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마도 EF쏘나타도 철퇴 깐깐한 ‘리콜사자’ 떴다
|
||
| ▲ 권인식 사무관은 “완벽한 제품은 없다. 리콜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이기 때문에 숨겨선 안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임준선 기자 | ||
권 사무관이 이런 별명을 얻게 된 것은 자동차 업체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리콜업무를 맡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공무원의 한 사람으로써 국민들(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원칙대로 업무를 수행하는 ‘깐깐함’ 때문이다.
그의 깐깐함은 리콜업무를 맡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자동차업체에 적극적으로 리콜 조치를 내린데서도 알 수 있다. 권 사무관의 조치에 반발하는 현대, 기아 등 자동차 업체에 잇따라 ‘강제리콜’ ‘엄중경고’ ‘생산중단’ 등 강경한 행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가 자동차관리과에 부임한 지난 2월 초부터 4월10일까지 두 달 동안 리콜 명령을 내린 차량은 국내외 자동차업체에서 생산한 28개 차종 23만6천4백44대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건교부가 지시한 리콜 규모 39개 차종 56만 대의 절반에 가깝다. 그는 현대와 기아차에 무려 세 차례나 강제리콜 명령을 내렸다.
강제리콜이란 자동차의 운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작상 결함에 대해 자동차 완성차 회사가 고의 또는 실수로 결함 내용과 수리 의사를 자발적으로 소유자에게 알리지 않았을 경우 정부가 통지와 수리를 명령하는 제도.
권 사무관이 취한 첫번째 강제리콜은 지난 3월18일이었다. 그는 기아차에서 생산, 시판중인 옵티마 LPG 승용차에 대해 중형을 선고한 것과 다름없는 조치를 취한 것.
이에 대해 권 사무관은 “지난 2000년 8월부터 한 해 동안 생산된 기아 옵티마 LPG 승용차(1만4천44대)에 엔진 냉각용 전동 팬모터의 베어링이 열에 의해 심하게 마모되는 결함이 발견돼 강제리콜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강제리콜은 현대자동차에게 불똥이 튀었다. 현대차의 주력 중형차인 EF쏘나타 역시 문제가 된 옵티마의 부품과 동일한 부품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권 사무관의 이 조치에 대해 당초 현대차는 2주간이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건교부는 3월31일 현대차에 대해서도 강제 리콜을 명령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옵티마 LPG 승용차와 같은 결함을 갖고 있는 EF쏘나타는 지난 99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생산된 10만9백97대로 나타났다.
권 사무관은 “지난 99년 1월 해당 부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현대차측이 리콜을 실시했으나, 지난해 9월 교체된 부품에서도 결함이 발견돼 현대차측에서 이를 비공개로 자체 결함을 시정하고 있음을 알고 공개리콜을 하도록 지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 사무관은 “당시 현대차는 자동차관리법에 의한 공개리콜을 이행하지 않고 비공개로 자체 시정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어 엄중 경고를 했다”고 말했다.
|
||
권 사무관의 ‘깐깐한’ 업무수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월 중순 현대차의 상용차 생산공장을 직접 방문해 8.5t 카고, 마이티 랙커, 마이티 2 단축카고, 포터 1t 덤프 등 4종류의 트럭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 이들 차종의 형식승인을 취소 했다.
자동차 형식승인 취소란 ‘생산 중단 명령’으로 해당 업체로서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 때문에 그동안 건교부도 이 조치를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
권 사무관은 “현대의 8.5t 카고 등 4종류의 트럭은 차량 중량에 비해 부실한 타이어를 장착하도록 설계됐거나, 추가 안전시험을 거치지 않는 등 차랑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 사무관이 생산 중단 명령을 내린 해당 차종은 다행히 생산된 이후 총 2백29대 정도만 판매된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 피해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권 사무관이 의욕만 앞세워 너무 엄격하게 리콜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며 “자동차의 사소한 결함까지 리콜을 하다보면 제작사측의 손해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사무관은 “리콜을 숨겨서는 안된다. 자동차는 대당 2만5천 개 이상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완벽한 제품은 있을 수 없다. 리콜을 해서 제품의 성능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정상적인 기업활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승용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현대와 기아가 리콜을 은폐하거나 자체 처리하려는 것은 소비자의 입장과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만선 기자 hm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