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 부문 보완, 신세계 고객 데이터 확보는 덤…카카오페이·삼성페이 등 입지 견고해 쉽지 않단 평가도
#간펼결제 시장 승부수 던진 토스
토스는 지난 6월 26일 쓱페이와 스마일페이의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쓱페이와 스마일페이 사업부 지분을 전량 매각할 예정이다. 토스가 매각 대금 일부를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간의 협력관계가 한층 긴밀해지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토스와 신세계는 올해 안에 매각 절차를 완전히 마무리하는 데에 잠정 합의한 상태로 7월 첫째주부터 본격적인 실사(기업가치평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 입장에서 결제시장 장악은 오랜 숙원 사업이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창사 초기부터 고객 금융활동의 절반을 차지하는 결제 시장 공략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도에 LG유플러스의 전자지급결제대행(PG) 사업부를 인수한 것도 그 일환이다. LG유플러스의 가맹점과 협력사 계약을 모두 인계받은 토스페이먼츠는 PG업계 최상위권 사업자로 출범해 현재 NHN한국사이버결제와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토스가 기존에 존재하던 사업부를 인수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최상의 효과를 경험했다. 이 때문에 신세계그룹의 페이 사업부 매각 방침이 알려지자 처음부터 토스의 참전이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토스는 그간 간편결제 시장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토스의 페이 서비스가 출범한 건 2015년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 결제 가맹점 수는 약 2만 5000곳에 불과하다. 업계 상위권을 차지한 경쟁사들의 1%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 앤데믹(풍토병화) 전환 이후 오프라인 결제 시장이 활성화하는 가운데 토스의 오프라인 결제처는 올해 4월 제휴한 CU밖에 없었다. 이번에 신세계그룹의 페이 사업부를 인수할 경우 CU에 이어 이마트와 신세계 백화점 등으로 오프라인 결제처를 확대할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신세계와의 협력을 통해 토스는 향후 '커머스' 부문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세계그룹이 지니고 있는 트래픽과 거래 데이터 확보는 덤이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고객 정보까지 다 넘어갈 경우 토스의 고객 획득 비용을 고려하면 유통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양질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셈이기 때문에 거의 무조건 이득이다”라며 “핀테크앱인 토스의 주 고객층과 신세계그룹 쇼핑몰 이용자들의 연령대가 다를 확률도 높고 신세계그룹도 협력사로 선정하는 만큼 비싸게 팔기보다는 적정가에서 타협해 ‘윈윈’하려고 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토스는 쓱페이와 스마일페이의 기업가치를 7000억 원으로 평가해 인수하기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토스페이먼츠가 PG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까닭에 빠르게 시너지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박성의 소장은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몰에 토스페이를 메인으로 걸어주면 토스페이의 가맹점이 그만큼 늘어나 볼륨이 커질 것”이라며 “대신 토스가 PG수수료를 평균보다 낮게 책정해주면 신세계그룹 쪽도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토스도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플랫폼이 강점인 기업들과 간편 결제 사업에서 경쟁하는 데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신세계 유니버스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려는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포석이라 보인다”고 말했다.
토스는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신세계 유니버스)의 금융 부문 파트너사로도 선정됐다. 신세계 유니버스는 신세계그룹의 SSG닷컴·G마켓 온라인 통합 멤버십 ‘스마일클럽’에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신세계면세점 등 오프라인 핵심 계열사의 혜택까지 더한 유료 멤버십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출범 직후 신세계유니버스 클럽은 혁신 기업 쿠팡에 비하면 강력한 ‘한 방’이 없다는 평가가 대세였다”며 “쿠팡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 카드로 이미지가 신선한 외부 리소스로 토스를 끌어온 것으로 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점유율 확대 놓고는 전망 엇달려
간편결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간편결제 서비스 하루 평균 이용금액은 7326억 원으로 2021년에 비해 20.8%가량 늘었다. 특히 모바일 기기를 통한 대면결제 규모는 전년 대비 46.9%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점유율 확대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매물로 나온 쓱페이와 스마일페이에 눈을 돌렸다는 관측이다. 두 서비스의 가입자를 합칠 경우 약 255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는 주요 이커머스 사업자의 간편결제 사업자 중 네이버(3000만 명)에 이어 2위 수준이다.
다만 LG유플러스의 PG사업부 인수 당시처럼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사업자들의 아성이 워낙 견고해서다. 금융회사 간편결제를 제외하면 카카오페이(42.4%)·삼성페이(24%)·네이버페이(24%)가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토스의 점유율은 4% 남짓이다. 게다가 애플페이가 상륙하면서 삼성페이가 네이버페이와 온오프라인 결제를 연동하는 협업 서비스를 출시했고 카카오페이와도 연동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간편결제 시장에 상륙한 애플페이의 점유율 역시 내년에는 1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간편결제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몰을 사용처에 포함하면 규모를 훨씬 키울 수 있지만 삼성페이처럼 오프라인 전 영역을 아우르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한계는 있다고 본다”며 “토스가 타다를 인수하고 매각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결제 사업 확장에 상당한 고전을 겪었던 만큼 신세계그룹의 페이 서비스를 인수한 후 어떤 식으로 온·오프라인 시너지 일으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토스 관계자는 “아직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 금융 분야 제휴 역시 광범위하다 보니 어떤 내용을 도입하게 될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