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 임원 퇴직금 미지급에서 절반 지급으로 변경…발전 공기업들 “권익위 권고안 따른 것”
한전, 한국수력원자력 및 5개 발전 공기업(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은 최근 퇴직금과 관련한 임원 연봉 규정을 개정했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임원이 업무와 관련해 회사의 명예와 품위를 손상시킴으로써 회사에 중대한 손해를 초래한 사유로 해임된 경우’에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규정을 개정하면서 물의를 일으킨 임원도 퇴직금의 절반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한전 등 발전 공기업은 임원이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임된 경우’에 퇴직금의 절반을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을 개정했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산업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14개 공공기관에서 총 59명의 임직원이 금품·향응 수수로 해임·파면됐다. 그런데 이들에게 지급된 퇴직금은 총 41억 5000만 원에 달한다. 엄태영 의원은 당시 “부패·비위행위로 금전적 이득을 취해 해임된 자들에게도 국민의 세금으로 퇴직금을 지급하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한전 등 발전 공기업은 해임된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비판을 덜 받았다. 하지만 최근 규정을 개정하면서 물의를 일으킨 임원에게도 퇴직금 절반을 지급할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한전 등 발전 공기업은 규정 개정 이유에 대해 퇴직금 지급 제한 사유가 불명확한 관계로 실질적인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기준이 아닌 ‘회사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는 식의 모호한 기준으로는 적용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퇴직금 절반을 지급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권고를 따랐다는 입장이다. 권익위는 지난해 5월 의결서에서 해임 임원 퇴직금과 관련해 “현행 임원 퇴직금 삭감 제도를 운영 중인 공직유관단체의 70%가 퇴직금의 2분의 1을 삭감하는 점 등에 비추어 2분의 1 삭감을 권장한다”며 “전액 삭감 등 기관 특성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설정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한 발전 공기업 관계자는 “권익위 권고안에 따라 2분의 1을 삭감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며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이 파면·해임되는 경우에도 퇴직금의 일부를 삭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