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명세서 미지급, 직원들 급여서 매월 10만 원씩 반환
- 근무 태만, 지시 불이행, 직원간 불협화음 사유
- 치유지도사, 시청에 대표 비리 민원 제기로 대응
- "대표·시청 담당공무원이 갑질 횡포와 모욕감 줘"
- 위탁업체 선정, 용역수행자 설립 산림치유전문업체
- 업체 대표 "직원들에 급여 명세서는 발급토록 하겠다"
- 포항시 관계자 "문제 있다면 계약 해지 등 엄중하게 조치할 것"
[일요신문] 경북 포항시가 총 사업비 46억 원을 들여 북구 송라면 중산리 555번지 일원에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내연산 치유의숲'에 대해 위탁운영자 선정 및 대표의 갑질 횡포와 비리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내연산 치유의숲'은 포항시가 2016년 공사를 시작해 2021년 6월 3일 준공식을 가졌다. 55ha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건축 연면적 833㎡ 규모의 치유센터에 건강검진실, 열치유실, 편백족욕장, 다목적강당을 갖추고 치유정원, 치유광장, 데크로드, 여울광장, 숲속쉼터, 볕바라기 마당, 숲카페 등의 시설을 설치해 시민 치유과 힐링을 추진하고 있다.
포항시는 2021년 8월, 내연산 치유의숲 준공과 함께 산림치유전문업체인 '울림'(대표 오기수)과 올해 12월말까지 시설의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최근 내연산 치유의숲 소속 산림치유지도사 3명이 오 대표를 상대로 갑질, 부정 의혹 등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사태가 불거진 것.
'울림' 오 대표가 산림치유지도사 전원에게 근무태만, 지시 불이행, 직원 간 불협화음 등을 사유로 9월 30일자 해고를 통보했고, 산림치유지도사들은 오 대표가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행태로 일관해 갈등을 키웠고 기준에도 맞지 않는 업무지시를 수시로 하면서 괴롭혔다고 맞섰다.
기자가 취재차 '내연산 치유의숲'을 방문했을 때, 오 대표는 없었고 산림치유지도사 2명과 시설관리 직원 3명이 있었는데 "직원 간 불협화음은 전혀 없으며 서로를 위로하면서 이 공포의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들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오 대표와 시청 담당공무원이 우리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있다. 너무 힘든다. 파리 목숨과도 같은 인생을 한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오 대표가 지난해 산림치유지도사의 급여에서 매월 10만 원씩 반환받았다는 것인데, 오 대표는 직원 밥값과 회식비 사용을 목적으로 동의하에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전 산림치유지도사는 동의한 적이 없고, 회식을 한 적도 없다고 했으며 다른 곳에는 이런 사항이 없다고 반발하자 반환을 중단했다고 알려왔다.
'내연산 치유의숲' 위탁운영 계약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사업을 추진한 포항시는 2014년부터 2015년에 조성계획을 수립해 진입도로를 개설하고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했으며, 2018년까지는 부지보상 및 건축공사, 치유숲 정비를 실시했다. 그리고 2019년 3월 산림치유 프로그램 개발 용역을 대구한의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그해 5월 18일 완료했다.
공교롭게도 오 대표와 시청 담당공무원은 당시 대구한의대에 재학하면서 이 사업 용역에 참여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2020년 산림전문치유업체 '울림'을 설립해 2021년 자신들이 용역수행에 참여한 '내연산 치유의숲' 위탁운영 업체로 선정됐다. 물론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겠지만 수상한 부분이 많다는 것.
또 시청 담당공무원은 운영위탁을 받은 '울림'의 소속으로 운영팀장과 내연산 치유의숲 산림치유지도사로 근무했다. 그러다가 2022년 포항시 임기제 공무원으로 임용돼 자신이 근무하던 시설의 지도관리 담당자가 됐다. 일반적으로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자기가 설립하고 근무한 업체를 올바르게 지도·관리할 수 있는지, 어떻게 공무원으로 채용 됐는지 의구심이 크다는 것이다.
산림치유지도사 A씨는 "치유의숲은 포항시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민 치유와 힐링을 목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런데 오 대표는 자기 개인 기업체처럼 운영하고 있다. 포항시 담당공무원이 합세해 한술 더 뜨고 있다. 담당공무원은 울림 소속 운영팀장을 역임했고 오 대표와 울림이라는 산림치유전문업체를 함께 설립한 자"라며 "공무원이 됐으면 시청에서 일을 해야지 수시로 여기에 온다. 시설에는 전용 책상과 업무용 컴퓨터가 있다. 아예 휴일에는 시설에서 살고, 치유 프로그램도 직접한다. 오 대표는 센터장이라고 호칭하며 직원들에게 센터장 지시를 받으라고 했다. 치유의숲 직원인지, 시청 직원인지 분간이 안된다. 공무원이 업체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직원들을 무시하고 시설의 운영을 엉터리로 하면서 심한 갑질을 일삼았다. '내연산 치유의숲'은 이 둘만의 호화 별장이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에 포항시가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고 문제 사항을 방치, 묵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수십억 원을 들여 시민들을 위해 좋은 사업을 하는데 위탁업체의 운영 잘못으로 시민들의 지탄을 받는다면 사태가 심각하다. 산림치유지도사들이 이렇게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데 어떻게 이용자들에게 만족할 치유와 힐링을 제공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울림' 오 대표는 "산림치유지도사들이 실력이 되지 않아서 전에 근무하던 시청 담당공무원에게 교육을 부탁했다. 그리고 치유지도사들은 업무지시를 하면 제때 되는 것이 없었고 직원들간 불화로 한 명이 그만둔 사례도 있었다"면서 "지난해 식대, 회식 등에 사용하려고 10만 원씩 반환받은 사실이 있지만 동의하에 시행하다가 중단했다. 급여 명세서는 발급토록 하겠다. 급여 명세서가 시청 담당공무원의 이메일을 통해 전달된 것은 전에 사용하던 회사메일을 변경하지 못해서 그렇다. 빠른 시일에 변경하겠다"고 해명했다.
포항시 녹지과 관계자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관리가 소홀했던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을 조사해 잘못된 부분은 즉각 시정하고 문제가 있다면 계약 해지 등 엄중하게 조치하겠다"며 "운영상 부족한 부분은 검토해서 이용객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시의 각종 위탁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눈총이 따갑다. 직원들의 이러한 이상한 업무추진 행태가 시민혈세를 낭비하고, 열심히 뛰는 시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시민들을 위한 업무 추진이 필요하며 시가 운영하는 사업장 전반에 대한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나영조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