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곤욕 정치인들 결국 매각으로 논란 끊어…MB계 일각 ‘과거 MB처럼 사회 환원 결단을’ 의견
이명박 전 대통령(MB)은 2011년 10월 내곡동 사저 매입 논란에 휩싸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거주할 목적으로 그해 5월 서울 내곡동에 사저 부지를 매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아들 이시형 씨와 청와대 경호처 부지 비율에 따른 매입비용 차이 등으로 배임 및 부동산실명제 위반, 편법 증여 의혹 등이 불거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10월 17일 내곡동 사저 건축 계획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어 청와대는 새로운 사저 부지 물색에 착수했다. 또 내곡동 부지 매각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당시 청와대 핵심참모는 “과정상 오해나 실수가 있었을 뿐 비리가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어쨌든 국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으니 문제점이 있으면 깨끗이 털고 가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3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촉발된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현황 확인 과정에서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연루됐다. 모친 이 아무개 씨가 2019년 8월 경기 광명시 가학동에 3기 광명 신도시 예정지 인근 임야 전체 9421㎡ 중 66㎡를 지분공유 형태로 매입했다는 투기 의혹이었다.
양이원영 의원은 3월 11일 “사전에 내부정보를 통해 부동산을 매매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기획부동산 회사를 통해 매입한 토지 중 실제 개발로 이어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고, 따라서 토지거래를 통해 얻은 시세차익도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양이 의원은 “어머니 일이라고 회피하지 않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며 “어머니가 소유한 토지 전부를 조속히 처분하고 매각대금을 공익단체에 기부하도록 하겠다. 향후 처분 결과와 기부내용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시절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였다. 2018년 7월 서울 흑석동에 상가주택 건물을 25억 7000만 원에 매입했는데, 이 사실이 이듬해 3월 알려졌다. 문제가 불거지자 김 의원은 결국 대변인직을 내려놨다.
이후 같은해 12월 1일 김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 시절 매입해 물의를 일으킨 흑석동 집을 판다. 조용히 팔아보려 했으나 여의치 않고 오해를 낳을 수 있어 공개로 매각한다. 늦어도 내년 1월 31일까지 계약을 마치겠다”며 “매각 뒤 남은 차액에 대해서는 전액 기부하고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매각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부동산 안정이 필수적인데, 야당과 보수언론은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 지정 때 흑석동이 빠진 걸 두고 내 ‘영향력’ 때문이라고까지 표현한 게 대표적이다. 정책에 내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되기에 매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나는 임차인입니다’ 국회 연설로 국민적 관심을 모은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 문제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LH 사태로 국회가 국민권익위원회에 국회의원과 배우자·직계존비속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의뢰했는데, 윤희숙 의원도 부친의 농지법·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으로 명단에 포함됐다. 윤 의원 부친은 지난 2016년 3월 직접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 취득 자격을 얻고 그해 5월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논 1만 871㎡를 8억 2200만 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권익위는 윤 의원 부친이 세종시가 아닌 서울 동대문구에 살면서 벼농사도 현지 주민에 맡긴 정황을 확인, 농지법·주민등록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윤희숙 의원은 2021년 8월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의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국회의원직을 다시 서초갑 지역구민과 국민들께 돌려드린다”고 국회의원 사퇴를 선언했다. 이어 윤 의원 부친의 편지를 공개해 “출가외인인 딸자식에게 이렇게 큰 상처를 주게 돼 애비 된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다”며 “문제가 된 농지는 매각이 되는 대로 이익을 전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전했다.
고위 공직자 및 정치인들은 부동산 관련 문제가 불거져 국민적 공분이 일면 부동산 매각이나 환원을 통해 상황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민주당 한 전직 의원은 “의혹에 대해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논란을 빨리 끊어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은 정쟁이 이어지면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된다”며 “그러니 사실관계 진상규명 여부와 관련 없이 부동산 매각을 우선 발표해 사안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게 정치적 결단”이라고 말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민주당 공세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업 추진 자체를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도 김건희 여사 명품쇼핑, 수해 피해 대응 미흡 등과 맞물려 하락했다.
대통령실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7월 7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백지화’ 논란과 관련해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토부에서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며 “지금도 국토부와 여야에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선을 그은 게 전부다.
그럼에도 결국 부동산 소유주인 김건희 여사 일가가 나서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양평 부동산 매각·처분이나 사회기증 등의 발표를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이렇게 조언했다.
“양평 부동산을 가족들과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김건희 여사 혼자 결정할 수는 없어 가족을 설득하든 해야 한다. 그건 개인 문제다. 이번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간단하게 덮일 일이 아니다. 대통령 부인이 부동산 문제로 거론됐다는 것 자체가 지지층을 흔들 수 있다. 그래서 원희룡 장관이 급히 결정한 것 아니겠느냐. 하지만 2조 원에 가까운 국책사업이 국토부 장관 한마디로 ‘백지화’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가 국민정서에 맞게 결단하는 게 맞다.”
윤석열 정부 실세 그룹으로 꼽히는 MB계 일각에서는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 부동산을 사회 환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 한 관계자는 “MB계는 정무적 판단이 뛰어나다. 이번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이 총선과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사회 환원 정도의 결단을 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BBK 의혹이 불거지자 서초동 영포빌딩 등 ‘전재산 사회 환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는 역대 영부인 누구보다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본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일절 대응이 없다. 정치적 행보를 하고 싶으면 각종 논란에 대해 정치적 결단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요신문은 김건희 여사 일가 양평 부동산 매각 가능성을 묻기 위해 대통령실에 수십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일절 응대하지 않았다. ‘무응답은 부동산 처분 계획이 없다는 뜻이냐’는 문자메시지 질문에도 답이 없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