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 한중 다문화아동 ‘강문보 화가’…첫 전시전 대구서 열려
- 중국에서 전국 대상, 베이징 대상 등 큰 두각…우수한 아동 미술 작품 한국에 소개 하고 싶어
- 미력하지만 한중 간 문화 교류 일환 되고 싶어 '바람'
- 강문보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좋아해…직선보다 곡선 많고 색감 풍부한 것 좋아
- 할머니 이귀옥 여사 "앞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 해나가는데 과정 됐으면"
- 강호구 교수 "앞으로 한국과 중국 갈등 전방위적으로 증가할 것"
- 사회적 변화 트랜드 파악해야 양국 관계 발전해
- "한중 간 학술·문화 대한 이해 높이고 교류 증대…양국 간 갈등 제거 큰 도움 될 것"
[일요신문] "만 9세 '천재 화가'라는 표현은 가당찮다. 다만 아이 스스로가 원하고 잘하는 것을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강문보 화가'의 첫 작품전이 대구 중구 봉산문화거리 '갤러리 오늘'에서 열렸다. 강 화가는 대구 출신 한중 다문화아동으로, 현재 중국에서 각종 상을 휩쓸며 미술계에 혜성처럼 떠오르고 있다.
강 화가의 집안이 그림·도예 등 예술가의 DNA가 흐르는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 주효한 것.
'일요신문'이 강 화가의 아버지인 한국 중앙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이자 중국 산동대 국제문제연구원 특별초빙연구원 '강호구 교수(42)'와 '가족'들을 만나 자녀의 교육관을 비롯해,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첫 작품전을 가진 배경 등과 경색된 한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에 대해 들어봤다.
― 한국에서 연 첫 작품전…다문화 통한 '한중 문화 교류' 초점
강문보 화가는 현재 베이징의 중국런민대학 부속 소학교(人大附中朝阳学校)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중국에서도 유명한 중앙미술학원(中央美术学院) 출신 교사로부터 전문교육을 받고 있다. 충분히 중국에서 첫 전시전을 열 수 있었지만, 강호구 교수와 가족들은 '한국'을 선택했다. 주된 이유는 '다문화'를 통한 한국과 중국과의 문화 교류를 위해 서다.
강호구 교수는 "중국에서 작품 전시를 하면 절차 수속과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하지만 그것보단 한국과 중국의 정서 악화로 아이가 성장하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란 걱정이 제일 크게 다가왔다. 한편으론 중국에서 전국 대상, 베이징 대상 등 큰 두각을 나타내는 우수한 아동 미술의 작품을 한국에 소개해 양국의 미술 교육을 이해하는 교량 역할을 하고, 미력하지만 한중 간 문화 교류의 일환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제일 컸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은 한국의 강남 또는 대구 수성구처럼 높은 교육 수요와 명품 학군을 갖춘 곳이다. 중국 현지인은 물론 서양, 유럽, 소수민족 등 세계의 다양한 인재들이 모여 교육받고 있다.
강 교수는 "한중 다문화가정으로서 아이들이 베이징에서 교육받는 것에는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출신으로 인한 진로 제약이 있다고 본다. 특히 중국은 국수주의 경향으로 흐르는 추세이기에 향후 아이들의 진로에 직간적접인 영향이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 (강문보 화가) "심심할 때 그림 그려요"
"전시회를 처음 열었는데 많은 사람이 와서 그림을 보고 칭찬도 해줘서 너무 재미있고 뿌듯해요."
강문보 화가는 색연필을 만지작거리며 수줍게 말했다. 어딜 가든지 항상 스케치북과 펜을 들고 다닌다고 한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인상적인 것들을 보면 곧바로 그림을 그린다. 특히, 흑백의 그림을 좋아하는데 즉석으로 스케치 하는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흰색과 검은색의 극명한 대비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도를 잡고 전체 배경을 구상 후 세부적인 스케치에 들어가는 평범한 방식이지만, 아직 10살이 채 되지 않은 시점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겨우 3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잠재력은 매우 커 보인다.
