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일대서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열려…안전사고 없어
- 기가연, 대구퀴어+이슬람='퀴어슬람' 중단 촉구
- 대구시 vs 경찰 물리적 충돌…격한 설전 진행 중
[일요신문] 말 그대로 '독특했다(Queer)'. 1970년 6월 뉴욕 경찰의 동성애자 연행으로 촉발된 퀴어문화축제가 올해 6월 대구에선 경찰들의 보호 속에서 이뤄졌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의 강력한 반대 의지 표명과 함께 동성로상점가상인회·대구기독교총엽합회 등의 집회 금지 요구도 있었지만, 대구지법의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예정대로 진행됐다. 축제를 둘러싸고 양측간 심리적 마찰은 컸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오히려 경찰과 공무원과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지난 17일 대구에서 열린 '2023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Daegu Queer Culture Festival)'의 극한 대립의 현장을 '일요신문'이 찾아갔다.
기사는 △주최측 입장 △반대측 입장 △시민 의견 △대구시-경찰 간 대립 △법원의 입장 △해외 퀴어축제 사례 △UNDP 한국 성평등 백래시(Backlash·반발 행동) 지적 순으로 썼다.
# '우리는 이미'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안전히 마쳐
-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 "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 오고, 개가 짖어도 기차 간다"
17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중앙로역 1번 출구 일대에 가장 눈에 띈 것은 경찰 병력이었다. 성소수자·지지자 그리고 반대자들보다 훨씬 많은 경찰이 세네 겹씩 벽을 이뤄 사이를 갈라 놨다.
예전과 달리 성소수자들의 참여 숫자는 줄었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과도한 노출은 없었다. 부스는 동일하게 40여 곳으로 운영됐고 행사는 질서 정연하게 마무리됐다. 부스에는 일반 시민처럼 그림, 운동, 등산, 디자인, 스터디, 영화, 다도, 보드, 게임 등을 마음껏 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안전한 병원, 서점, 카페, 법률사무소 등을 원한다는 글도 눈에 띈다. 포스트잇 투표 가운데 '직장 내 '커밍아웃(coming out)' 여부를 두고 상당수가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노동조합 가입은 '하지 않았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들이 평상시 자주 겪는 언어폭력으론 '너 왜 남자처럼 하고 있니? 우리 팀에는 성소수자 뭐 이런 애 없지? 여자인 줄 알았는데? 민증 좀 보자' 등이다. 이런 사회 환경 속에서 성소수자임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한켠에는 자신 자녀들의 성정체성을 존중하는 '성소수자부모모임(PFLAG Korea)' 부스도 눈에 띈다.
슬로건은 '우리는 이미'다. 이미 존재하니까 많은 사람과 함께 나아가길 원한다는 뜻이다. 성소수자·인권 지지자들은 매년 6~7월 문화축제를 연다. 소수자는 어디에나 있음을 알리고, 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혐오 멈추며 함께 살아가자는 명분이다. 특히 도심을 행진하는 이유는 항상 숨어서 자신의 존재를 숨기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단 하루만 온전한 자기 모습으로 시내를 걷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LetzRatz',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등의 무대 공연에 이어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 Nolan Barkhouse 미국 영사관 등 영국·스위스·아일랜드 인사들, 정의당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배진교 대표는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날 아침 대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행정대집행이 벌어졌다. 이는 반헌법, 반행정, 반인권의 홍준표 대구시장의 혐오 정치"라며, 홍 시장와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에 대해 대립각을 세웠다.
이어 "반대자들의 집회도 보장이 돼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집회자들의 평화로운 집회를 할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 자신들의 종교에 반한다고 해서 축제를 불법으로 낙인찍고 편견을 조장해 혐오와 차별을 일으켜 사회 갈등으로 만드는 것을 멈추길 부탁한다"며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마무리 지었다.
이들은 자긍심 퍼레이드, 웰컴 무대를 끝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반대 측과의 심리적 마찰은 있었지만, 경찰의 중재로 물리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2023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연대하는 기관·단체는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 △주한미국대사관 △주부산미국영사관 △주한호주대사관 △주한뉴질랜드대사관 △주한영국대사관 △주한EU대표부 △주한노르웨이대사관 △주한덴마크대사관 △주한스웨덴대사관 △주한필란드대사관 △주한독일대사관 △주한프랑스대사관 △주한스페인대사관 △주한아일랜드대사관 △구글코리아 △이케아코리아 △텐가코리아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한국여성단체연합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민주노총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노동당 △국회의원 금태섭·류호정·심상정·이정미·현애자 등이다.
# 기가연, "대구퀴어슬람 중단하라"
- 과장된 성소수자 차별, 국민 기만·왜곡된 성문화 가치관 강요
같은날 '대구퀴어슬람 규탄(6·17국민대회·기도회)도 대구 중앙네거리에서 열렸다.
