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과 폴리페놀이 쌍두마차…꾸준히 마시면 간암·치매 위험 낮추고 노년층 신체 기능 저하 늦춰
이처럼 커피 음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하루 일과 가운데 빠질 수 없는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커피가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커피가 주는 다양한 이점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활력이 돌며, 부족한 수면으로 인한 피로감이 해소된다.
근래 들어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커피가 단순히 잠을 깨우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점점 더 신뢰를 얻고 있다. 요컨대 뇌, 간,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식이다. 심지어 치매, 심혈관 질환, 조기 사망의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건강상의 이점이 나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인생의 각 단계별 이상적인 하루 커피 소비량은 어떻게 될까.

보다 흥미로운 점은 커피의 이러한 건강상 이점이 나이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고령층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몸에 축적됐기 때문에 심혈관 건강 개선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다. 반면 폐경기 전후의 여성은 커피로 인한 불안감이나 초조함 같은 부작용에 더 취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생의 각 단계별로 커피는 하루에 몇 잔 정도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을까. 다음은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연령대별 이상적인 커피 섭취량이다.
#30대: 하루 최소 두 잔(디카페인도 좋음)
30대는 만성 질환을 걱정하기에는 다소 이른 나이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많은 질환들이 처음으로 싹트기 시작하는 연령대라고 말한다.
37세 이상 영국 성인 35만 명 이상을 추적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커피를 다섯 잔 이상 마신 사람은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간암 발병 위험이 현저히 낮았다. 또한 이들은 간경변증에 걸릴 확률도 약 3분의 1 정도 낮았다. 간경변증은 간에 영구적으로 흉터(섬유화)가 생기고 손상되는 심각한 질환이다. 이러한 효과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서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 ‘엑스헤일 커피’의 건강 및 피트니스 이사인 알렉스 마노스는 “폴리페놀은 혈액-뇌 장벽을 통과해 뇌의 염증(신경 염증)을 줄이고, 새로운 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며, 뇌혈류를 최적화함으로써 뇌를 보호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커피를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임시방편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 습관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건강한 생활 습관은 장기적으로 쌓여야 한다. 치매로 이어지는 생물학적 불균형은 실제 진단을 받기 20년, 혹은 그 이전부터 시작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40대 여성: 작은 잔으로 하루 세 잔
카페인은 특히 여성의 ‘건강한 노화’와 관련이 있다. 이는 모닝커피 없이는 하루를 시작하기 힘든 폐경 전후(폐경기 이행기) 여성들에게 특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 연구에 따르면 커피의 건강상의 효능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나이가 약 48세일 때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대학 연구진이 45~60세 여성 4만 7000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하루에 작은 잔으로 커피 세 잔을 마신 여성은 70대 이후에도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유지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13% 더 높았다. 또한 커피를 한 잔씩 더 마실 때마다 중대한 만성 질환 없이 지내고 정신 건강과 인지 기능을 양호하게 유지할 가능성이 2%씩 더 높아졌다.
해당 연구의 대표 저자인 사라 마흐다비 박사는 “40대 후반에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를 적당량 마신 여성들은 이후 30년 동안 건강하게 나이들 가능성이 더 높았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모든 여성이 지금부터 반드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해서 물론 커피가 모든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45~55세 사이에 나타나는 폐경 이행기 동안의 호르몬 변화는 일부 여성에게는 카페인에 대한 민감성을 높여 불안감, 가슴 두근거림, 수면 장애와 같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50대 이후: 하루 최대 다섯 잔
50대에 들어서면 많은 사람들이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이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하게 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전문가들은 지나친 카페인 섭취가 점점 노화가 진행되는 심장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그보다 훨씬 더 안심할 만한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미국심장협회(AHA)는 대부분의 건강한 성인이 중년에 이르러 하루 최대 다섯 잔의 커피를 마셔도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지지 않는 듯하다고 결론 내렸다.
물론 50세가 넘은 모든 사람이 당장 하루 다섯 잔씩 커피를 마셔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커피과학정보연구소(ISIC)의 전문가인 닐 클라크 박사는 “카페인에 대한 내성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며, 나이가 들면서도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노년층은 카페인 민감도, 수면의 질 그리고 기존에 앓고 있던 질환이나 복용 중인 약물 등에 따라 카페인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하게 체력을 유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노쇠’해질수록 낙상이나 작은 부상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에는 ‘노쇠’가 고령층의 주요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반가운 소식은 커피가 이러한 신체적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영양학저널’에 게재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60대에도 하루 4~6잔의 커피를 꾸준히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노쇠 속도가 더 느렸다. 이를테면 55세 이상 성인 1100여 명을 7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적당량에서 비교적 많은 양의 커피를 지속적으로 마신 사람은 근력, 보행 속도, 신체 활동 수준, 건강한 체중 관리 능력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우수했다.
실제 카페인이 노년층의 신체 활동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증거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카페인이 단순히 뇌의 각성 신호를 활성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육량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클라크 박사는 “카페인은 운동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고, 운동할 때 느껴지는 피로감을 줄여준다. 또한 운동 역량을 높여 고령자들이 신체 활동을 계속 유지하도록 돕는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40세 이후부터 매일 최소 두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 사람은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노년기에 근육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결과 뒤에는 몇 가지 타당한 생물학적 기전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 가운데 한 가지는 커피가 ‘자가포식’을 촉진한다는 가설이다. 자가포식은 세포가 손상된 구성 요소를 스스로 분해하고 새로운 성분으로 교체하는 회복 과정으로, 근육량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커피의 항염증 작용 역시 노화로 인한 근손실을 막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효과는 여성에 비해 남성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