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도박중독…시댁은 나몰라라”
▲ 동갑내기 사업가와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알려진 박희정이 이혼을 결심한 데는 기구한 속사정이 있었다.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1996년 15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호주 국가대표로 발탁됐던 박 씨는 2001년 LPGA 윌리엄스 챔피언십 우승, 2002년 빅애플클래식 우승을 연달아 거머쥐는 등 프로골퍼로서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2006년 동갑내기 사업가와 결혼한 박 씨는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스타 프로골퍼로서의 입지를 구축해왔다. 박 씨는 결혼 3년 후 아들을 출산하는 등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박 씨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혼을 결심하게 된 걸까.
만남에서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같은 러브스토리로 주변의 부러움을 샀던 이들 부부가 결혼 6년 만에 파경에 이르게 된 내막을 알아봤다.
박 씨는 지난 2006년 12월 국내 모 호텔에서 동갑내기 사업가 장 씨와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다. 박 씨의 팬이었던 장 씨가 교제 3개월 만에 호텔 스카이라운지를 통째로 빌려 청혼한 일화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린 이들은 두바이로 신혼여행을 떠났고 이후 미국에 위치한 박 씨의 집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박 씨의 결혼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유는 화려한 결혼식 때문만은 아니었다. 남편 장 씨가 호남형 외모에 재력가의 아들로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 씨가 털어놓은 남편의 실상은 알려진 것과는 달랐다. 박 씨는 “남편은 도박에 심각하게 중독된 사람이었다. 하지만 결혼 전 시댁에서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 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물론 국내 하우스 도박판 등을 전전했고 결혼 패물까지 탕진할 정도로 심각한 도박증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불길한 조짐은 결혼 전부터 있었다. 약혼 한 달 즈음 지난 2006년 2월 박 씨가 SBS 오픈 출정식에서 라운딩을 펼치고 있을 무렵이었다. 박 씨는 경찰로부터 남편의 자살을 연상시키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희정이를 사랑하고 미안하다’는 내용의 자필유서와 신발 한 켤레만을 남겨두고 장 씨가 원효대교에서 행방불명됐다는 것이었다.
경기를 포기하고 아버지와 함께 경찰서로 간 박 씨는 시아버지로부터 “사돈에게 죄송하다. 아들이 죽었으니 따님 운명이라 생각하시고 여기서 끝을 내자”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박 씨는 “결혼을 앞두고 자살한 이유를 알 길이 없어 억장이 무너졌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장 씨의 자살소동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그 이유가 더 충격적이었다. 당시 불법 하우스도박에 빠져있던 장 씨는 거액을 탕진하고 사채업자들에게 쫓기고 있었던 것이다.
박 씨는 “조기유학으로 홀로 외국에서 지내던 남편은 도박에 빠졌다고 한다. 친구의 학비까지 몽땅 날린 적도 있다고 했다. 도박 관련 사고를 칠 때마다 부모님께 혼이 났던 남편은 두려운 마음에 자살소동을 벌인 것이었다”고 전했다.
박 씨의 아버지는 “사실 파혼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불행했던 가정사를 털어 놓으며 용서를 구했고, 사돈 쪽에서 급하게 결혼 날짜를 잡는 바람에 결국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미국에서 신혼살림을 꾸렸다. 박 씨가 무직인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져야 했지만 부부간 큰 불화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혼생활 1년이 채 되지 않은 2007년 11월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장 씨가 박 씨의 이름을 팔아 3억 원을 대출받고 그 돈을 도박으로 탕진한 것이다.
2009년 6월 아들이 태어나면서 회복되는 듯했던 부부사이는 아들 출생 4개월이 지난 무렵 장 씨가 1억여 원을 또다시 도박으로 탕진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1000달러를 10만 달러로 불리겠다는 무모한 생각으로 도박을 한 장 씨는 갖고 있는 돈을 몽땅 잃었다. 하지만 장 씨는 자동차를 저당잡힌 것도 모자라 본가의 귀금속과 결혼 패물, 돌반지에까지 손을 댔다고 한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여러 방법으로 도박자금을 마련하고 도박판을 전전했던 장 씨는 결국 모든 돈을 탕진했는데, 유명 골프선수인 아내 박 씨의 이름을 팔아 돈을 빌리기도 했다는 것이 박 씨 측의 주장이다.
박 씨는 “남편은 2년에 한 번꼴로 도박으로 인한 사고를 치고 잠적하기를 반복했다. 혼자 아들을 돌보며 경기에 출전하는 동안에도 시댁은 모든 상황을 외면했다. 심지어 남편이 2009년 11월 부산에서 또 한 차례 자살소동을 벌이는 것을 우리 아버지가 간신히 찾아내 수습했을 때도 시댁은 ‘사돈이 알아서 챙겨주시라’며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남편의 ‘뒤처리’였다. 박 씨는 “남편은 내 이름을 팔아 돈을 빌리고 잠적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새벽에도 ‘남편이 빌린 돈을 갚으라’는 협박 전화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그간 박 씨는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심지어 지난해 여름에는 남편에게 재결합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남편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박 씨의 아버지는 “결혼 후 사위의 도박문제를 상의하러 사돈을 찾아갔는데 ‘우리 아들 도박꾼인 거 모르셨나요’라고 하더라”며 울분을 토했다.
아들을 제대로 보살피기 위해 고심 끝에 이혼을 결심했다는 박 씨는 현재 남편 측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박 씨는 이혼 문제가 마무리되는 대로 골프에 전념, 제2의 전성기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혼과 관련 남편 및 시댁 측의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시댁의 도우미 아주머니는 7월 19일 전화통화에서 “다들 부재중이다. 모두 외국에 있다”고 말했다. 남편 장 씨의 휴대폰은 물론 박 씨의 시아버지 휴대폰에 음성메시지도 남겼지만 끝내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