기독교가치 수호연합이 주최하고, 대구대현동국민주권핌해범국민대책위원회·국민주권침해범국민대학위원회 등 시민단체가 주관한 규탄대회에선 '대구퀴어축제'와 '대현동 모스크 건립'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장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요약하면 '동성 간의 성행위 미화는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들을 성적 타락으로 부추긴다. 과장된 성소수자의 차별은 국민 기만행위이자, 왜곡된 성문화 가치관 강요이다. 평범한 대다수 국민들을 혐오 세력으로 낙인찍고 범죄자 취급한다. 젠더 이데올로기 강요로 세대 간의 갈등을 부추친다' 등으로 오히려 역차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있다.
특히 홍 시장을 겨냥해 '이슬람과 기독교의 뿌리가 같다'라는 발언을 망언이라 하며 사과할 것과 함께 다문화사회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대현동의 모스크 사원 건립을 즉각 중단하고, 경찰청장과 법무부 장관이 이슬람 유학생을 전수 조사해 불법 적발 시 강제 추방할 것도 촉구했다. 대다수 언론의 편파·왜곡 보도로 스스로들이 '차별주의자, 외국인 혐오 세력으로 모함당하고 마냐사냥을 당했다'는 입장도 호소했다.
이들은 퀴어문화축제 행렬을 따라다니며 피켓시위를 이어갔다. 피켓에는 'No 평등법, 동성애 옹호, 이슬람 지지하는 차별금지법 Stop, 국민 역차별 매국 행위 앞잡이 문화사대주의 OUT, 비정상적 성적지향 합법화하려는 차별금지법 반대. 남자로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남자, 여자로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여자, 국내 청소년 HIV. AIDS 폭증. 원숭이두창 폭증, A형간염 폭증 등이 적혀있었다.
# 시민들 "내 남친만 안 꼬시면 돼"vs"내 아이 본받을까 봐 무섭다"
- 연령대 따라 시각 차이 있지만…상당수 '무관심'
시민들 상당수는 '별로 관심 없다'였다. 다만 연령대가 낮을수록 퀴어문화에 대해 '하루쯤 길 지나갔다는 데 굳이 나쁠 게 없다'라는 입장이었고, 연령대로 높을수록 불편하다는 경향을 보였다.
남자친구와 함께 동성로의 한 커피숍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20대 여성은 "이미 드라마, 방송사, 소셜미디어에 동성애 관련 내용은 쏟아진다. 커밍아웃한 해외 유명 배우가 한둘이냐. 그 사람들 다 막으면 이미 넷플릭스 등 OTT는 한국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나에게만 피해 안 주면 상관없다. 특히 내 남친만 꼬시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시내에 나온 40대 부부는 "내 딸이 이제 6살인데 저런 축제 문화에 물들까 봐 걱정된다. 사실 다른 데서 무엇을 하든 상관 안하겠는데 굳이 전국에 몰려와서 저렇게 행사하고 도심 교통을 방해하는 것은 좀 아닌 거 같다"고 했다.
교회에 다닌다는 60대 여성은 "동성애는 성정체성에 문제가 생긴 이들이 겪는 질환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보수기독교의 지나친 반발이 오히려 저들을(성소수자) 부추기는 것 같다. 특히 같은 기독교인이지만 피켓 내용이 너무 저질이라서 보기 민망했다"고 지적했다.
# 대구시-경찰, 물리적 충돌 '극한 대립'
- 홍준표 시장 "완전한 지방자치 경찰 시대라면 내가 즉각 파면 했을 것"
-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 "자신 속이고, 남도 속이려는 '자기기인' 아닌가"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앞서 현장에선 대구시와 경찰 간의 유례없는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부상자까지 나왔다.
경찰은 기동대 20개 중대 1400명, 교통·일반직원 200명 등 총 1500여 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이에 맞서 중구청은 퀴어문화축제를 불법 도로점용으로 간주하고 행정대집행을 위해 직원 500여 명을 파견했다. 이날 오전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축제 관련 행사 차량이 진입하자 공무원들은 도로 불법 점용을 막으려고 몸을 던졌다. 경찰은 이에 맞서 벽을 치면서 충돌이 30여 분간 일어났다.
퀴어문화축제를 두고 시는 '불법 도로 점거'으로 봤고, 경찰은 '보호해야 할 집회'라고 의견 차가 극명하게 갈린 것이다.
'도로법 제74조(행정대집행의 적용 특례)'를 요약하자면 반복·상습적 도로점용허가 받지 않는 경우, 도로 통행·안전를 확보 위해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을 두고 '행정대집행법'을 할 수 있다. 대구경찰은 '행정대집행 특례를 적용할 수 있는 사항이 없어 천막 철거를 강제할 수 없다'고 봤고, 대구시는 '도로법 제74조에 따라 불법 도로 점거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입장 차이를 보였다.
