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이준석 등 여권 비주류 이탈 초읽기, 인물난 해결이 관건…윤석열 대 문재인 구도는 악재
#무당층 비율 고공행진
정치권에선 여권 이탈자의 승차를 전제로 한 3지대행 버스 대열은 이미 준비가 끝났다고 본다. ‘여러 승강장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타느냐’만 남았다는 것이다. 금태섭 전 의원 신당, 양향자 의원 신당, 정의당 분가 시도 세력 등에 더해 여권 이탈자 세력이 가세한다면 3지대행 버스가 출발할 수 있는 시동 능력은 충분히 확보할 것이란 분석이다.
3지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 유승민 전 의원은 요즘 현역 시절보다 더 바쁘게 메시지를 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고 있는 그는 “워낙 찍혀 (친윤 세력이 내게) 공천을 주겠나” “공천 구걸할 생각이 없다” 등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총선, 신당이든, 무소속이든 모든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까지 흘리며 독자세력 구축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유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이준석 전 대표도 “공천 장난 낌새 땐 신당·무소속 출마도 배제 안한다”면서 맞장구를 치고 있다.
친이준석계로 알려져 있는 ‘정당 바로 세우기(정바세·대표 신인규 변호사)’가 8월 11일부터 시작한 전국 순회 시국 강연 토론회도 신당 창당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받아들인다. 이 행사는 10월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모두 12차례 열리는데 행사 취지엔 ‘윤석열 정부 탄생 이후 정치의 퇴행이 계속되고 양극단의 정치대립에 대한 우려’가 명시화돼 있다. 3지대 밑그림의 명분 축적용으로 이 토론회가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8월 11일 대구에서 첫 출발한 토론회에는 유승민 전 의원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고 이준석계인 임승호 전 국민의힘 대변인이 가세했다. 토론회 첫 장소로 대구를 택한 것도 의미가 남다르다. 윤 대통령은 보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 출신이 아니다. 더군다나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최근 윤 대통령 TK 지지율은 고정되지 못한 채 출렁이고 있다. TK 출신인 유 전 의원이 TK 지분권을 노렸다는 정치권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8월 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가 “이제 서서히 몇 분이 당을 떠날 명분을 만들고 있다”며 유 전 의원이 주도하는 제3지대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제3지대의 신당이라는 것이 지금은 별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유 전 의원 같은 분이 나중에 합류를 한다면 꽤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최고위원은 또 “적어도 우리 당에 남아 있으려면 (공천 구걸 등) 저런 발언을 쉽게 하지는 않는다”면서 “우리 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측에서 활동을 했던, 예를 들어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이런 분들까지 참여해서 좋은 이미지를 만든다면 총선과정에서 꽤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키려고 노력을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3지대행 버스는 1~2대가 아닌, 모든 세력이 망라해 타는 버스 대열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낸 것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대선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무당층 비율이 계속해서 고공행진을 하는 점도 3지대 세력에게는 고무적인 부분이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은 30%를 넘고 있고 일부 조사에서는 무당층이 여당과 야당 지지율을 넘어서는 수치도 나왔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압도적인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무당층이 높게 나오는 점은 양당 모두에게 곤혹스런 지점이다.
금태섭 전 의원이 이끄는 가칭 새로운당, 양향자 의원이 깃대를 잡고 있는 한국의희망이 8월 말부터 9월 말까지 잇따라 창당대회를 열 계획이어서 3지대 바람몰이가 시작될 경우, 예상외의 강한 세력 규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게 선거를 많이 치러본 여야 다선 의원들의 공통된 견해다.
#다수의 인물을 간판으로?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3지대 성공사례'는 거의 없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안철수 대표가 이끌었던 국민의당 정도가 그나마 잘 풀린 예로 받아들여진다. 당시 안철수 의원과 호남 지역 의원들이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 선거에서 38석을 차지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국민의당이 2016년에 선전한 것은 민주당에 실망했던 호남 정서가 만들어낸 일시적 성공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실제로 국민의당 수명은 매우 짧았다. 안 의원의 2017년 대선 패배, 2022년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 분당·합당 등을 거치며 국민의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정치권은 다시 양당 체제로 회귀했다.
한국 정치는 지금도 그러하지만 인물 정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어서 그 정당을 상징하는 원톱 인물이 선거 승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최근 시도되고 있는 3지대 역시 간판이 있느냐는 물음 앞에 선뜻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유승민 전 의원이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윤 대통령이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뛰어넘는 압도적 인물이 맞느냐는 물음표는 여전히 남아있다.
유 전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친정집을 나와 바른정당을 창당해봤기에 3지대의 고충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양당 체제에 대한 회귀 본능이 유권자들에게 매우 강하게 형성돼있는 데다 ‘인물 정당화’ 구도 자체를 깨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유 전 의원은 물론, 이준석 전 대표도 지명도가 매우 높은 정치인이지만 신선도 측면에서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선거법으로 내년 총선이 치러진다고 가정한다면 3지대 정당이 비례전문정당을 통해서 일단 원내 진입을 목표로 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유 전 의원 등 명분을 중요시하는 정치인들이 3지대 주도 세력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가능성은 떨어진다. 기존 정당과 차별화하는 전략과 정책 제시로 거대 양당과의 대결에 나서는 정통파 전략을 쓸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국회의원 보수를 대폭 낮추는 등 특권 완전 폐지라는 혁명적인 정책 승부수가 3지대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3지대 버스 대열을 이끌어갈 1호차 기사가 내년 총선까지 하늘에서 떨어질 가능성은 일단 없으니 3지대는 다수의 인물 간판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역별 세대별 계층별 공략을 인물별로 맡기고 득표 핵심이 될 중도 공략을 위해 정책 승부수를 던지는 전략을 구사해나간다는 것이다.
#‘윤 대 문 구도’ 속에서…
여권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대결구도가 아닌 윤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간 일대일 구도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복안이 읽힌다. 최근 문제가 된 잼버리 대회를 비롯해 여러 현안과 관련, 직전 정부 오류로 인해 현재의 국민적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읽힌다.
보수 지지층이 윤 대통령에 대해 보이는 지지세는 들쭉날쭉하지만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서는 일관되게 좋지 않은 게 공통분모로 작용하는 만큼 ‘윤 대 문 구도’는 보수의 대결집을 이루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8월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가 “내년 총선에 이재명 대표는 없다. 8월이나 9월 안에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여당 내에서 내년 총선을 이재명 대표와의 대결구도로 보는 시각이 없다는 점을 드러낸 언급으로 읽힌다.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로 인해 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윤 대 문 구도 정립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점도 여권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인다. 민주당 내 비명계가 문 전 대통령 계열을 중심으로 뭉치는 모습이 속속 감지되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 스스로도 문재인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들과 거리를 가까이하는 모습도 나타낸다. 또 문 전 대통령은 칩거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달리 여러 공개행사를 소화하고 있다. 이런 장면들이 윤 대 문 구도를 의외로 강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윤 대 문 구도가 부각될 경우 양당 대결 경로가 깨지기 어렵고 3지대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보수 지지층으로선 내년 총선이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의 정권교체 완성이라는 여당의 선거 캠페인에 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이탈세력의 3지대 승차에 대해선 정권교체 방해세력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여러 여론조사를 봐도 무당층 비율이 높게 나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3지대가 나와 성공하겠느냐는 물음에는 회의적인 답변이 훨씬 더 많다. 지금의 양당 구도는 여당이든, 민주당이든 정치권이 의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유권자들의 지지 성향에 따라 나타난 대치 구도여서 3지대 버스에 압도적 지명도를 갖춘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는 이상 3지대 버스 타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