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생존 전략 수정, 합종연횡 합류 가능성…신세계 “파트너십이든 매각이든 결정된 사항 없어”
#단일 업체로는 대응 힘들다는 판단했나
간편결제 서비스는 비밀번호나 지문, 얼굴 등 생체 정보 등 간편 인증수단을 이용한 결제 및 송금 서비스다. 2014년 카카오페이를 필두로 2015년 3월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이 폐지되면서 국내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쓱페이는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해 이마트, 트레이더스, 스타벅스 등 오프라인 매장과 SSG닷컴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세계그룹 유통채널 간편결제서비스로 2015년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출시돼 주목을 받았다.
이후 신세계는 2021년 지마켓을 인수하면서 스마일페이도 끌어안았다. 이용자 확대와 서비스 고도화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최근 신세계그룹은 쓱페이·스마일페이 사업부의 지분 매각·교환·투자유치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독자 생존에서 벗어난 전략으로 궤도를 수정하려는 셈이다.
신세계그룹이 쓱페이와 스마일페이의 전략을 수정한 것을 두고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을 그 배경으로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간편결제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애플페이가 아이폰 유저들을 어렵지 않게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안 그래도 간편결제 서비스 점유율이 높지 않던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기존 고객을 뺏길 우려가 있는 셈이다.
이미 애플페이가 들어오면서 간편결제 시장에 이미 한 차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카카오페이(42.4%), 삼성페이(24%), 네이버페이(24%)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애플페이 진입 소식이 들리자 3월 22일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가 동맹을 맺었다. 현재 네이버페이의 모든 온라인 가맹점에서 삼성페이를, 삼성페이의 모든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는 네이버페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카카오페이도 합세할 전망이다. 카드사들 또한 지난해 12월부터 공동 간편결제 서비스인 ‘오픈페이’로 뭉쳤다. 유통사들의 경우 지급 결제 시장 점유율이 10% 내외로 추산되는데, 애플페이에 대응하는 합종연횡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단일 업체로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쓱페이나 스마일페이는 지급결제업이 본업이 아니라 본업에서 매출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다. 태생적으로 변화에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무래도 유통이나 이커머스 쪽은 지급 결제가 주요 비즈니스가 아니다 보니 금융이나 빅테크사들보다 대응이 늦는 부분이 있어 인기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자체 커머스 몰에서만 쓸 수 있는 유통사의 페이 서비스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과 달리 범용성과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측면이 있다. 간편결제 업계 한 관계자는 “예컨대 네이버 같은 경우는 가맹점에 간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수취할 수 있지만 유통사들은 내부에서만 쓰는 결제수단이다 보니까 페이 서비스를 통해 다른 수익을 얻을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IT솔루션도 개발해야 하고, 인건비와 관리비도 들어가기 때문에 신세계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보단 다른 곳과 손을 잡거나 매각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쏘아올린 공 어디로 튈까
간편결제 시장은 성장세를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2022년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2022년 간편결제 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 건수와 이용 금액은 2342만 건과 7326억 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8.2%, 20.8% 늘어난 수치다.
유통사 입장에서도 페이 서비스는 놓치기 아쉬운 사업부문이다. 고객에게 결제의 편의성과 혜택을 동시에 제공해 충성고객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페이 서비스의 활성화와 매출 성장은 시장에서 증명된 공식으로 통한다. 그렇다보니 배달의민족이나 쿠팡 등도 코로나 기간 배민페이와 쿠페이 등을 통해 각종 할인·적립 혜택을 제공하고 클릭만으로 배달이 가능하게 결제 과정을 간소화해 고객을 끌어들였다. 지난 4월 13일에는 컬리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 때문에 신세계가 아예 페이 서비스를 포기하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서지용 교수는 “지분 매각 과정에서 제휴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과 네이버, 카카오가 힘을 합치고 카드사들이 제휴했듯이 유통에서도 단일기업으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업체들끼리 합종연횡을 이룰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조사나 은행 쪽에서 지분 인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객의 구매·결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대형 제조사들은 원래부터 유통 데이터를 원했고 은행권은 고객의 소비 행태를 들여다봄으로써 마이데이터 사업과 연결해 마케팅 전략 구사에 활용할 수 있다. 일부 지분만 인수해도 데이터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매각 가능성도 여전하다. 실제 네이버와 토스 등이 인수희망자로 거론되고 있다. 네이버가 신세계의 간편결제 사업부까지 인수한다면 과점 구도는 더 굳어지게 된다. 토스가 치고 나갈 가능성도 있다. 간편결제 시장 장악이 이승건 토스 대표의 오랜 숙원이었던 데다가 이미 2019년도 LG유플러스 PG(전자지급결제대행)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PG시장 점유율을 늘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신세계 관계자는 “페이 사업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고민 중이다. 제휴를 통해 협력을 도모하는 파트너십이 될 수도 있고 매각이 될 수도 있지만 아직 자세히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