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과 최근 병산리 방문했지만 관리된 흔적 없어…수년에 걸쳐 토지 지목 변경 등 개발 준비 정황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월 6일 국회 브리핑에서 ‘사업 백지화’ 폭탄선언을 하며 내놓은 설명이다.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한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부동산은 선산이기 때문에 개발할 리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과거 병산리 토지를 찾았을 때 무덤은 보이지 않았고, 땅은 전혀 관리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선산이라는 해명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3월 공개된 2023년도 윤석열 대통령 정기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에 임야와 창고용지·대지·도로 등 12필지 토지 보유를 신고했다. 부동산등기부를 보면 12필지 모두 모친 최은순 씨와 김건희 여사 4남매 등 5명이 지분을 5분의 1씩 나누어 공동명의로 갖고 있다. 총 면적 2만 2663㎡로, 축구장 3개 넓이다.
국토교통부가 5월 8일 공개한 ‘서울-양평 고속국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 내에 첨부된 계획노선 평면도를 보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은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한 병산리 부동산의 500m 내에 위치해 있다. 7년 가까이 유지되던 기존 양서면을 종점으로 한 노선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김 여사 일가 부동산이 있는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으로 바뀌었고, 민주당은 특혜 의혹을 꺼냈다.
병산리 부동산 중 일부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차명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선대위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이양수 의원은 논평을 통해 “이 토지는 부동산 투자 목적이 전혀 아니다. 장모 최은순 씨 시댁의 조상 묘와 납골당이 위치한 선산으로, 최 씨 가족이 선산 약 7500평을 소유하고 있는데, 대부분 선대로부터 상속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12필지는 김건희 여사 부친 사망 이후 1987년 11월 부인 최 씨와 4명의 자녀들에게 5분의 1씩 분할 상속됐다.
이어 원희룡 장관 역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에 따른 부동산 개발 호재 특혜 논란에 이 부동산은 선산이기 때문에 김건희 여사 일가가 개발할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들과 달리 김 여사 일가가 수년에 걸쳐 토지 지목을 변경하고 등록전환을 하는 등 개발을 준비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또 원희룡 장관과 이양수 의원 설명과 달리 조상의 무덤과 납골당이 해당 토지에 위치해 있는지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일요신문은 2021년 12월 16일과 올해 6월 12일 두 차례 문제의 병산리 부동산을 직접 찾았다.
2021년 12월 방문했을 때 진입로를 따라 김건희 일가 부동산으로 올라가면 조립식 패널 등으로 만든 가건물이 하나 서있다. 가건물 앞에는 각종 생활 폐기물이 방치돼 있었다. 가건물 뒤로 돌아가면 오른쪽으로 산에 올라가는 길이 나 있었다. 약 50m 정도는 평지 길로 콘크리트 포장이 돼 있었고, 배수시설도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언덕이 시작되면서 흙길에 숲이 나왔다. 언덕 시작 부분에도 조립식 패널 등 자재 폐기물 등이 버려져 있었다.
숲은 나무가 무성해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쪽으로 나무를 헤치며 오르니 금방 다른 사람 명의의 토지로 연결됐다. 약 1시간 가까이 산을 돌아다녔지만 납골당은 물론, 무덤을 찾을 수 없었다. 특히 산에는 이끼가 많고, 전체적으로 흙보다 돌이 많았다. 묘지를 조성하기 쉽지 않은 지형으로 보였다.
다시 산을 내려와 숲길의 반대편, 가건물 왼편으로 갔다. 그쪽에 김건희 여사 일가 보유 토지가 많았다. 하지만 이곳은 곧바로 움푹 파인 계곡과 높게 솟은 절벽이 위치해있었다. 사실상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했다. 2021년 12월 방문했을 땐 가건물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가건물 옆에 쳐놓은 울타리에 개, 닭, 오리, 염소 등을 키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6월 이곳을 찾았을 때는 가축들이 보이지 않았다. 또 가건물 주변에 풀도 무성하고, 야생동물들의 분변이 널려있었다. 여름이라 나무도 무성히 자라 가건물 뒤편 콘크리트길로도 접근하기 어려웠다. 사람이 찾지 않고 전혀 관리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원희룡 장관 설명대로 이 토지가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선산이라면 수년간 조상의 묘와 납골당을 방치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의혹이 불거진 이후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김 여사 일가는 개인을 포함해 최은순 씨 가족회사 명의 등으로 강상면 종점 예정지 반경 5km 안에 부동산 17필지를 더 보유하고 있었다. 추가로 발견된 17필지는 매매를 통해 취득했다.
29개 필지를 주소별로 보면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20개 필지 △양평읍 양근리 4개 필지 △공흥리 3개 필지 △백안리 2개 필지가 분포돼 있다. 이에 따라 강상면 종점 예상지 인근에 김 여사 일가가 보유한 부동산은 총 29필지로 면적은 3만 9394㎡, 축구장 5개 넓이로 늘어났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