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골든타임> 캡처 사진. |
6일 방송된 MBC <골든타임>은 이기적인 의사 민준과 양심 의사 인혁이 명확히 대비됐다. 사표를 낸 인혁이 환자를 이송하고 1차 수술을 마친 뒤 민준(엄효섭 분)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박원국의 2차 수술을 집도했다. 그러나 내장이 만신창이가 된 환자를 수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술 도중 비누화현상(췌장액으로 인해 조직이 비누화 되는 현상)이 일어났고 장 곳곳에서 피가 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급한 민준은 결국 인혁을 불러냈다. 수술실에 들어온 인혁이 환자에게 손을 대는 순간, 환자는 죽을 고비를 모면하며 한숨 돌리게 됐다.
과거 인혁은 주변 의사들의 따가운 시선으로 병원을 떠나게 돼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 사이 병원에서는 버스에 치인 17세 여자 환자를 응급 수술해야 했지만 각 과의 과장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을 결정했다. 결국 이송 도중 중증외상환자를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인 ‘골든타임’이 무너져 환자가 사망하고 말았다. 만약 인혁이 병원을 나가지 않고 이 환자를 맡았다면 환자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골든타임>은 그간 국내 의학드라마가 다루지 않았던 의사들의 욕망과 실수에 의해 환자가 죽는 사건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단 한사람, 인혁의 손이 닿으면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던 환자마저도 되살아났다. 인혁이 환자를 살려낼 때마다 시청자들은 “역시 최인혁 너무 멋지다” “역시 양심 의사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드라마에서 인혁은 천재적인 의술실력과 함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빠른 결단력과 환자를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인혁이 시청자들에게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비효율적인 의료체계와 무책임한 의사들 사이에서 홀로 시청자들이 원하는 ‘제대로 된’ 의사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인혁의 실제모델은 작년 초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상의 수술을 집도했던 이국종 아주대 외상외과 교수다. 석 선장을 무사히 살려낸 이국종 교수에게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이국종 교수는 정부와 국민을 향해 “전문적인 중증외상센터가 필요하다.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는 헬기도 운행돼야 한다”며 중증 외상 환자 치료에 대한 현실적 대책을 호소했다. 이국종 교수의 발언들은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인혁의 외침 속에서도 엿볼 수 있다.
결국 이국종 교수는 정부의 중증외상센터 설립 지원을 받아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작년 10월 전국에 센터 16곳을 짓는 최종방안을 확정했지만 질 낮은 중증외상센터의 난립 문제와 경제성 문제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다 2012년 5월 일명 ‘이국종 법’이 통과되면서 응급의료선진화 기금을 확보해 구체적인 실현이 가능해졌다. 이 법에 의해 올해 400억~500억 원을 투입해 전국 5곳에 중증외상센터를 건립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국종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의지’다. 2009년 응급의료선진화 기금이 추가로 조성될 때만 해도 곧 중증외상센터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다. 10년 전에는 돈이 없어 중증외상센터를 못 지어준다고 했는데, 사실 돈이 있어도 안 만들어 준 거다. 이번에는 기대해도 되나”라며 쉽지 않은 현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현재 한국은 중증외상환자 치료에 대한 문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현실적인 방안에 있어서는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 바로 <골든타임>의 최인혁이다. 경제 논리에 빠진 의료 현실에 질려버린 국민들이 한국 의료계를 뒤바꿀 ‘영웅’ 최인혁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김다영 인턴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