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국제 망신 잼버리의 마지막 승부수로 요청…“뉴진스 보내준 하이브에 뭘 더? 뿔난 아미도 반대 입장”
오래전부터 BTS의 군 입대 관련 입장은 늘 “국가가 부르면 달려갈 준비돼 있다”였고, 실제로 군 복무도 잘하고 있다. 이런 BTS를 두고 정치권에서만 엉뚱하게 갑론을박이 이어져 온 셈이다. 단체 활동을 중단하고 순차적인 군 복무를 선택한 상황에서도 BTS는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치르며 국가를 위해 해야 할 일을 그 이상을 충분히 해냈다. 그런데 정치권이 또 BTS를 활용해 잼버리 부실 논란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만약 당시 대통령실과 정치권이 BTS 병역특례를 결정했다면, 그래서 현재 BTS가 군 복무 대신 그룹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싸이 대신 BTS가 4차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했다면
2022년 8월 박형준 부산시장이 대통령실에 BTS 대체복무 적용을 건의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건의는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홍보대사인 BTS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이유에서 비롯됐다.
당시는 2021년 12월과 2022년 6월에 국제박람회기구(BIE)가 유치 후보국의 1, 2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된 상황으로 2022년 11월 3차 PT를 앞둔 시점이었다. 결국 병역특례가 무산되면서 BTS의 2030부산엑스포 홍보대사로서의 역할은 2022년 10월 15일 부산 연제구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BTS Yet To Come In BUSAN)으로 마무리됐다. 굳이 하지 않았어도 될 콘서트였지만 BTS는 국가를 위해 11월 3차 PT를 앞둔 부산 엑스포에 확실한 바람몰이를 해줬다.
사실 박형준 부산시장의 BTS 대체복무 적용 건의 당시 가장 중요한 대목은 2023년 6월로 예정된 4차 PT였다. 11월에도 5차 PT가 예정돼 있지만 그 직후 비밀투표로 개최지가 결정되는 만큼 4차 PT의 중요성이 가장 크다. 이 자리에 BTS가 직접 참여하려면 대체복무를 적용해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렇지만 BTS는 그룹 활동을 중단하고 진을 시작으로 제이홉까지 멤버 7명 가운데 2명이 군에 입대했다.
예정대로 6월 20일(현지시간) 파리 이시레물리노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4차 PT가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참가해 영어 연설로 BIE 회원국 대표단에게 부산의 엑스포 경쟁력을 설명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와 성악가 조수미 등도 함께 자리해 부산 엑스포 유치전을 지원했다. 또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도 참석해 유치전에 힘을 보탰다.
물론 싸이는 BTS 이전에 처음으로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월드스타이며 조수미는 다른 설명이 불필요한 세계적인 소프라노다. 다만 이 자리에 현존하는 최고의 월드스타이자 세계적인 팬덤인 아미의 지지를 받는 BTS까지 함께했다면 훨씬 성공적인 부산 엑스포 유치전이 됐을 수 있다. 이제 결과는 2023년 11월에 드러나겠지만 만약 유치가 불발된다면 홍보대사 BTS의 부재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뉴진스가 끌고 BTS가 미는 잼버리 K팝 공연 가능했을까
최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잼버리)를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전세계 159개국에서 4만 3000여 명이 참여한 이번 잼버리에는 예산이 무려 1171억 원이나 투입됐지만 행사 초반부터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자가 속출했으며, 피부병과 벌레물림 화상 환자도 쏟아졌다. 여기에 코로나19 환자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화장실 청결상태와 물고임 현상 등 미숙한 운영과 늑장 대응이 문제가 되면서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 등 일부 참가국이 먼저 잼버리 현장을 떠나기도 했다. 여기에 성범죄 논란까지 더해졌다.
또 6호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결국 새만금에서의 잼버리 행사는 전면 중단됐고 8일부터 참가자들은 야영지에서 조기철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잼버리 K팝 콘서트인 ‘K-팝 슈퍼 라이브’가 분위기를 전환할 마지막 희망으로 급부상했다. 애초 8월 6일 부안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K팝 콘서트는 각종 논란 속에 11일로 연기됐다. 장소 역시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에서 전주 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됐다가 다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으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공연 3일 전인 8일까지도 출연진조차 확정되지 못하는 등 잼버리 K팝 콘서트도 난항을 겪고 있다. 그나마 걸그룹 뉴진스 출연이 확정되고 보이그룹 세븐틴과도 긍정적으로 논의가 오가면서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된 출연진이 확정돼 가고 있다. 특히 뉴진스의 가세가 고무적이다.
뉴진스는 최근 발표한 미니 2집 ‘겟 업’(Get Up)이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오르는 등 월드스타급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걸그룹 가운데 ‘빌보드 200’ 1위 등극은 블랙핑크에 이어 뉴진스가 두 번째다.
만약 BTS가 부산엑스포 홍보대사로 대체복무가 확정됐다면 이번 잼버리 K팝 공연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현재 진과 제이홉은 군 복무 중이며 다른 멤버들은 솔로 활동 중이다. 최근 슈가도 군 복무를 위한 본격 준비에 돌입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국방부는 BTS가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세계잼버리 대회에서 공연할 수 있게 지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역시 “당 차원에서 논의하고 답할 사안은 아니”라고 얘기했을 정도다.
한 가요관계자는 “여당이 요청해 국방부가 진과 제이홉의 공연을 허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그들이 공연 제안에 응할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라며 “게다가 민간인인 다른 다섯 명의 멤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이브가 뉴진스의 출연을 확정해준 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싶다. 당장 팬덤 아미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