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도 블루오션도 가시밭길이야
▲ 통신시장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남중수 KT 사장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 ||
KT는 올 1분기 매출 하락에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KT의 주력사업인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사업에서 부진을 겪었지만 남 사장은 이를 비용절감이라는 카드로 극복하는 솜씨를 보인 것이다.
KT는 5월 실적발표에서 1분기 매출 2조 8976억 원, 영업이익 6647억 원, 당기순이익 49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2.7%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9.1%, 12.1% 늘어난 수치다. 또 직전 분기(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2.4% 감소했으나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은 156.3%, 293.6% 늘어났다.
매출 감소에도 이익이 늘어난 것은 영업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5.7% 줄어드는 등 비용절감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판매촉진비는 70.2%, 상품원가 34.1%, 인건비 7%를 줄였다.
큰 폭의 이익 증가에도 증시 전문가들은 아직 KT의 전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주력사업인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사업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고, 새로운 수익모델인 인터넷방송국(IPTV) 사업은 기존 방송사업자들의 반대로 개시도 하지 못하고 있다. 1·4분기에서 간신히 초고속인터넷 점유율 50.1%를 지켜낸 KT는 4월 49.9%로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졌다.
초고속인터넷 업계에서는 7월부터 실시될 유선방송사업자(SO)의 기간통신사업자 전환을 목전에 두고 벌써부터 고객확보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부가통신사업자였던 SO들이 기간통신사업자로 전환되면 안정적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그간 속도와 품질에서 승부를 벌여온 초고속인터넷사업자에게는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의 힘도 갈수록 커지고 있고다. 인터넷망 품질이 좋아진다면 ‘케이블방송+초고속인터넷’ 세트 상품의 매력이 커져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를 위협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미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은 디지털케이블방송으로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상품화해 신기술을 상용화하고 있지만 KT는 방송법 개정 난항으로 방송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파워콤의 등장으로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끼리의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속도경쟁에서 차별화가 점차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KT 매출의 36%를 차지하는 유선전화 사업도 인터넷전화와 이동통신사업자들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다. 최근 LG텔레콤이 ‘기분존’ 서비스를 출시해 가입자가 1만 명이 넘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고, SK텔레콤마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기분존 서비스는 이동통신 이용자가 유선전화로 걸 때 집전화만큼 저렴한 요금을 부과, ‘집전화가 필요없다’는 광고 컨셉트로 KT를 직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급기야 KT가 정보통신위원회에 기분존 서비스를 제소할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070으로 시작되는 인터넷전화 가입자 증가도 상승세다. 5월 말 인터넷전화는 가입자수 10만 명을 돌파했다. KT 전화 가입자 2140만 명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이지만 유선전화 업계 3위인 데이콤 가입자 4만 6000명을 두 배 이상 따돌린 수치다.
최근 인터넷전화 업계 1위인 삼성네트웍스가 요금 인하를 검토하고 있어 향후 가파른 가입자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말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30만 명까지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T에서도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 분야의 치열한 경쟁으로 성장세가 침체되자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홈네트워킹 등 신규 성장산업을 발굴, 추진 중이다. 4월 시범서비스를 개시한 와이브로는 6월 중 상용화할 예정이다. KT의 하반기 실적은 와이브로 사업에 달려 있다는 예측도 있다.
난항을 겪고 있는 IPTV(인터넷방송)도 최근 총리실에서 통신방송융합개편위원회 TF(태스크포스)가 재가동되면서 내년 하반기에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최근 KT의 부동산 임대 및 개발 사업에서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부동산 사업은 매출의 0.8%밖에 차지하지 않고 있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KT가 밝힌 토지와 건물의 장부가는 각각 1조 400억 원과 2조 8785억 원으로 부동산 사업은 이러한 풍부한 자산을 활용한 알짜 사업인 셈이다.
최근 KT가 점유율 50%를 지키기 위해 영업점에서 출혈 경쟁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 남 사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과다출혈경쟁을 지양하고 블루오션을 개척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블루오션의 가시적인 성과가 불확실하고, 기존 레드오션마저도 지키기가 빠듯해지자 어쩔 수 없이 다시 출혈을 감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KT의 신규사업이 가시화되려면 내년이 되어야 하고 기존 사업은 매출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남중수 사장이 올해 실적을 어떻게 지켜낼지 다음 카드가 궁금해지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