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수산물 사용 중단 조치에 여론은 ‘환영’…바다소금 10% 불과, 정부 ‘소금 사재기’에 적극 대응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일식당을 보유한 나라다. 2023년 6월 기준 7만 9324개의 일식당이 영업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식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총 791개로, 외국 음식점 중 압도적 1위다. 이 수치는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광동요리(706개), 사천요리(618개) 음식점보다 많은 것이다.
중국 관세업무를 총괄하는 해관총서가 일본산 수산물 중지를 발표한 후 일식당의 타격은 아직까지 현실화하진 않고 있다. 오히려 유명 일식당에는 손님들이 더욱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은 “최후의 만찬이 될지도 모르니 서둘러 일식당에 다녀왔다. 대기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 장기적으론 ‘일본산 수산물이 없는 일식당은 위기를 맞을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룬다. 특히 고급 일식 오마카세 음식점들은 비상이다. 그동안 ‘일본산 프리미엄 해산물’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큰 수익을 내왔기 때문이다. 음식점의 최고 무기가 이제는 최대 리스크가 된 셈이다.
1인당 2020위안(36만 원) 코스만을 파는 일식당 ‘후지모토’는 8월 24일 “앞으로 중국산과 일본산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고급 식재료를 선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마카세 음식점들은 해관총서 관리에 따라 기존의 일본산 수산물 재고를 소진할 예정이다. 그 후엔 스페인, 한국, 미국 등의 국가에서 수산물을 수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걱정도 많다. 상하이의 한 오마카세 대표는 “재료가 바뀌면 조리법도 바뀌고, 메뉴도 조정을 해야 한다. 일본산 수산물을 활용한 제철 회와 초밥이 오마카세 음식점의 특징이었다. 이제 다른 요리로 대체해야 한다”면서 “소비자들이 과연 비싼 돈을 내고 우리 음식점을 이용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오마카세 대표도 “지금 우리가 선보이는 음식을 위해 그동안 재료 선정에 공을 들여왔다. 하루아침에 탄생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제 다시 새로운 원산지를 찾아야 한다. 당분간은 적자가 불가피해 보이고, 단골도 발길을 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식당 중에선 진작부터 이런 사태를 대비하는 곳들도 적지 않았다. 해관총서는 지난 7월 10일 일본 10개 지역에서 나는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바 있다. 8월 24일 발표는 그 대상을 일본 전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수산물 수입 전면 중지를 예상하고 ‘재료의 탈일본화’를 준비했던 일식당들은 이번 조치로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산 수산물을 사용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문 앞에 내거는 일식당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실 중저가 일식당들은 원래부터 고가의 일본산 수산물을 거의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식 체인점 ‘춘상이우’는 공식 웨이보에 “우린 모든 재료의 원산지가 중국산이다. 요리 중 해산물은 적은 부분이다. 샐러드, 스낵, 초밥 등이 메인”이라고 올렸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를 앞두고 ‘소금 사재기’ 현상도 나타났다. 소금 구매가 급증했고, 품귀 상태가 벌어졌다. 앞으론 바다에서 나오는 소금을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것이란 말들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당국은 이를 ‘괴담’이라고 규정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중국의 연간 소금 생산량은 약 1200만 톤(t)이다. 이 중 바다에서 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중국염업협회 등의 자료에 따르면 우물소금이 87%였다. 바다소금 10%, 호수소금 3% 순이었다. 더군다나 바다소금의 대부분은 가정용이 아닌, 산업용으로 소비된다. 가정에서 쓰는 소금은 주로 우물소금이다.
우물소금은 내륙의 ‘소금도시’에서 주로 나온다. 2022년도 소금생산량 상위 10개 도시 중 해안은 불과 3개다. 나머지 7개는 모두 내륙이다. 그중에서도 후베이성과 쓰촨성은 각각 580만t과 470만t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내륙도시에서 나오는 우물소금은 지하에 저장된 고농도 염수로, 바닷물과는 관련이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중국 소금산업 약사’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지하의 우물 등에서 생산하는 소금 생산량이 증가했다. 2005년 이후엔 염전이 경제개발 프로젝트에 쓰이면서 바다소금 비율은 갈수록 줄었다. 2010년부턴 우물소금 생산량이 바다소금을 앞섰고, 그 이후 격차는 가파르게 벌어졌다.
관계부처는 일본 수산물을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서 적극 단속하기로 했다. 적발 시 처벌도 강화할 예정이다. 수산물뿐 아니라 농산물 등에 대해서도 특별 검사를 실시한다. 현재 중국은 일본 후쿠시마를 비롯한 10개 현의 농산물과 사료 등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상태다.
얼마 전 ‘신징바오’에 따르면 원저우시 루청구 시장 감독국은 한 수입 식품 매장이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생산한 막대사탕을 팔고 있다는 것을 적발하고 이를 모두 압수했다. 루청구 감독국 관계자는 “일본 방사능 지역의 식품은 잠재적인 안전 위험이 높다. 수입식품 업체에게 관련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과 SNS 등에선 일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동시에 당국을 향해선 더욱 강한 대응을 주문한다. 이를 반대하는 견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한 20대 남성은 “세관 절차를 더욱 엄격하게 해야 한다. 일본 식품이 중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유명 블로거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오염수 방류 전에 제품을 구매한 사람은 정상을 참작해야 한다. 제조일자, 구매시기를 정확히 적어서 방류 이전과 이후를 구분해야 한다”면서 “팔리지 않는 일본 식품 원료를 저가로 사들여 이를 파는 행위를 단속해야 한다. 사람이 먹는 음식뿐 아니라 동물 사료, 곡물 비료 등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써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