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규정 비준수국’ 북한 국제제재 우려 국제태권도연맹 측 일방통행…참가 선수들 불만 “이게 세계대회냐”
북한은 지난 8월 19일부터 26일까지 카자흐스탄에서 개최된 국제태권도연맹(총재 리용선) 세계선수권대회에 100여 명의 선수단을 파견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북한이 코로나19 사태 후 국외에 선수단을 파견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무려 4년 만에 파견된 북한 선수단에 쏠린 관심은 처음부터 남달랐다. 북한이 18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카자흐스탄으로 선수단을 버스 편으로 이동시키자 북한의 국경 개방 여부에 편승해 관심이 커졌다.
무엇보다 북한이 대회에서 입상할 경우 북한의 국기인 인공기 게양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북한은 세계도핑방지기구(WADA)의 ‘도핑 규정 비준수국’에 3년째 지정돼 각종 세계대회에서 국기게양이 금지된 상태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를 무시하고 이번 대회에서 인공기를 게양할 것으로 외신(도쿄신문 등)과 일부 언론은 관측했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자료 등에 따르면 개최국인 카자흐스탄을 제외한 북한 등 참가국 전체의 국기가 게양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회 참가자에 따르면 대회 경기장에는 그 흔한 만국기 하나 찾아볼 수 없었고 개최국 카자흐스탄의 국기만 덩그러니 있었다. 개막식에서도 각국 소개 순서에 국기 없이 스크린에 국가명만 표시됐다.
대회조직위가 시상식 자체를 관중이 없는 별도의 공간인 워밍업존에서 치르고 각국 국기게양과 일부 국가연주를 금지하자 참고 있던 대회 참가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급기야 시상 선수와 관계자들은 시상대에 올라 직접 손으로 자신들의 국기를 들고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했다.
한 대회 참가자는 “북한이 제재를 받는 것인데 일생일대의 메달을 왜 이렇게 초라하게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대회 참가자들은 ITF가 북한의 WADA의 제재를 극도로 의식해 벌어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ITF가 사실상 북한이 주도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연맹 측이 북한 눈치만 본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덧붙였다.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체육강국을 목표로 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에 힘쓰며 준비한 북한 주도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끝내 국기인 인공기를 펄럭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이 국제제재에 벗어나 인공기를 게양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