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수익성 하락하고 신사업도 뜻대로 안돼…예기치 않은 외풍에 분위기도 ‘어수선’
#암호화폐에 웃고 암호화폐에 울고
두나무는 2012년 설립된 정보통신(IT) 기업으로 증권 정보 애플리케이션(앱) ‘증권플러스’ 등을 개발했다. 두나무는 2010년대 중반까지 크게 알려진 회사는 아니었고, 기업규모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두나무는 2017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출범시키면서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업비트는 출범 2개월 만인 2017년 12월 회원 수 120만 명, 일평균 이용자 100만 명, 일평균 거래액 5조 원 등을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업비트는 현재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중 압도적 1위를 자랑한다. 블록체인 정보 플랫폼 쟁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암호화폐 거래대금 기준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은 82.7%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해 4월 두나무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나무의 당시 자산규모는 10조 8225억 원에 달했다. 이 중 5조 8120억 원은 고객의 예치금이었다. 그러나 예치금을 제외하더라도 공시대상 기업집단 요건은 충족했다. 현행법상 자산 5조 원이 넘으면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10조 원이 넘으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각각 지정된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두나무의 기업규모도 빠르게 축소됐다. 공정위는 올해 4월 두나무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서 제외했다. 두나무의 자산규모가 7조 4000억 원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두나무의 재계서열도 지난해 44위에서 올해 61위로 하락했다.
암호화폐 거래가 줄어들면서 두나무의 실적도 급감하고 있다. 두나무의 매출은 2021년 3조 7046억 원에서 2022년 1조 2493억 원으로 66.28% 줄었다. 두나무의 올해 1분기 매출도 3049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매출 4269억 원에 비해 28.58% 감소했다. 최근과 같은 시장 분위기라면 하반기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두나무가 현재로서 암호화폐 관련 매출을 대체할 수익원이 없다는 것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나무의 2021년 매출 3조 7046억 원 중 99.47%인 3조 6850억 원이 업비트 수수료로 발생했다. 두나무는 2022년 매출에서 업비트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97.22%로 줄였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이다.
두나무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두나무는 2021년 중고 명품시계 거래 앱 ‘바이버’를 출시했다. 그러나 바이버는 지난해 매출 4억 7691만 원, 순손실 38억 4927만 원을 기록해 두나무 실적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또 두나무는 2022년 하이브와 합작법인 레벨스를 설립했다. 두나무가 레벨스 지분 65%, 하이브가 지분 35%를 갖고 있다. 레벨스가 운영하는 ‘모먼티카’는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를 NFT(대체 불가능 토큰)로 제작한 후 판매하고 있다. NFT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의 토큰을 뜻한다. 그러나 레벨스 역시 지난해 1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아직까지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레벨스에 대해 “NFT 굿즈가 대중적 굿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며 NFT 굿즈를 소유하지 않더라도 관련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소비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며 “투자 목적으로 NFT 굿즈를 구매할 수는 있겠지만 실물 굿즈 시장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두나무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설까지 나돌았다. 두나무가 제주은행에 지분을 투자하고, 제주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전환한다는 소문이었다. 제주은행은 지난해 12월 해당 소문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시했고, 두나무도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두나무의 금융 사업 확장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두나무의 핵심 경쟁력은 24시간 돌아가는 거래소에 모이는 데이터와 네트워크로 이를 잘 활용하면 블록체인 산업을 독점할 수도 있다”며 “블록체인 산업을 주도하면서 NFT나 STO(증권형 토큰 발행) 등이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종합 금융 플랫폼을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두나무 관계자는 “그간 다져놓은 체력을 바탕으로 본업에 충실할 계획”이라며 “레벨스랑 바이버 등의 경우 단기간 성적표로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예기치 못한 외풍에 어수해진 분위기
두나무는 최근 김남국 의원의 암호화폐 투자 사태에 연루되면서 분위기도 좋지 않다. 김 의원은 업비트나 빗썸 내 상장 정보를 사전에 알고 관련 코인에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코인 게이트 진상조사단은 지난 5월 26일 두나무와 빗썸으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았다.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현안 보고 직후 “두나무가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태도를 보였고, 일부 거짓 답변도 드러났다”며 “이석우 두나무 대표를 다시 불러 진상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지난 5월 31일 이석우 대표를 불러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김성원 의원은 “두나무 측에서 ‘김남국 의원이 클레이스왑을 통해 거래한 내용을 일반적 시각과 전문가적 입장에서 봤을 때 자금세탁이 매우 의심되고 비정상적인 거래로 보인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5월 15일에 이어 5월 31일에도 두나무를 압수수색했다. 오는 6월 8일 예정된 국민의힘 5차 전체회의에서도 두나무 관계자 소환 가능성이 점쳐진다. 두나무가 부정적 이슈에 지속 휘말리면 대외적인 이미지도 하락할 수 있다.
실제 김성원 의원의 발언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SNS) 등지에서 두나무를 '저격'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에 두나무는 “특정인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한 사실이 없고, 일반적인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김남국 의원도 지난 5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해당 의혹에 대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