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박병호 LG 유원상, 팀 바꾸자 ‘포텐’ 쾅!!
▲ 넥센 박병호와 LG 유원상.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LG 트윈스 |
#데뷔 후 최고 기세 삼성 장원삼과 롯데 박종윤
5월 29일까지 삼성은 19승1무21패로 7위에 머물렀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선발진 붕괴였다. 당시 삼성 선발진의 평균자책은 4.20이었다. 애초 7선발까지 가능하다며 풍부한 선발자원을 자랑했던 삼성으로선 난감하기만 했다. 하지만 한 선발투수가 갑자기 각성해 삼성의 상승세를 이끌기 시작했다. 바로 좌완 선발 장원삼이다. 29일까지 장원삼은 4승2패로 팀 내 다승 1위였다. 그러나 평균자책은 무려 4.50이었다.
장원삼은 5월 30일 대전 한화전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이후, 완전 다른 투수가 됐다. 장원삼은 이후 6경기에서 5승을 더 챙겼다. 5월 30일부터 7월 13일까지 평균자책도 2.14밖에 되지 않는다. 7월 10일 장원삼은 대구 LG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시즌 첫 10승 투수로 등극했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올 시즌 장원삼이 체인지업 구사가 더 능숙해지며 속구, 슬라이더 일변도의 단조로운 투구패턴에서 벗어났다”며 “몸쪽 구사도 많아지며 타자들에게 위협적인 투수가 됐다”고 분석했다.
롯데는 박종윤이 효자다. 지난해까지 박종윤은 백업 1루수였다. 이대호가 체력 부담을 느낄 때만 선발 1루수로 출전했다. 그래서일까. 2002년 프로 데뷔 이후 규정타석을 채운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올 시즌 이대호가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로 진출하며 10년 만에 주전 1루수 자리를 꿰찼다.
시즌 전 롯데 양승호 감독은 “이대호의 공백을 박종윤이 메워줘야 한다”며 “박종윤의 성적 여하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막상 뚜껑을 여니 박종윤 효과는 긍정적이었다. 국내 1루수 가운데 최고의 수비를 자랑하는 박종윤은 많은 강습타구를 잡아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모 구단 전력분석원이 “1루수가 이대호였다면 당연히 안타가 될 타구가 박종윤이 1루를 맡으며 아웃으로 처리됐다”며 “박종윤의 호수비 덕분에 롯데가 최소한 4, 5승은 벌었다”고 평했다.
타자로서도 박종윤은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7월 13일 기준 박종윤의 타율은 2할6푼6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가 주로 5번 타자로 나온다는 걸 고려하면 타율은 더 낮아 보인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을 살펴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박종윤의 득점권 타율은 무려 3할2푼4리다. 박종윤은 찬스 때마다 안타를 기록하며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40타점을 올리고 있다. 팀 내 1위 강민호의 43개와는 불과 3개 차다.
박종윤은 팀 공헌도에서만 대박을 친 게 아니다. 조만간 아내가 둘째를 낳는다. 여기다 박종윤은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올스타로 뽑혔다. 박종윤은 둘째 아이의 태명을 ‘대박’으로 지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원삼, 박종윤, 이용찬, 박찬호, 박지훈, 이호준. |
#‘포크볼러’ 이용찬과 넥센의 광폭 4번 타자 박병호
시즌 전 두산 김진욱 감독은 “선발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팀 성적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어쩌면 배부른 소리일지 몰랐다. 그도 그럴 게 지난해 두산은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와 김선우가 30승을 합작했다. 원투펀치의 30승 합작은 리그에서 두산이 유일했다.
“그러면 뭐하나. 다른 선발투수들이 부진하며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두산이 강해지려면 니퍼트와 김선우를 제외한 강력한 제3의 선발투수가 나와야 한다.” 김 감독의 분석은 정확했다.
