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강상면’으로 변경, 500m 이내에 김 여사 땅…국토부 “관계기관 협의해 정한 것”
서울-양평고속도로는 2008년 경기도에 처음 제안된 경기동남부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 하지만 경제성 등의 이유로 추진되지 못하다가 2017년 1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2016~2020)’에 포함되며 불씨를 살렸다. 이후 2019년 3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됐고,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이 확정됐다.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은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에서 광주시를 거쳐 양평군 양서면까지 27km 구간을 잇는 왕복 4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조 7695억 원으로 추산됐다. 빠르면 2025년에 착공, 2031년 개통을 목표로 했다. 이 노선이 건설되면 평일 출·퇴근 차량과 주말 관광수요 집중으로 교통혼잡이 극심했던 국도 6호선의 교통량 분산 효과가 기대된다. 종점부는 양서면 도곡리, 신원역과 국수역 중간지점의 국도 6호선에 표시돼 있었다.
양서면 종점부 노선은 2022년 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1~2025)’에서도 변동이 없었다. 이 사업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건 2022년 7월경이었다.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후보가 양평군수로 당선된 후다.
7월 양평군은 국토부에 3개 노선안에 대한 건의 의견을 보냈다. △기존 노선을 일부 조정, 강하면에 IC를 신설하고 국수리 방향으로 가는 안 △광주시 퇴촌지점부터 노선을 변경해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안 △광주시 퇴촌지점부터 노선을 변경해 강하면을 종점으로 하고 교량을 연결하는 안이었다. 사업 과정에서 처음으로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이 종점부가 되는 방안이 등장했다.
5월 8일 국토교통부는 ‘서울-양평고속국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을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종점을 양평군 강상면으로 설정했고, 총연장 규모도 기존 27km에서 2km 늘어난 29km로 계획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을 통해 변경된 강상면 종점 노선(대안1)과 기존의 양서면 종점 노선(대안2)의 수용·공급, 입지 등을 비교·검토한 내용도 첨부했다.
교통량 수요분석은 대안1이 대안2에 비해 주변 교통망 정체를 완화하고 교통수요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환경관련 지구·지역 통과구간과 국가하천 횡단교량을 기준으로 한 분석은 대안1이 대안2에 비해 환경관련 지구·지역 통과구간이 상대적으로 적고, 국가하천 횡단교량이 1개소로 대안2보다 1개 더 적다고 밝혔다.
실시설계 등이 이뤄진 게 아니라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이 확정안이 된 건 아니지만, 7년 가까이 유지되던 계획이 윤석열 정부 취임 1년 만에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으로 바뀐 셈이다.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 부인 김건희 여사, 김 여사의 형제·자매가 강상면 병산리 일대에 부동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공개된 2023년도 윤석열 대통령 정기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에 임야와 창고용지, 대지, 도로 등 12필지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3억 1411만 원 상당이다. 이 부동산등기부를 보면 모두 모친 최은순 씨와 김건희 여사 4남매 등 5명이 지분을 5분의 1씩 나누어 공동명의로 갖고 있다.
김 여사 오빠인 김 아무개 씨, 최은순 씨 가족회사 명의로도 병산리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건희 여사 일가의 병산리 부동산 중 일부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차명 관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관련기사 [현장] 윤석열 처가 차명관리 의혹 양평 부동산 찾아가보니).
국토부가 5월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내에 첨부된 계획노선 평면도를 보면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은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한 부동산의 500m 이내에 위치해있다.
