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가스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 낮아…임금 인상분 반납 등 자구책에 내부 불만 목소리도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한국가스공사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13조 9795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7조 9299억 원으로 28.3%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126억 원에서 5884억 원으로 35.5%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7361억 원에서 1394억 원으로 무려 81.1% 감소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이에 대해 “차입금 증가 및 이자율 상승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가스공사의 1분기 실적 발표 후 정부는 가스요금을 인상했다. 정부는 지난 5월 16일부터 주택용 가스요금을 메가줄(MJ) 당 18.3951원에서 19.4395원으로 약 1.04원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4인 가구 한 달 가스 사용량을 3861MJ이라고 가정하면 월 가스요금이 약 4400원 증가하는 셈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은 가스요금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한국가스공사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며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가스요금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는 사이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쌓여만 가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가스 매입 가격이 판매 단가보다 높아 회수하지 못한 비용을 뜻한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18년 당시 4826억 원에 불과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이슈가 불거지면서 올해 3월 말 14조 2919억 원까지 늘었다. 회계상 흑자를 거뒀지만 현금흐름은 적자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가스공사는 그간 차입금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한국가스공사의 총차입금은 2021년 말 26조 4947억 원이었지만 현재는 40조 원이 넘는다. 이에 따라 한국가스공사의 이자비용도 지난해 1분기 35억 9000만 원에서 올해 1분기 45억 500만 원으로 25.49% 증가했다. 한국가스공사가 설명했듯 이자비용 증가는 당기순이익 감소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가스공사는 미수금을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지 않고 있다. 미수금을 손실 처리하지 않은 이유는 추후 가스요금이 인상될 경우 미수금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5월 인상한 가스요금 수준으로는 미수금 회수가 어려울 전망이다. 여전히 가스 매입 단가가 판매 단가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불안한 국제 정세가 지속되면서 당분간 가스 매입 단가 인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예상보다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으며 미수금 증가 추세는 현재 진행형이다”라며 “하반기 가스 수입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15%의 요금 인상은 있어야 미수금 증가 추세가 멈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지난 5월 인상한 가스요금의 인상률은 5.68% 수준이었다.
한국가스공사의 재무 개선을 위해서는 가스요금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당분간 가스요금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그간 가스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인상했지만 가스요금은 동결시켰다. 지난 4월에도 가스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결국 동결됐다.
정부와 여당은 현재도 가스요금 인상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6월 2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예측 수준이지만 후반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인상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전기·가스요금 동결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2024년 4월 총선 이후 가스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선거를 앞두고 가스요금을 인상하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2026년 지방선거 전까지는 당분간 큰 선거가 없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총선 전까지는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라 판단한다”며 “총선 이후인 2024년 5월부터 2025년까지는 정치적 이슈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시기라 의미 있는 수준의 요금 인상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다른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한전)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한전은 지난해 32조 655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정부가 전기요금을 조금씩 인상하면서 적자폭이 줄어드는 추세다. 조만간 한전의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전에 대해 “여름철 에너지 가격과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면서도 “몇 년간 지속됐던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가스공사는 자체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5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고강도 자구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선 2급 이상 임직원의 올해 임금 인상분 전부를 반납하고, 인력 운영의 효율성 등을 통해 운영비용을 절감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가스수급 안정에 직접 영향이 없는 사업비 1조 4000억 원을 이연·축소할 방침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이어 지난 6월 29일 5억 달러(약 6530억 원) 규모의 글로벌 채권도 발행했으며 오는 2024년에는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한국가스공사 재무에 대한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승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 6월 27일 “현재의 미수금 규모와 연간 2조 원 내외의 설비 투자 계획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차입금이 크게 축소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한국가스공사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가스공사는 노동조합에게 비상경영체제에 대한 동참을 공식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고통을 분담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관계자는 “아직 사측과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간 것은 없지만 외적인 이유로 원료비가 급등하고 있는데 이는 직원들의 임금을 깎아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한국가스공사 전체 지출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오히려 가스에 부과되는 세금을 감면하면 실질적으로 요금이 인하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가스요금 인상은 정부의 결정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알기 어렵다”며 “가스요금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기 때문에 전 직원도 열심히 노력해달라는 의미로 동참을 요청한 것이고, 어떻게 협의가 될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