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 “이승만 재평가와 국민 통합 계기 만들 것”…피해자단체 “4·19혁명 기념관도 같이 건립하라”

또한 4·19혁명에 참여했던 이영일 전 의원, 주대환 (사)죽산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등도 추진위원으로 참여했다. 추진위가 이 전 대통령 명암을 균형 있게 다룰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던 이유다. 추진위 내부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나왔다.
개인자격으로 추진위에 참여했다고 밝힌 주대환 부회장은 일요신문 통화에서 “기념관에는 당연히 객관적으로 공과가 다 포함돼야 한다. (기념관을 반대하는) 분들의 걱정과 우려는 일리가 있다”며 “초대 대통령이니까 ‘국부(國父)’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면 기념관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그렇게 하니까 반발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위원 대다수가 뉴라이트 역사관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전 대통령 과오가 다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뉴라이트 인사들은 이 전 대통령을 국가의 아버지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주 4·3사건과 4·19혁명 등도 이 전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역사관을 갖고 있다.
추진위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기념관 건립이 좌우 이념대립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어느 대통령이든 공과가 다 있다. 초대 대통령 기념관 하나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어쨌든 우리나라는 건국에서부터 산업화와 민주화를 다 겪었다. 이제는 그다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민 통합과 화합이 아버님의 유훈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4·19혁명, 제주 4·3사건 관련 단체와 유가족들은 기념관 추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4·19혁명 당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식물인간이 된 한영목 씨 아들 한성기 4·19 유족회 실장은 “반대한다. 다른 유족회 회원들도 전반적으로 반대하는 입장 쪽에 있다”고 말했다. 한 씨는 “4·19혁명 기념관도 없다. 이를 만들기도 전에 이승만 기념관부터 만든다고 하니까 반발심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만 대통령의 과오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양유석 제주4·3연구소 간사는 “제주 4·3사건이 커지게 된 것은 이승만 대통령 책임이 크다”고 반박했다. 양 간사는 “이념 대립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진 희생이고 학살이라는 논리가 나온다. 제주 4·3 사건 유가족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정중섭 4·19혁명희생자유족회 회장은 기념관을 4·19혁명 기념관과 함께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대해서는 반대를 안 한다. 그러나 절차가 있다. 4·19 기념관하고 같이 건립하면 국민 화합 차원에서 옳은 일일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 유족들과 관련 단체 반발에 대해서 김현철 이사장은 “당사자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 다 상처들이 있다. 그렇지만 (이 전 대통령이 국가를 세울 때의) 건립 취지에 대한 것을 일단 공감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물론 (추진위 안에) 편향된 분들도 있다”면서도 “추진위가 다 구성된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중에라도 유족과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국민 통합이 목적’이라는 기념관 측 입장에 대해 반박했다. “추진위원들이 사회를 대표하지 않는다. 대표를 해달라고 시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것도 아니다. 무슨 자격으로 역사적 화해를 논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방 기획실장은 “이승만 대통령을 재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안 한다. 이승만 학당이 있고, 이승만 관련 책도 있다. 이승만 TV도 있다. 기념 사업회도 있다”면서 “굳이 혈세를 들여서 건물을 세우고, 그 안에서 이 전 대통령을 기념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 기획실장은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기념관을 세금으로 만드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라고 반문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