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그룹, 삼부 전환사채 대거 인수해 주목…최대주주 디와이디 추가 출자 쉽지 않은 상황
이일준 대양산업개발 회장은 2021년 디와이디를 약 100억 원에 인수했다. 디와이디는 2020년 매출 304억 원, 영업손실 85억 원을 기록한 적자기업이었다. 자본총액도 2020년 말 기준 173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디와이디 인수 후 CB 발행 및 유상증자를 통해 디와이디의 자본을 확충했다. 디와이디의 자본총액은 올해 6월 말 503억 원으로 늘어났다.
디와이디는 확충된 자본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섰다. 디와이디는 지난해 5월 삼부토건 대주주들과 주식 및 경영권 양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디와이디는 올해 2월 인수대금 700억 원 납부를 완료해 삼부토건 인수를 최종 완료했다. 디와이디는 현재 삼부토건 지분 8.1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디와이디의 삼부토건 인수를 놓고 각종 뒷말이 오갔다. 삼부토건은 지난해 영업손실 630억 원을 거두는 등 최악의 실적을 거두고 있었다. 디와이디도 삼부토건을 인수하면서 부채가 증가하는 등 재무 부담이 커졌다. 디와이디의 부채총액은 지난해 말 26억 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6월 말 333억 원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디와이디의 삼부토건 인수 성과가 나쁘지만은 않다는 평가다. 삼부토건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1978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322억 원으로 67.95% 상승했다. 삼부토건은 올해 상반기 67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하지만 건설업계가 최근 원가 상승 등으로 침체에 빠진 것을 감안하면 영업손실은 삼부토건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삼부토건의 전망도 나쁘지 않다. 삼부토건은 올해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글로벌 재건 포럼에서 우크라이나 코노토프시와 재건사업 관련 포괄적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코노토프는 우크라이나 북부에 있는 도시로 면적은 43.78㎢(약 1324만 3450평),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8만 3543명이다. 디와이디는 당시 “우리 정부와 우크라이나 정부가 국내 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원하는 만큼 자사도 복구 사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일준 회장도 삼부토건에 애착을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국내 격투기 단체 엔젤스파이팅클럽(AFC)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삼부토건은 AFC 경기에서 수차례 후원사로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디와이디도 지난 7월 삼부토건에 25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삼부토건의 불안요소는 경영권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디와이디의 삼부토건 지분율은 8.12%로 최대주주치고는 보유 지분이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상상인그룹이 최근 삼부토건이 발행한 CB를 대거 인수해 주목을 받고 있다. 상상인그룹이 보유한 CB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삼부토건 지분 10.45%를 확보할 수 있다. 순식간에 최대주주가 변경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상상인그룹 관계자는 “면밀한 실사 결과 타 건설회사 대비 부실 건설 현장이 적어 사업 리스크가 제한적이라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며 “삼부토건의 주가 추이를 보며 전환청구를 통한 수익실현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상인그룹은 경영권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삼부토건 CB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상인그룹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꿀 수 있고, 제3자에게 CB를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디와이디가 삼부토건에 증자를 진행하면 지분율을 확대할 수 있다. 문제는 디와이디의 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디와이디는 수년째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디와이디는 골프장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디와이디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6월 말 기준 16억 원에 불과하다.
디와이디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한 후 그 돈으로 삼부토건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디와이디의 화장품 사업 전망이 나쁘지 않아 투자 유치 가능성도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중국의 한국 단체 여행 금지 조치가 해제되면서 디와이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디와이디의 각종 제품은 올리브영 등 주요 H&B(헬스·뷰티) 업체에 입점해있어 중국인 고객 모객이 용이하다는 평가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입국자 수가 2019년 12월 수준으로 회복하면 지금보다 3배 이상 많은 중국인이 국내에서 지갑을 열 수 있다”며 “이미 명동, 홍대 등 서울시 주요 관광지에서는 중국인의 발길이 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시간이 갈수록 중국인 여행객은 국내에서 더 많이 보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디와이디가 외부에서 자본을 확충하면 디와이디도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이일준 회장이 보유한 디와이디 주식은 664만 4318주(지분율 12.71%)다. 디와이디는 현재 20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상태다. 해당 C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면 1083만 629주의 신주가 발생한다. 이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해당 CB 소유주는 △웰바이오텍 100억 원 △휴스토리 66억 원 △우암개발 40억 원 △비아이티글로벌 14억 원 △투스톤그룹 10억 원 등이다. 웰바이오텍은 이일준 회장의 대양산업개발 계열사였다. 하지만 온세텔링크가 지난 6월 웰바이오텍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올라 경영권을 확보했다. 따라서 디와이디의 CB는 모두 외부 자본이 갖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일준 회장 측 회사인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는 지난 7월 웰바이오텍 지분 전량을 178억 원에 매각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를 통해 디와이디와 삼부토건에 출자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실제 출자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씨엔아이의 부채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173억 원에 달하지만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억 원뿐이다. 그런데 씨엔아이는 최근 몇 년간 매출이 없어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대양디엔아이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자본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 370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는 계열사 지원은커녕 부채 상환하기도 빠듯한 상황이다. 일요신문은 디와이디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디와이디 관계자는 “현재 언론 대응을 담당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