당시 김 감독이 강력한 3선발이 되길 원했던 투수가 이용찬이었다. 2008년 두산 입단 후 이용찬은 2010년까지 마무리 투수로 뛰었다. 2009, 2010년엔 2년 연속 25세이브 이상을 기록하며 리그 수준급 마무리 투수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2011년 선발로 전향하며 과거의 명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28경기에 등판하고서 6승10패 평균자책 4.19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용찬은 9이닝당 4.19의 볼넷을 허용하며 제구가 불안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닝당 투구수도 17.6개로 너무 많다는 게 야구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자연스럽게 이용찬의 선발 전향을 실패라고 보는 이가 늘었다. 하지만, 선발 2년차인 올 시즌 ‘선발 전향 실패’를 운운하는 이는 없다. 성적이 원체 좋은 까닭이다. 이용찬은 7월 13일까지 7승6패 평균자책 2.53를 기록하고 있다. 다승 공동 6위, 평균자책 3위다. 15번의 선발등판 가운데 10번이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를 기록한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꾸준하게 호투했는지 알 수 있다.
MBC 손혁 해설위원은 이용찬의 호투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지난해까지 이용찬은 속구 아니면 슬라이더였다. 결정구가 없다 보니 타자와의 싸움에서 계속 끌려 다녔다. 볼넷과 투구수가 많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엔 포크볼을 결정구로 사용하며 투구 내용이 상당히 좋아졌다. 실제로 9이닝당 볼넷은 3.98로 떨어졌고, 이닝당 투구수도 16.6개로 전해보다 1개 이상 줄었다.”
올 시즌 이전까지 이용찬의 통산 승수는 9승이었다. 마무리였기에 승수가 많진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엔 벌써 전반기에만 7승이다. 이용찬은 “10승 이상이 목표”라면서도 “가능하다면 15승에 도전하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기회만 나면 4번 타자 박병호 예찬론을 펼친다. 김 감독이 주로 이야기하는 예찬론의 내용은 “박병호를 영입하지 않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것. 하지만, 박병호가 트레이드돼 넥센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해도 기대보단 우려가 컸다.
지난해 7월 31일 넥센에서 박병호, 심수창을 영입하려고 송신영과 김성현을 내줬을 때 많은 야구관계자와 팬은 “넥센이 또 한 번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그해 송신영은 마무리와 셋업맨을 오가며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김성현 역시 ‘장래 넥센 선발진의 심장’이라 불릴 정도로 기대가 컸다. 그에 반해 심수창은 18연패라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세우던 투수였다. 박병호 역시 LG에서 7년간 뛰며 통산 타율 1할 8푼 7리에 그쳤던 평범 이하의 선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트레이드의 최후 승리자는 넥센이었다. 시즌이 끝나고 송신영은 한화로 떠났고, 김성현은 승부조작에 연루되며 영구제명됐다. 반면 심수창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박병호는 넥센 4번 타자를 넘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우타 거포로 성장했다.
지난해 72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1리, 16홈런, 62타점을 기록한 박병호는 올 시즌엔 타율 2할8푼7리, 17홈런, 63타점으로 전반기에만 이미 지난해의 성적을 훌쩍 넘었다.
넥센 박흥식 타격코치는 “박병호가 4번 타자로 고정되면서 3번 이택근, 5번 강정호의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다”며 “박병호 효과로 넥센 중심타선이 8개 구단에서 가장 강력한 클린업 트리오가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넥센 3, 4, 5번 중심타선의 타율은 2할9푼5리다. 세 선수가 기록한 홈런과 타점은 도합 41개와 150개다.
# 노장 이호준의 부활과 ‘KIA의 오승환’ 박지훈
올 시즌 SK는 야구단이 아니라 야전병원에 가깝다. 주요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그라운드 대신 병원 침대에 누워있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후유증으로 풀이된다.
애초 SK 이만수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려 했다. 하지만, 부상선수가 속출하고 기존 선수들이 부진하며 이 감독의 팀 재편 구상은 ‘없던 일’이 됐다.
