 일본어로 된 애드리브 대사를 만들어 왔다는 것. 한국어로 된 애드리브는 현장에서 바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 대사만큼은 그 안에 담긴 유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촬영할 때 일단 제가 일본인이라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유머도 있었어요(웃음). 사실 애드리브가 나와도 저는 (한국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동요하지 않았지만, 마(동석) 선배가 유머로 굉장히 잘 표현해주셨더라고요. 리키의 대사 중에 제가 ‘다마레(닥쳐, 입 다물어)’라고 대사를 치면 마석도가 ‘다 말했잖아’ 하고 받아치거든요. 사실 그건 ‘다마레’부터 아예 대본에 없었어요(웃음). 현장에서 마 선배가 직접 가져온 애드리브였는데, 어떻게 (일본어를) 알고 하셨는지 너무 대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한국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아오키 무네타카는 2002년 영화 ‘머슬 히트’로 데뷔해 연기 인생 20년을 훌쩍 넘어선 중견급 배우다. 데뷔 이래로 한 해도 쉬지 않고 꾸준히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일본 대중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 그가 이번 ‘범죄도시3’에서의 다소 짧은 출연에도 국내 대중들에게 큰 호평을 받은 만큼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작품에서 그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모인다.
“제 커리어가 벌써 20년이 넘었다니 ‘앗!’ 싶은데요(웃음). 평소에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범죄도시3’에 출연할 수 있었다는 건 분명히 제게 큰 변곡점이 될 것 같아요. ‘범죄도시’ 시리즈도 그렇지만 ‘카지노’ ‘D.P’ ‘지옥’처럼 다양한 한국 작품을 많이 봤거든요. 해외 로케이션에 나가 촬영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언젠가 저도 그런 작품들에 함께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생긴다면 더 많은 한국 작품에서, 많은 재능 있는 배우님,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