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한 그레타 거윅 감독·마고 로비·아메리카 페레라 “모두가 완벽한 사람이란 것 깨닫는 경험되길”
7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영화 '바비'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마고 로비와 아메리카 페레라, 그레타 거윅 감독이 참석했다. 당초 남자 주인공 '켄' 역의 라이언 고슬링의 참석도 예정돼 있었지만 내한 직전 부득이한 사유로 불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바비'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마고 로비 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로 한국 관객, 특히 여성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출신 감독 그레타 거윅의 신작이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바비 인형을 말하면 모든 사람들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바로 그 전형적인 이미지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금발에 늘씬한 몸매를 가지고 늘 웃는 얼굴을 한 바비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마고(로비)의 전형적인 바비의 모습은 한마디로 누군가 '바비'라고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이미지다. 사람들이 굉장히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하면 된다"라며 "제가 어릴 땐 어머니가 바비 인형을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런 모습들이 스테레오 타입이어서 그랬다"고 설명했다.
'바비' 속에는 마고 로비의 전형적인 백인 미녀 바비 외에도 흑인 바비, 장애를 가진 바비, 뚱뚱한 바비, 키가 작은 바비 등 다양한 모습을 한 '바비들'이 등장한다. 바비 인형을 말하면 떠올리는 스테레오 타입을 넘어서서 각자의 성장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게 그레타 거윅의 이야기다. 그는 "이제는 바비의 모습이 굉장히 다양하다. 그것을 보시면 이 모든 여성들이 곧 바비이고, 모든 바비가 곧 여성이라고 할 정도다. 바비의 정체성이 모든 사람들의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보면 된다. 이런 정체성이 분배된다는 게 정말 멋진 아이디어였고, 그 부분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굉장히 좋았다"라고 제작 과정과 의도를 설명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바비 그 자체"라는 극찬을 받은 마고 로비는 실제론 바비 인형과 먼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밝혀 취재진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보이지만 저는 어릴 때 바비 인형을 많이 가지고 놀진 않았다. 진흙탕에서 노는 스타일의 여자아이였고 주머니에 도마뱀을 넣어 다녔다"라며 "저 말고 다른 아이들은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았기 때문에 친구 집이나 친척 집에서 그것으로 함께 놀았던 적이 있다. 장난감은 자기 자신을 반영하는 도구가 된다. 그것들을 가지고 어른들을 이해하면서 한편으론 '왜 이럴까'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자신의 배역에 대해 "전형적인 바비이자 스스로를 박스 안에 가둔 바비"라고 소개하면서도 애정을 아낌없이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바비는 바비랜드 안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정형화 돼 있다. 그러다 현실로 나아가 실제 세계와 글로리아(아메리카 페레라 분)와의 연결성을 경험하며 모든 기대를 실현하는 것은 모순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기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 역시 당연히 있었다. 이미 바비 자체에 너무나 많은 팬이 있고 바비 인형이 가진 콘셉트가 얼마나 많은 의미를 갖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라며 "영화를 통해 바비를 좋아하지 않는 그레타 거윅 감독님의 어머니처럼 그런 분들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나. 모든 사람들이 관람 후 본인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고 로비는 '바비'에서 연기 뿐 아니라 제작을 맡기도 했다. '바비'의 연출을 그레타 거윅에게 먼저 제안한 것 역시 그였다. 마고 로비는 "배우로서 그레타의 작품들을 굉장히 오래 봐 왔다. 그는 내 친구이며, 굉장히 매력적이고 똑똑한 데다 친철하고 카리스마도 있다"라며 "감독으로서도 작품을 보면 비전이 뛰어난 감독이란 생각이 든다. 영화에 대한 지식, 영화사, 감독과 제작 기술에 대해서도 박학다식하며 그에 대한 존중과 존경심도 가지고 있다. 그런 분과 작업을 하는 데 머뭇거릴 이유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바비랜드에서 현실세계로 뛰쳐 나온 바비와 '연결성'을 갖게 되는 바비 인형의 제조사 '마텔'의 사람 직원 글로리아 역을 맡은 아메리카 페레라도 앞선 두 사람과 함께 이번이 첫 내한이었다. '어글리 베티'의 주인공으로 한국에서도 사랑을 받은 아메리카 페레라는 "나 역시 그레타 거윅 감독이 성인 여성의 이야기를 바비 인형을 통해 한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바비'가 우리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영화를 통해 제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우리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우리를 축하하고, 우리가 우리의 가장 최고 버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하게 태어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라며 영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여성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능한 그레타 거윅 감독의 '바비' 역시 여성들의 시선에서 본 여성들의 재해석과 창조를 담고 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저는 여성에 관심이 있고, 영화를 좋아하고, 여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행동들을 하려는지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게 제 기본적인 면이며 그런 호기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는 게 커리어적 발전에 도움이 됐다"라며 "제 머리속에 영화화하고 싶은 주제들이 더 있지만 한 작품을 하는 데 3~4년이 걸린다. 다작을 할 수 있는 성격과 환경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기대를 더했다.
한편, 영화 '바비'는 7월 19일 개봉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