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원 엉덩이 만지고 도망간 적도…”
자신의 K7차량을 몰며 상습적으로 변태행위를 해온 이른바 ‘K7 변태남’이 최근 한 용감한 여대생에 의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최근 버스정류장 근처에 차량을 세워둔 채 여성들의 다리를 훔쳐보며 차 안에서 자위행위를 한 혐의로 모 벤처기업 대표 A 씨(41)를 체포했다고 26일 밝혔다. A 씨를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여대생 최 아무개 씨(22)가 ‘K7 변태남’ A 씨를 고발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공개하면서 이 사건은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무엇보다도 A 씨의 신분이 멀쩡한 벤처기업의 사장이라서 더 놀랍다는 반응이다. 벤처기업 사장인 A 씨가 대낮에 성기노출을 감행한 황당 내막을 취재했다.
지난 4월경부터 부산에서는 ‘검은색 K7 차량을 탄 남자가 버스정류장에 차를 세워놓고 자위행위를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와 관련해 수차례 제보를 받은 경찰은 이미 2개월 전부터 ‘K7 변태남’을 잡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으나 마땅한 증거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그동안 3~4차례 ‘K7 변태남’을 우연히 목격해왔다던 여대생 최 아무개 씨(22)가 지난 24일 해당 차량 번호판을 촬영한 사진을 경찰에 제보하면서 사건은 급속도로 진척됐다. 최 씨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4월 중순 부산 서면 버스정류장 앞에서 K7 차량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변태남 A 씨는 절대 차 밖으로 나오진 않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들을 훑어보며 바지를 벗고 자위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A 씨를 한 달 간격으로 총 4번 목격했다. A 씨는 음란 행위를 주로 버스 정류장 앞에서만 했다고 한다. 때문에 문제의 K7 차량이 출동(?)할 때마다 버스 타는 것을 포기하고 택시를 잡는 여성들이 부지기수였다는 것.
목격 4번 만에 간신히 K7 차량 번호판을 촬영하는 데 성공한 최 씨는 “경찰에 신고하고 한 인터넷 게시판에 이 사건을 알린 지 며칠 안 가 그 변태남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신이상자인 줄 알았는데 벤처기업 사장이라고 해서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부산서 전영민 강력계 팀장에 따르면 A 씨는 현재 공연음란죄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전 팀장은 “조사 결과 A 씨는 어엿한 벤처기업 대표를 역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 이상이라든지 특이한 기록은 찾아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신재생 에너지 관련 벤처사업 대표로 상당히 평범한 외모에 평소 생활에 있어서도 뚜렷한 특이점이 없었다는 게 경찰 측 답변이다. 제보자 최 씨 역시 “A 씨는 배가 나온 40대 평범한 아저씨였다. 길거리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이미지라 더욱 놀랐다”라고 말했다.
조사 과정에서 A 씨는 한 기업의 대표답지 않게 시종일관 의기소침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A 씨는 증거 사진을 보고도 고개만 떨어뜨릴 뿐 공연음란죄 혐의를 부인했다는 것이다. 전 팀장은 “A 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소심한 목소리로 ‘안했어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동안 이런 공연음란죄 혐의로 붙잡혀 온 사람들 중에 A 씨처럼 멀쩡한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의 경우 대부분 큰 소리로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라고 소리치는 데 반해 A 씨는 아주 소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더라”라고 전했다.
‘치킨을 사러 갔다가 잠시 주차했을 뿐 부도덕한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게 A 씨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전 팀장은 “당시 사건 발생 시각은 오후 4시 50분으로 한창 근무하고 있을 A 씨가 왜 뜬금없이 치킨을 사러 갔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비췄다.
이어 그는 “조사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나왔다”면서 A 씨가 일전에 모 사무실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의 엉덩이를 만지고 달아난 적이 있었다는 것을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 공공노출 행위가 또 다른 성추행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현재 A 씨는 회사 업무를 이유로 일본에 출장을 간 상태다. 전 팀장은 “A 씨가 귀국하는 대로 추가 정황을 밝혀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전문직 남성들 ‘몹쓸짓’ 릴레이
바바리 동호회서 ‘노출 경험담’ 공유
최근 한의사 김 아무개 씨(39)는 지하철에서 여성들의 하체를 몰래 촬영하다 검찰에 기소됐다. 김 씨는 동대문 일대에서 평판 좋던 한의원을 운영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지하철에서 총 54차례에 걸쳐 여성들의 하체를 상습적으로 도둑촬영을 하다 덜미가 잡혔다.
최근 들어 김 씨와 같은 전문직 남성들이 공연음란 행위 및 여성을 상대로 한 도둑 촬영을 벌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7월 24일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이런 공연음란죄로 검거된 남성들의 수가 최근 3년 사이 약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일례로 지난해 8월 한 30대 교도관이 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이른바 ‘바바리맨’ 행각을 벌인 데 이어 지난 4월엔 한 기능직 8급 공무원이 편의점 등에서 성기노출 행위를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공무원, 교사, 의사 등 잊을 만하면 전문직 남성들의 공공노출 행위가 연달아 도마 위에 올라 문제가 되고 있다.
취재 결과 바바리맨 행위를 하는 전문직 남성들 중 일부는 주로 인터넷 바바리맨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의 한 바바리맨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3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남성들이 각자의 노출 경험담을 나누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커뮤니티의 정회원이 되기 위해선 노출 경험담을 소개해야 하며 때에 따라선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밝혀야 하는데 이들 중 몇몇은 자신의 연락처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다. 10~20대 학생들도 활동하고 있지만 이는 극소수이고, 대부분 30~40대 직장 남성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밌는 사실은 이곳에 가입된 바바리맨들 사이에서는 최근 검거된 ‘K7 변태남’이 했던 것처럼 차량을 이용한 노출방법이 ‘바바리맨 신종수법’으로 유행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증거인멸이 간편하고 차량에 타고 있으면 신고당하기 직전 도주하기 쉽다는 것이 이유다.
이처럼 멀쩡한 전문직 남성들이 인터넷에서 정보교환까지 해가며 소위 ‘변태짓’ 행렬에 동참하게 된 속사정은 무엇일까.
윤장봉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전문직의 경우 일반 노동직보단 심리적인 긴장도가 더 쌓이는 편이다. 아마도 이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바바리맨 같은 행동을 선택하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전문의에 따르면 마약이나 도박 등이 긴장도를 해소하는 방법의 일종인데 바바리맨 행위가 이와 비슷한 쾌감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확 보여주고 안 들키고 도망가기까지의 과정’이 주는 짜릿함이 전문직 남성들로 하여금 노출행위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