일요신문은 대선 과정이던 2021년 12월 김 여사 일가 병산리 부동산을 직접 찾았다. 이 부동산 동쪽으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서쪽으로는 백병산이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져 개발이 어려워 보였다. 사실상 방치된 모습이었다. 일요신문이 지난 6월 12일 병산리 부동산을 다시 찾았을 때도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국토교통부 계획대로 서울-양평고속도로가 백병산 남측으로 지나가 김 여사의 병산리 토지 옆에 종점을 낸다면, 부동산 개발에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김 여사 일가 부동산 가치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이 김건희 여사 일가 보유 부동산 500m 이내에 있는 것은 맞지만,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만나는 JC(분기점)이기 때문에 차가 드나들 수 없다”고 했다. 강하IC(나들목) 예정지는 병산리 부동산에 9km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하IC 예정지의 경우 양평군의 유명 관광지인 양수리 등에 가려면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남한강을 건너야 하는데, 다리가 여의치 않아 길을 돌아 20km 이상 국도를 지나야 한다. 서울-양평고속도로의 당초 개발 취지인 6번 국도 교통량 분산 효과에 부합하는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정동균 전 양평군수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정 전 군수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민선7기 양평군수를 지내며,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위해 노력해왔다. 정 전 군수는 재임 기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을 방문해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적극 피력했다. 관련 지자체인 경기도 광주·하남시와 상호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한 수차례 국회와 기재부, 국토부 등 관련부처를 직접 방문해 재정사업평가 자문회의 개최와 예비타당성조사 사업 선정·통과를 이뤄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 전 군수지만 강상면을 종점으로 한 노선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6월 12일 양평군에서 일요신문과 만난 정 전 군수는 “내가 양평군수로 재임하는 과정에서 강상면을 종점으로 한 노선은 본 적이 없다”며 “당시는 2안 3안은 전혀 논의조차 안 됐다. 예비타당성조사 최종 심사하는데 다른 노선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 양서면 종점 노선이 유일했다”고 했다.
강상면 종점 노선은 서울-양평고속도로 개발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초 국토부와 양평군은 서울-양평고속도로 기대효과로 국도 6호선 교통량 분산을 꼽았다. 정 전 군수는 “6번 국도는 주말이면 두물머리 등 양평에 놀러오는 관광객들로 교통이 마비된다. 관광객들도 힘들지만, 양평군 주민들은 생활이 안 된다. 양평군 주민들은 고령화됐는데, 갑자기 뇌졸중 심근경색 등으로 쓰러져 서울 대형병원에 가려해도 길이 막혀 생명이 위험하다”며 “교통체증을 풀기 위해 서울-양평고속도로 필요성을 호소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강상면 종점 노선은 6번 국도의 교통 혼잡을 해결해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국토부가 1년 만에 고속도로 노선을 바꾼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 전 군수는 “군수 재임 기간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진행하면서 양평 주민들로부터 IC를 하나 더 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국토부에서는 ‘기존 노선을 흔들면 예비타당성조사 등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답변을 보냈다. 그런데 국토부가 왜 1년 사이 제대로 평가도 없이 노선을 크게 바꾸었는지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정 전 군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해충돌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윤 대통령 처가가 양평 병산리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이미 대선 과정에서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현직 국회의원이나 군수,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이 몰랐을 리 없다. 윤 대통령 처가 부동산이 고속도로 노선 변경으로 혜택을 볼 여지가 있다면 일부러라도 피하는 게 공직자의 자세다. 그런데 오히려 윤 대통령 처가 부동산 인근으로 고속도로 노선을 바꾸었다는 것은 명백한 이해충돌 위반이다”라고 했다.
국토부는 관계기관과 협의를 해 노선을 정했으며, 확정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모든 도로 건설은 처음부터 노선을 결정해서 추진하는 게 아니다. 2022년 7월 타당성 조사를 하면서 양평군·하남시·광주시 및 관계기관과 협의를 했다. 당시 양평군이 ‘예전 계획은 IC가 없기 때문에 IC를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노선 의견을 냈다. 그중 가장 적정하다 판단된 노선을 하나 정했을 뿐, 갑자기 노선을 변경한 것은 아니다”라며 “국토부가 현지 여건·교통량 분산효과·환경영향 등을 고려해서 노선 최적안을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2022년 7월은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군수가 취임한 이후다.
이어 ‘강상면이 아닌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고속도로 노선이 다시 최종안이 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국토부 관계자는 “바뀐다, 안 바뀐다는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