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본거지 두고 할리우드 스타 흡수했다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의 이혼으로 인해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어쩌면 크루즈나 홈즈 본인들이 아닌 사이언톨로지 종교 단체일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이혼 사유로 사이언톨로지가 지목되면서 언론 매체들이 앞다퉈 ‘사이언톨로지의 정체’를 쟁점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이언톨로지는 전 세계 160개국에 800만 명(교단 측 주장은 1500만 명)의 신도를 두고 있으며, 이 가운데는 톰 크루즈, 존 트라볼타, 제니퍼 로페즈, 윌 스미스 등 할리우드 유명인사들도 여럿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면세 혜택을 받는 종교 집단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벨기에, 독일, 영국 등 유럽에서는 종교단체로 인정하지 않고 영리 단체 혹은 범죄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이언톨로지의 창시자는 베스트셀러 공상과학 소설가인 로널드 허바드다. 1954년 LA에 첫 번째 교회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교단 활동을 시작했던 허바드는 교세를 확장하기 위해서 이른바 ‘유명인사 프로젝트’를 통해 할리우드 유명인사들을 적극 끌어들였다. 처음 본거지를 LA에 둔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였다.
창시자가 공상과학 소설가인 까닭일까. 사이언톨로지의 핵심에는 늘 외계인이라는 존재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이언톨로지 교리에 따르면 오늘날 인류의 선조는 7500만 년 전 다른 행성에 살고 있다가 사악한 우주 독재자 ‘제누’에게 쫓겨 지구로 도망을 온 ‘테탄’이라는 외계인이었다. 고대시대 핵공격을 받고 화산으로 피신했던 ‘테탄’의 유전자를 받아 오늘날의 인류가 탄생했으며, 이로써 모든 인간은 ‘테탄’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또한 사이언톨로지는 ‘모든 사람은 죽으면 ‘테탄’으로 환원된 후 새로운 육체 속으로 들어가 다시 태어난다’는 윤회사상을 설파하고 있는 한편, 생명의 에너지인 ‘테탄’을 이용하면 인간의 사악한 마음을 제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모든 질병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이언톨로지의 또 다른 특징은 신과 같은 초월적인 존재를 부정하고 오로지 ‘과학’만을 신봉한다는 데 있다. ‘과학’을 통해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치유하고 구원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이들이 말하는 ‘과학’은 ‘의학’이 아니다. 이들이 말하는 ‘과학’이란 이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오디팅’ 과정을 말한다. ‘오디팅’이란 ‘오디팅-정화-오퍼레이팅 테탄-오디팅’으로 이뤄진 사이언톨로지 교리 과정의 하나로, 영혼의 발전을 방해하는 고통스런 기억들(엔그램)을 제거하는 치유의 과정을 일컫는다.
오디팅 과정은 ‘이미터(e-meter)’라는 작은 기계를 통해 이뤄진다. 몸속의 전류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작동되는 이 기계를 연결한 상태에서 일련의 질문에 답을 하면 정신, 영혼, 마음, 심령 등을 측정할 수 있으며, 이로써 육체 및 정신적 질환이 치유된다는 것이다.
사이언톨로지 측은 이런 모든 교리 과정을 마친 신도들은 텔레파시 능력과 함께 영적 교감 능력, 우주 염력 등을 얻게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설사 이런 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해도 터무니없이 비싼 수강료 때문에 이 과정을 전부 이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령 두 번째 단계인 ‘정화’에 이르는 데까지만 해도 12만 8000달러(약 1억 4000만 원)가 필요하며, OT Ⅲ(오퍼레이팅 테탄 Ⅲ) 단계까지는 3만 3000달러(약 3700만 원)가, 그리고 가장 높은 단계인 OT Ⅷ(오퍼레이팅 테탄 Ⅷ)까지 도달하려면 10만~13만 달러(약 1억 1300만~1억 4700만 원)가 더 필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전체 과정을 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은 무려 20만~40만 달러(약 2억 2700만~4억 5400만 원)다.
한편 이런 강도 높은 교리 과정이 이뤄지는 곳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골드 베이스 센터’다. 약 2800㎡의 방대한 면적을 자랑하는 이곳에는 수영장, 골프장 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동작감지기, 전기 철조망, 벙커 초소 등을 통해 하루 24시간 철통 보안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요새를 방불케 할 정도로 비밀스런 이곳에서 종종 폭행 및 감금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 사이언톨로지 간부였던 데비 쿡은 “지도자인 미스캐비지를 화나게 한 신도들은 모두 벌을 받았다. 나 역시 폭행을 당한 적이 있으며, 45일간 ‘더 홀’이라는 건물 안에 감금된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심층 조사를 벌였던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로렌스 라이트는 “골드 베이스에서는 종종 과격하고 폭력적인 교리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신도들은 체벌의 일종으로 폭행을 당하거나, 혹은 육체적 노동에 시달리곤 한다”고 말했다.
교리에 어긋난 행동을 한 신도들은 ‘재교육 훈련소’로 보내지며, 이곳에서는 사이언톨로지를 비판하는 친구나 가족들과의 연락도 일절 차단된다. 행여 신도들이 탈주할 것에 대비해 신도들을 감시하는 특수팀도 구성되어 있다. 만일 가까스로 탈출했을 경우에도 가는 곳마다 사이언톨로지 관계자들에 의해 미행을 당하거나 감시를 당하며, 심지어 신도들의 가족들까지 감시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6년 갑자기 실종된 미스캐비지의 아내 셸리의 행방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사이언톨로지 신도였던 셸리는 현재 6년 가까이 행방불명인 상태며, 일부 신도들은 미스캐비지의 심기를 건드렸거나 잘못을 저지른 셸리가 체벌의 일종으로 ‘더 홀’에 감금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탈퇴한 신도들의 증언을 토대로 지난해 FBI는 사이언톨로지 교단이 신도들을 상대로 감금 및 학대를 했는지 조사를 벌인 바 있었지만 당시 이렇다 할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조사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