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등 필수 조건 안 갖췄거나 부실한 당첨자 나오자 잡음…항의 글 삭제·작성자 활동 정지에 당첨 제외까지
최근 ‘다시 한번 괌’(다시 괌) 후기 이벤트에 응모했다 탈락한 A 씨의 말이다. 최근 괌 정부관광청이 후원하고 83만 가입자를 보유한 ‘괌 자유여행 길잡이’(괌자길)이 진행한 다시 괌 후기 이벤트를 두고 뒷말이 계속되고 있다. 탈락한 응모자 가운데 이번 이벤트를 두고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태평양 소재의 섬인 괌은 5월 말 ‘슈퍼 태풍’ 마와르가 지나가며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국내에도 태풍 마와르는 큰 화제가 됐는데, 괌을 오가는 항공편이 전면 취소돼 괌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3200명이 오도 가도 못하게 되면서 큰 피해를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인 관광객은 공항에서 노숙을 하는 상황까지 몰렸고, 단전과 단수 사태가 잇따르면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6월 말 괌 정부관광청 등은 괌 내의 국제공항을 비롯해 마이크로네시아몰, 마트, 주요 식당들이 운영을 재개했고 주민들과 여행객들이 주로 다니는 도로도 대부분 복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괌자길과 괌 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한인 업체들 등은 6월 27일부터 7월 31일까지 다시 괌 후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괌을 자주 찾는 한국인 사이에서는 ‘태풍 피해를 복구해 낸 괌을 새롭게 본다는 이벤트 취지가 좋다’는 평이 나왔다고 한다.
이벤트 참여 방법은 괌 정부관광청 인스타그램을 팔로하고, 인스타그램 또는 페이스북에 과거 괌 여행 후기 게시물을 게시하는 것이다. 게시물을 게시할 때는 괌, 괌 정부관광청, 괌자유여행길잡이, 괌자길 태그가 필수였다. 이후 네이버 괌자길 카페 내 ‘다시 한번 괌’ 게시판에 소셜미디어(SNS) 게시물 주소를 첨부한 뒤 과거 괌 여행을 했던 후기를 남겨야 하는데 이때도 필수 태그를 첨부해서 올리면 된다. 이벤트가 진행되면서 괌자길 카페에서도 필수 태그 중요성을 따로 게시물로 올릴 정도로 강조하기도 했다.
이벤트 경품은 상위 10명은 괌 2인 항공권, 호텔 4박 이용권과 렌터카 4일 이용권을 받을 수 있었다. 상위 10명에 당첨되지 못할지라도 괌 돌핀 투어, 스노클링, 디너쇼 등 투어 이용권 등에 당첨될 수 있었다. 상위 10명은 상품 금액이 약 3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컸기 때문에 이목도 집중됐고, 참여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8월 10일 당첨자가 발표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글이 당첨자로 선정되면서다.
당첨자 발표 후 괌자길 카페에 이런 의혹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8월 10일 B 씨가 올린 ‘괌자길 카페 다시 괌 이벤트 내정자?’라는 글을 보면 ‘이벤트 결과만 기다리며 4일간 초조하게 기대하고 기다렸는데 허무하다. 솔직히 몇 명 정도는 지인 있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괌 정부관광청도 같이 해서 기대했다’면서 ‘심지어 글도 안 올린 사람이 당첨됐다. 당첨자 중에 댓글도 없고, 글 내용도 빈약하고, 조회수도 안 좋은 후기가 반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B 씨는 ‘내가 아니라 진짜 글 열심히 쓰고 잘한 분도 당첨자에 포함이 안 됐다. 차라리 그냥 추첨이라고 했으면 다들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여 후기를 안 썼을 거다’라고 지적했다.
문제를 제기하는 글들은 카페에서 빠른 속도로 삭제됐다. B 씨가 적은 글도 순식간에 삭제됐고, B 씨는 카페 영구 정지를 당했다. 이후 낙첨된 사람들은 당첨자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당첨자 10명 가운데 3인의 글에서 필수 해시태그(#)가 누락된 것을 확인했다. 여기에 또 다른 당첨자도 해시태그가 미흡했다. A 씨는 “애초에 괌 후기 이벤트 공지 글에 ‘주의사항으로 해시태그는 총 2번 등록돼야 하고 필수 해시태그와 기타 해시태그가 많을수록 당첨 확률이 올라간다’고 밝혔다. 해시태그 등을 고려해 선정한다는 얘기는 절대 추첨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필수 해시태그 자체가 없는 계정이 당첨된 건 최소한 지원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 당첨된 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또 다른 당첨자는 애초에 후기 자체를 쓰지 않았던 C 씨가 10명의 당첨자 중 1인으로 선정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A 씨는 ‘로또를 사지도 않았는데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된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괌자길 측은 ‘당첨자가 후기 이벤트 이후 아이디를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별다른 증거를 내놓진 않았다. 1명이 각기 다른 상 3개 받은 게 발견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이후 공지가 또다시 바뀌면서 초기에 의문 제기 글을 작성했던 B 씨 등은 투어 상품 당첨에서 제외됐고, 댓글 등으로 동조했던 A 씨도 당첨자에서 배제됐다. 규모가 큰 이벤트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당첨자 변경도 계속됐다. 이후 이벤트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은 모두 삭제됐고, 해당 글 게시자들이 영구 정지나 탈퇴 처리되면서 카페 내 소동은 끝났지만, 응모했던 회원의 불만은 계속됐다.
A 씨는 “여행 상품권에 당첨된 10인 중 3명만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았고, 나머지는 댓글 흔적조차 없다. 애초에 10명분이 아닌 3명분 이벤트만 준비했다는 의심이 든다. 팔로어 5명이었던 계정 당첨자는 당첨 후 곧바로 계정을 비공개로 돌렸다”면서 “만약 떳떳하다면 이벤트 선정 과정과 제공 내역을 공개하는 게 맞지 않나.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이벤트 선정 과정이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주먹구구식이었다는 것은 괌자길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괌 정부관광청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괌 정부관광청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를 두고 내정 논란 등 당첨자 관련 의혹 문의가 온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당첨자 발표 이후 괌자길 측에 선정 과정 등을 밝혔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그 후 대답을 듣지 못했다”면서 “괌 정부관광청은 이번 이벤트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해당 이벤트 일부 경품을 괌자길 측에 지원하였을 뿐 당첨자 선정 및 발표를 포함한 모든 운영은 괌자길 주최로 진행됐다”고 답변했다.
일요신문은 여러 논란에 대한 괌자길 측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