프로 16년차의 이호준은 동료들의 연쇄 부상과 부진 때문에 주전 자리를 확보한 경우다. 시즌 초까지 이호준은 시쳇말로 ‘감독 눈 밖에 난 선수’였다. 팀 워크숍에서 허락 없이 먼저 자리를 뜨면서 이 감독의 진노를 샀다. 이호준은 이 일로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지난해 타율 2할5푼3리, 14홈런, 62타점으로 부진했던 터라 이호준의 팀 내 입지는 시간이 갈수록 좁아졌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강했던 걸까. 이호준은 4월 14일 문학 한화전부터 26일 문학 두산전까지 6경기 연속 무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팀 내 마땅한 지명타자 자원이 없고, 이호준이 예년과 달리 몇 배로 노력하자 이 감독은 이호준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이호준은 4번 타자로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6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6리, 11홈런, 36타점으로 이호준은 이 감독의 기대에 실력으로 부응하고 있다. 이호준은 “지금 컨디션이라면 2005년 이후 한 번도 치지 못한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기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부상선수들이 회복하고, 기존 선수들이 제 컨디션을 찾을 때까지 최대한 팀 타선의 중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IA 선동열 감독은 ‘지키는 야구’로 유명하다. 5회까지 리드하면 강력한 불펜진을 바탕으로 6회 이후 실점을 최소화하는 수비야구를 구사해왔다. 삼성 시절엔 그게 가능했다. 안지만, 권혁, 정현욱, 권오준, 오승환 등 당대 최고의 불펜투수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KIA는 달랐다. 쓸 만한 불펜투수들이 적었다. 한기주는 부상으로 1군과 재활군을 오갔고, 과거 마무리였던 유동훈은 평균자책 5점대 투수로 전락했다. 믿었던 좌완 불펜 박경태와 심동섭도 평균자책 6점 이상을 기록하며 신뢰를 잃었다.
이때 선 감독의 눈에 띈 이가 우완 박지훈이었다. 올해 단국대를 졸업하고 1라운드에서 KIA에 지명돼 입단한 박지훈은 그리 주목받는 신인이 아니었다. 지난해 대학야구에서 노성호(NC)와 함께 가장 안정된 피칭을 선보였지만, 기복이 심하고 제구가 불안하다는 평을 들었다.
스프링캠프 때도 박지훈의 속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3, 144㎞에 머물렀다. 하지만, 선 감독은 박지훈의 예리한 슬라이더와 포크볼에 주목했다. 특히나 어떤 상황에서도 배짱 있는 투구가 마음에 들었다. 프로 데뷔 신인이었지만, 선 감독은 박지훈을 1군 불펜에 합류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붕괴된 불펜진에서 박지훈은 31경기에 등판해 2승2패 2세이브 9홀드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도 2.74로 매우 뛰어나다.
선 감독은 “7, 8회 위기 때마다 ‘누구를 올려야 하나’ 고민했는데, 지금은 박지훈이 있어 든든하다”며 “KIA에서 존재감만 따지자면 오승환이 따로 없다”라고 극찬했다. 원래 대졸 신인을 선호하던 선 감독은 박지훈의 성공으로 이번 신인지명회의에서도 구단에 “대졸 투수를 지명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 만년 유망주 유원상의 폭발과 박찬호의 고군분투
LG는 올 시즌 유독 가능성을 폭발한 선수가 많았다. 마운드에선 좌완 이승우, 신인 최성훈 야수진에선 김용의, 류강남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돌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즌이 흐를수록 1군보다 2군 경기에 더 자주 출전한다. 예외가 있다면 유원상이다.
지난해까지 프로 6년 차가 되도록 가능성을 실력으로 승화하지 못했던 유원상은 올 시즌 드디어 폭발했다. 39경기에 등판해 2승2패 3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 2.22를 기록하고 있다. 불펜 셋업맨 가운데 평균자책이 가장 좋다.
LG 김기태 감독은 “시즌 초 마무리 레다메스 리즈가 무너지며 봉중근이 부상에서 회복할 때까지 대체 마무리 요원이 필요했다”며 “그때 유원상이 마무리와 셋업맨으로 맹활약하며 팀이 몇 번이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화는 단연 박찬호다. 시범경기 때만 해도 박찬호의 구위는 형편없었다. 속구 구속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공이 한가운데로 몰렸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꺾이는 각도 인상적이지 못했다. 상대 타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저런 공으로 메이저리그에서 124승을 따냈는지 궁금하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하자 박찬호는 박찬호였다. 스트라이크 존 좌우를 이용하는 뛰어난 코너워크로 많은 삼진을 잡아냈고, 결정구 컷패스트볼로 땅볼을 유도했다. 7월 13일 기준 박찬호는 4승5패 평균자책 4.14를 기록 중이다. 김혁민에 이어 팀 내 다승 2위다. 14번의 선발등판 가운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를 6번이나 기록할 정도로 투구내용도 나쁘지 않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만약 박찬호가 없었다면 선발진을 어떻게 운영했을까 싶다”라며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는 마흔 살 투수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