어쨌든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주최 측과 반대 측의 큰 마찰 없이 안전하게 치러졌다. 하지만 대구시와 대구경찰은 전례없는 물리적 충돌에 이어 날 선 설전을 이어갔다.
대구시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는 "불법 도로점거를 방조한다며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겠다는 홍 시장은 검사 출신으로 누구보다 법을 잘 아시는 분인데 왜 이러시는지 의문이다"며 "자신을 속이고, 남도 속이려는 '자기기인(自欺欺人)' 아닌가"며 대립각을 보였다.
홍준표 시장은 "공도를 불법으로 무단 점거하고 경찰의 호위까지 받아 가면서 시민들의 자유 통행권을 막는 것은 그 자체가 불법이고, 그런 것을 옹호하고 시민 불편을 초래한 대구경찰청장은 교체됐으면 한다"며 "더 이상 그런 대구경찰청장을 믿고 대구시 치안을 맡기기 어렵다. 완전한 지방자치 경찰 시대라면 내가 즉각 파면 했을 것이다"고 강경 수위를 높였다.
# 법원 "제한되는 상인 재산권보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
대구지법 제20민사부(부장판사 김광진)는 앞서 동성로 상인회,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대구퀴어반대대책본부 등이 낸 대구 퀴어문화축제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란 점, 그간 퀴어문화축제에서 폭력적인 집회로 진행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종합 고려한 것이다.
재판부는 "상인회 등은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를 피보전 권리로 주장하고 있지만 권리 제한에 대한 급박한 위험의 내용이 모호하다"면서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이 그러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집회가 실제로 열리는 경우 상인들의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가 제한될 여지는 있으나 집회가 1년에 한 차례 토요일에 개최될 예정이고, 당초 신고한 시간보다 짧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집회 개최로 제한되는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 제한 정도가 표현의 자유 정도보다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 퀴어축제, 다른 나라는 어떨까?
퀴어 축제는 세계적으로 용인하는 추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뉴욕·로스앤젤레스, 캐나다 토론토,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호주 시드니에선 매년 6월 퀴어 축제가 열린다. 일본 도쿄·오사카·후쿠오카는 물론, 중국의 경우도 제한적으로 상하이·베이징·광저우 등에서 퀴어축제를 한다.
매년 6월에 열리는 이유는 퀴어축제의 시초는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1970년 6월 28일 '스톤월 사건(Stonewall uprising)'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찰이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의 '스톤윌 인'이란 술집에서 동성애자를 연행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벌인 것을 계기로 전 세계에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축제가 생겨났다.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로는 'LGBTQ+(Lesbian·Gay·Bisexual·Transgender·+·)'가 있는데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터, 그리고 또 다른 성 정체성의 소수자를 뜻하는 '+'가 추가된 것이다. 특히 퀴어는 인권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성적 이분법과 지향성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추구하자는 움직임이 강해 사회적 다양성과 포용성으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은 2000년 대학로 일대를 시작으로 매년 6~7월 서울, 대구, 부산, 전주, 인천, 광주, 경남, 춘천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LGBTQ+'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예술, 토론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 중하고 있지만 현재 전주, 광주, 부산, 그리고 대구에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퀴어(Queer)'라는 뜻은 '독특하다' 또는 '이상하다' 등의 부정적 의미가 강했지만, 20세기 후반부터 다양한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을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 UNDP, 한국 성평등 인식 '최악'…성 소수자도 받아들여야?
최근 한국은 성평등 '백래시(Backlash·반발 행동)'가 개도국보다 심한 국가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12일 UN 산하 유엔개발계획(UNDP)의 젠더사회규범지수(GSNI)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독일·싱가포르 등 세계 10개국 중 7개국의 성차별 인식은 진일보했다. 하지만 한국은 칠레 다음으로 '성별에 대한 편견 없는 인구 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 37개국 조사에선 성평등 인식이 가장 많이 악화된 나라라고도 집계됐다.
한국은 2018년 'Me too', 2020년 성착취 'n번방' 등 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Feminism)'이 부각됐다. 사회운동으로 평가받는 이면엔 성별 대결이라는 갈등 구도도 함께 드러났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외부적 요인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처벌법 무고죄 신설, 이대남 공약 등 내부 정치적 요인이 성평등 추락이란 결과를 가져왔다고 인권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인권 전문가 관계자는 "OECD 국가 가운데 저출생 1위, 성별 임금 격차 1위, 빈곤한 청년세대 등 퇴보한 한국 인권의 시간을 만회화기 위해 여성은 물론 성소수자들의 존중과 관련 사업 활성화 등의 획기적인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