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업그레이드 된 ‘한 방’ 액션에 물 샐 틈 없는 개그까지…최종 보스 존재감은 아쉬워
오는 5월 31일 개봉을 앞둔 ‘범죄도시3’는 대체불가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서울 광역수사대로 이동 후 신종 마약 범죄 사건을 수사하던 중 배후인 주성철(이준혁 분)과 마약 사건에 연루된 또 다른 빌런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를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다. 베트남 납치 살해사건을 다룬 전작인 ‘범죄도시2’로부터 7년 뒤인 2015년 인천을 배경으로 이번엔 일본 야쿠자와의 대결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범죄도시’의 장첸이 도끼, ‘범죄도시2’의 강해상이 마체테를 사용했다면 3편의 빌런은 야쿠자의 아이덴티티답게 일본도로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선보인다. 마석도가 그의 전매특허인 시원시원한 ‘한 방’ 주먹 액션으로 대응하는 것과 대비되는 리키의 호텔과 일식당 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본도 액션 시퀀스는 야쿠자 누아르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야쿠자라는 조직의 극화적 특성에 따라 체계적으로 폭력과 살인 교육을 받은 것처럼 움직이는 그의 각 잡힌 액션신은 전작의 빌런들과 명확하게 대비돼 ‘범죄도시3’의 새로운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이번 작품에서 리키의 매력이 기대 이상으로 높은 반면 3세대 빌런으로 먼저 눈길을 끌었던 주성철의 매력이 반감되는 것은 다소 아쉽다. 앞선 1~2편의 장첸이나 강해상은 더 이상 잃을 게 없어 돈에만 집착한다는 설정이 이해되는 빌런이었지만, 주성철의 경우는 행동에 명확한 당위성이 보이지 않아 좀처럼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는 탓이다. 스토리 내에서 비중이나 캐릭터로서의 무게감 자체도 주성철보단 리키의 저울에 추가 더해진다. 시리즈 첫 ‘투 빌런’으로 주목 받았지만, 오히려 그 존재감의 분산에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던 전작의 빌런들과 달리 지능형 빌런으로서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면모가 돋보이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출연 제안을 받고 20kg을 증량해 마동석과 체급을 아슬아슬하게(?) 맞춰냈다는 노력이 빛을 발하는, 주성철과 마석도의 마지막 1대 1 결투 액션도 그야말로 ‘범죄도시’ 다운 묵직함과 통쾌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종합하자면 ‘범죄도시’ 시리즈 빌런으로서의 대표적인 특성은 가져가되 새 세대에 맞는 특이점도 함께 갖춘 하이브리드 빌런인 셈이다.
‘범죄도시’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석도의 주먹은 여전히 스크린을 넘어서까지 든든한 타격감을 선사하고 있고, 깨알 같은 개그도 쉴 새 없이 관객들을 터뜨려댄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대표 명대사가 된 “진실의 방으로”부터 빌런과의 마지막 결투를 앞두고 하는 티키타카 개그까지. 또 그 사이에 오디오가 빌세라 끊임없이 코믹한 애드리브 대사를 주고받는 명품 조연들의 활약도 빼놓으면 서운한 관람 포인트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1~2편에서 전방위로 활약했던 장이수(박지환 분)가 나오지 않는 만큼 그의 빈자리를 티 나지 않게 채워내는 새로운 신 스틸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역할은 전석호와 고규필이 맡아 관객들의 웃음을 완벽하게 책임지고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실제 대사이고 애드리브인지 분간이 안 갈 만큼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는 이 새로운 개그 캐릭터들도 ‘범죄도시3’의 흥행에 제대로 한 몫을 해낼 것이라고 감히 자신해 본다.
5월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범죄도시3’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한 이상용 감독은 올 상반기 다소 부진했던 한국 영화 시장에서 ‘범죄도시3’가 ‘구원 투수’로까지 불리는 상황에 대해 흥행을 기대하긴 아직 시기상조라고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그가 메가폰을 잡았던 전작 ‘범죄도시2’가 코로나19 팬데믹 속 첫 천만 영화가 됐다는 점을 비춰 봐도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여러모로 클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대해 이 감독은 “2편만큼 잘 될 거라 예단하고 만들지 않았다. 2편을 보셨던 관객 분들이 3편도 만족하며 보실 수 있을 지에 대한 부담이지, 기대는 저한테 섣부르다. 관객 분들에 신선함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이 부분은 제가 평가를 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런가 하면 마동석은 앞으로 더 넓어질 ‘범죄도시’ 세계를 다시 언급해 시리즈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도 했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앞으로 8편까지 진행하고 싶다고 밝힌 마동석은 “몇 살까지 마석도 형사 역을 맡고 싶냐”는 질문에 “기획은 8편까지 해놨지만 관객 분들이 원하실 때까지는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을 언급하며 “그분도 70세가 넘어도 액션을 찍으신다. 저 역시 나이가 들어도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최대한 관리를 열심히 해서 만들어 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범죄도시3’는 오는 5월 31일 개봉한다. 전편에선 보지 못했던 마석도의 좀 '덜' 괴물 같고 '더' 인간적인 개그 신은 물론, 엔딩 후 쿠키 영상까지 절대 놓치지 말 것. 15세 이상 관람가, 105분.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