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하버 초중반 ‘완행’ 결승선에선 ‘고속’
▲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마사회는 홈페이지 ‘출마정보’란을 통해 ‘경주로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이 정보를 이용하면 경주 당일의 주로 상태와 모래 보충 현황을 파악해 추리에 활용할 수 있다. 가령 전 구간에 걸쳐 다량의 모래가 보충됐다면, 일반적으로 경주거리가 늘어날수록 경주마들이 ‘모래 변수’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진다고 보면 된다. 반면 특정 구간에만 모래가 보충됐다면 해당 구간을 포함하는 거리의 경주에 ‘모래 변수’를 대입하면 될 것이다.
이번 주에는 최근 주행검사를 마친 신예마들 가운데 잠재력을 지닌 마필들 몇 두를 살펴보기로 한다. 신마는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청소년과 마찬가지다. 아직 걸음이 덜 여문 만큼 실전에서 제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처음부터 베팅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응원을 보내는 게 현명할 듯하다.
먼저 들여다볼 마필은 33조 마방의 국6군 2세 수말인 로지다. 6월 29일 주행조교심사 2경주(건조주로)에 53㎏ 부담중량(부중)으로 5번 게이트에서 김귀배 기수가 기승했는데, 다른 출주마들에 비해 스피드와 순발력이 돋보였다. 경주 초반 밀며 선두권에 나섰고(S-1F 기록 13.9), 그 뒤 7번마인 퀸즈스텝과 선행경합성 전개를 펼치다가 선두로 3~4코너를 돌고 직선주로에 진입했다. 이후 별다른 추진 동작 없이 간간이 고삐를 약하게 추진하는 정도로 걸음을 유지하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는데 여력이 있는 모습이었다. 주파기록은 1분 04.9초로 비교적 양호했고, 강하게 추진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라스트 화롱(결승선 직전 마지막 200m) 기록도 13.9로 괜찮은 편이었다.
이 마필은 불과 1주일 전인 6월 22일 주행조교심사에 나와 1분 07.1초의 기록으로 ‘불합격’ 판정을 받은 바 있었다. 그때도 경주 초반에 빠른 걸음을 보였으나(S-1F 13.8), 스피드가 뛰어난 미국산 신마 칩인버디로 인해 선행에 나서지 못하고 선입전개를 편 끝에 직선주로에선 걸음이 좀 무뎌지는 모습이었다. 선행으로 나섰을 때와 선입 전개 때의 뒷걸음이 사뭇 다른 점으로 보아 일단 선행 습성을 가진 마필로 여겨지나, 향후 힘이 붙으면 선입 전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불합격’ 당시에도 직선주로에서 강하게 추진하지 않고 제 걸음을 덜 냈기 때문이다.
미국 블랙타입 경주에서 4승과 2위 2회를 기록한 엑톤파크(평균 우승거리 1766m)의 자마로 혈통적 자질도 지녀 앞으로 실전 경험이 쌓이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부계 형제마로는 ‘불운의 명마’ 미스터파크와 금비(외1군) 등이 있다.
다음으로 살펴볼 마필은 14조 마방의 국6군 2세 수말인 오섬타이거다. 6월 29일 주행조교심사 3경주(건조주로)에 스위트프렌즈(외2군), 라이트이어엠(외3군) 등 상위군 외산마들과 함께 출주해 근성 있는 모습을 선보였다. 54㎏ 부중으로 이동국 기수가 8번 게이트에서 기승했는데, 경주 초중반엔 밀며 외곽 중위권에서 경주를 전개했다. 이어 직선주로에 들어선 이후에는 중반쯤 들어 몇 차례 채찍을 댄 뒤 별다른 추진 동작 없이 3위로 들어왔다. 주파기록은 1분 04.9초로 비교적 괜찮았고, 라스트화롱 기록(13.7)도 양호한 편이었다.
경주 초중반에는 스피드가 다소 부족한 듯한 모습이었으나, 직선주로에서는 결승선이 가까워올수록 오히려 걸음이 점점 살아났고, 상위군 마필들 사이에서 지지 않으려는 투지도 엿보였다. 부마는 대표적인 씨수말 중 하나인 엑스플로잇(평균 우승거리 1400m). 혈통적 잠재력을 지닌 마필이라 앞으로 조교를 통해 발주 능력 및 순발력을 향상시킨다면 제몫을 충분히 해줄 것으로 보인다.
36조 마방의 미국산 2세 수말인 네버렛미다운도 미래가 기대되는 신예 마필이다. 7월 6일 주행조교심사(불량주로)에서 54㎏ 부중으로 9번 게이트에서 최범현 기수가 말몰이를 했는데 경주 전반에 걸쳐 탄력적이고 여유 있는 걸음을 보여줬다.
발주 뒤 잠시 주춤했으나 별다른 추진 동작 없이 이내 선두권에 진출했고(S-1F 기록 14.3), 이후 4코너까지 외곽에서 선입전개를 펼쳤다. 직선주로에 들어선 뒤에도 고삐를 꾹 잡고 왔음에도 마필이 스스로 뛰는 모습이었고 뒷걸음(라스트 화롱 기록 13.4)도 양호했다. 주로 상태에 비하면 주파기록(1분 04.5초)은 무난한 편이었으나, 전 구간에서 거의 추진 동작 없이 경주를 전개해 여력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될 듯하다.
부마는 미국 경마에서 7전을 치르는 동안 블랙타입 경주에서 3승과 2위 1회를 기록한 샤프휴머(평균 우승거리 1350m). 이 마필은 지난 2005년 벨몬트 파크에서 열린 1400m 블랙타입 경주(모래주로)에서 1분 22.14초의 호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었다.
54조 마방의 미국산 2세 수말인 스페셜하버는 당장의 기대치가 높진 않지만 잠재력을 지닌 신예 복병마다. 7월 6일 주행조교심사 4경주에서 53㎏ 부중으로 장추열 기수가 기승했는데 경주 초중반과 직선주로에서의 걸음이 판이하게 달라 눈길을 끌었다.
당시 발주 이후 약간 주춤하면서 맨 후미로 처진 뒤(S-1F 기록 16.8), 4코너까지 후미권의 마필들과도 100m 가까이 거리가 벌어진 채 경주를 전개했다. 하지만 직선주로에 들어선 뒤에는 탄력이 살아나면서 빼어난 뒷걸음(라스트 화롱 기록 11.9)을 보였다. 비록 1분 05.6초의 주파기록으로 8위에 그쳤지만, 결승선을 통과한 이후엔 이내 중위권 마필들을 따라잡을 정도로 탄력적이었다. 한마디로 비교하자면 초중반의 걸음이 ‘완행열차’였다면 직선주로에선 ‘고속전철’이었던 셈이다.
아직 발주능력과 순발력이 부족한 상태지만 탄력을 붙였을 때 나오는 가속도가 상당해 향후 맞춤형 조교를 통해 단점을 보완한다면 실전에서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마에서 6전을 치르면서 블랙타입 경주 2승을 포함해 4승을 기록한 록포트하버(평균 우승거리 1450m)의 자마로 외1군에서 활약 중인 뽀빠이가 대표적인 부계 형제마다.
이장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