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텐트폴 대작들 한꺼번에 개봉해 제살 깎아먹기…관객 수는 작년보다 더 쪼그라들어
2022년 여름 극장가 최고 흥행작은 예상외로 ‘탑건: 매버릭’이 됐다. 6월 22일 개봉한 ‘탑건: 매버릭’이 장기 상영에 돌입하며 819만 명의 관객을 모아 결국 2022년 여름 극장가 최고 흥행작이 됐다. 176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극장가 역대 최고 흥행작인 ‘명량’의 후속편인 ‘한산: 용의 출현’이 72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나마 자존심은 지켰지만 결국 ‘탑건: 매버릭’에 미치지 못했다.
이정재가 감독 겸 주연을 맡은 ‘헌트’가 43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저력을 선보였지만 기대작이던 텐트폴 영화 ‘비상선언’은 205만 명, ‘외계+인 1부’는 153만 명에 그쳤다. 그나마도 ‘비상선언’은 박스오피스를 부풀린 관객 수 조작 영화 가운데 한 편으로 드러나 205만 명에도 허수가 포함돼 있다.
2023년 여름 극장가 최고 흥행작 역시 6월 개봉작이다. 6월 14일 개봉한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 될 것으로 보인다. 700만 명에 육박하는 678만 3804명의 흥행 성적을 보이며 8월 16일까지 460만 1771명을 동원한 ‘밀수’에 크게 앞서 있다. ‘밀수’ 흥행세도 서서히 힘이 빠지기 시작한 상황이라 ‘엘리멘탈’을 넘어서기는 힘겨워 보인다. 그나마 7월 12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398만 명)의 흥행 성적을 겨우 넘어선 게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초반 흥행 기세가 기대감을 불러 모았지만 8월 15일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오펜하이머’에 밀리는 분위기다. ‘오펜하이머’가 탄탄한 흥행 기세를 보이며 ‘엘리멘탈’을 넘어설 가능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경쟁작 ‘오펜하이머’를 뛰어 넘어 ‘엘리멘탈’까지 역전하려면 적어도 7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8월 15일 30만 313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13만 6535명으로 20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700만 관객까지는 500만 명이나 더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펜하이머’는 개봉 당일 55만 2975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현재까지 여름 극장가 최고 흥행 한국 영화인 ‘밀수’는 개봉 첫날 31만 808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오펜하이머’가 개봉한 8월 15일은 공휴일지만 ‘밀수’는 평일에 개봉했다는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그렇지만 ‘밀수’는 개봉 첫 토요일 47만 3850명의 관객을 동원한 게 일일 관객수 최고 기록이다. 그 다음날인 일요일에도 47만 3019명을 동원했지만 역시 50만 명의 벽은 넘지 못했다. 개봉 초기 흥행 기세는 55만 2975명을 기록한 ‘오펜하이머’가 가장 앞서 있다.
8월 2일 개봉한 두 편의 텐트폴 한국 영화는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비공식작전’이 8월 16일까지 102만 6522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더 문’은 50만 758명으로 겨우 50만 관객을 넘겼다. 8월 15일부터는 아예 일일 박스오피스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버렸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결코 상상할 수 없는 흥행 스코어다. ‘더 문’은 ‘신과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관객 신화를 쓴 김용화 감독의 신작이다. ‘신과함께’ 시리즈 외에도 ‘미녀는 괴로워’와 ‘국가대표’ 등으로 흥행성이 보장된 감독으로 분류됐던 김용화 감독의 작품으로 설경구, 김희애, 도경수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도 50만 관객을 겨우 넘겼다.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김용화 감독과 함께 쌍천만 신화를 쓴 하정우와 주지훈이 출연한 ‘비공식작전’이 겨우 100만 관객을 기록하는 데 그칠 것이라 예상한 영화전문가도 거의 없었다. 여름 극장가 성수기에 대작 텐트폴 영화들이 연거푸 개봉해 과도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만들어낸 참사다.
결국 460만 1771명을 동원하며 2023년 여름 극장가 최고 흥행 한국 영화가 유력한 ‘밀수’는 2022년 여름 ‘한산: 용의 출현’의 726만 명에 이르지 못했고, ‘비공식작전’(102만 6522명)과 ‘더 문’(50만 758명)은 2022년 실패한 텐트폴 영화로 분류된 ‘비상선언’(205만 명)과 ‘외계+인 1부’(153만 명)의 절반 이하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2022년 여름 극장가에서 지적됐던 한국 영화계의 문제점이 2023년 여름 재확인됐고, 관객들은 더욱 강렬하게 한국 영화를 외면했다.
2022년 여름 극장가의 최대 변수는 ‘헌트’였다. 여름 극장가에서 가장 늦은 8월 10일 개봉한 ‘헌트’가 435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기 때문이다. 이정재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작품이라는 화제성은 분명했지만 완성도와 흥행력도 기대 이상이었다.
2023년 여름 극장가에는 역시 가장 늦은 8월 15일 개봉한 ‘보호자’가 있다. 이번에는 이정재의 절친이자 ‘헌트’에서도 이정재와 공동 주연으로 출연했던 정우성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헌트’가 보여준 반전을 ‘보호자’가 또 한 번 보여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집중됐지만 흥행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8월 15일 4만 222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16일에도 1만 2527명의 관객이 선택했을 뿐이다. 같은 날 개봉해 12만 2204명의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 ‘달짝지근해: 7510’에도 크게 밀렸고 심지어 할리우드 영화 ‘메가로돈 2’(4만 2233명)에도 밀렸다.
이처럼 1년 가운데 가장 관객이 많이 드는 여름 극장가에 대작 텐트폴 한국 영화가 대거 개봉했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오히려 서로의 관객수를 갉아 먹는 상황이 또 연출됐다. 그사이 할리우드 영화가 더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2022년과 2023년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킨 쌍천만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는 오히려 비수기 개봉을 선택해 비교적 경쟁이 덜한 이점을 충분히 살려냈다. 한국 영화계의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