강 화가가 좋아하는 화가는 '빈센트 반 고흐'이다. 직선보다 곡선이 많고 색감이 풍부한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미뤄본다면 유연한 기법의 작품을 좋아한다. 실제로 강 화가의 작품 상당수는 곡선이 많다.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한다는 '설산'의 경우 직선으로 표현됐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곡선의 형태이다. 직선으로 구름과 산을 곡선으로 표현한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반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품을 두곤 "별과 달 사이사이 비치는 빛 감이 좋아요"라고 답했다. 어린 시각에서 자연의 색감과 빛의 투영 및 반사 그리고 명암의 갈라짐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작품을 그려내는 것으로 보인다.
강 화가의 할머니인 이귀옥 여사는 "어릴 적부터 그림을 잘 그렸는데 중국 가더니 각종 상을 휩쓸면서 성장했다. 거의 4년 만에 한국에 왔는데 작품들을 우리끼리만 보기엔 아깝다고 생각해서 전시회를 열게 됐다"면서,"단순히 데뷔라는 측면보단 전시회를 통해 어릴 적 추억을 쌓고 앞으로의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가는데 과정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강 화가의 다음 전시회 때는 중국 풍류의 작품 위주로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에서 중국의 아동미술을 쉽게 접하는 한편 한중 문화 교류에 더욱 초점을 둔다는 것.
― (강호구 교수) "역사 선생님인 어머니 영향 컸다"
강문보 화가가 이렇게 성장하게 된 가장 큰 배경은 가족의 교육환경이다. 아버지인 강호구 교수는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수성학군에서 공부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사실 강 교수의 아버지는 인쇄 출판업을, 어머니는 중학교 교사로 학구열이 높은 집안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강 교수는 여느 고교생처럼 입시 스트레스를 겪었고 공부에 대한 뚜렷한 목적을 몰랐다고 한다.
"그 당시 공부에 대한 회의감은 늘 들었다. 좋아했던 건 중국과 한국의 역사였는데, 중학교 역사 교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며 붐이 일어난 당시 산동성으로 첫 여행을 갔었는데 당시엔 낙후된 부분도 많았지만, 향후 발전 잠재성을 보았다. 또 중국어 공부를 하면서 그들만의 생각과 역사를 보면서 퍼즐처럼 풀어나가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다."
강 교수는 학부 당시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GTEP에 참여해 글로벌무역전문가인증서를 받았다. 특히 능숙한 중국어 덕에 KOTRA 베이징무역관으로 나가 신정승 한국 대사, 조환익 코트라 사장, 기업인 대표단과 함께 중경우호주간, 서부박람회에 선발대로 파견돼 단독으로 사전 점검 의무를 맡았다. 이때부터 중국인 학자들과 경쟁하는 한중경제전문가가 돼야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한다.
"베이징대 경제학원 입학이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었던 것 같다. 베이징 코트라에 인턴을 하던 당시 전시회 기획, 상담회 보조 등 업무를 했는데, 중복된 업무보단 중국경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깊게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베이징 코트라 인턴 당시 베이징대 경제학원에 지원했다"
강 교수는 석사시기에는 베이징대 동북아경제전문가 류췬이 교수와 매일 2시간씩 경제학 독대 토론을 하곤 했다. 한국에선 좀처럼 할 수 없는 교육방식인 것이다. 덕분에 높은 퀄리티의 논문을 만들며 우수한 성적으로 4년간 중국 정부로부터 전액 장학금을 지원받으며 박사에 진학했다. 박사시기에는 베이징대 세계경제학 주임교수이자 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인 왕웨셩 교수 아래서 수업과 세미나 발표를 하며 두각을 보였다.
박사 과정을 마친 강 교수는 한국외교부 주선양총영사관 경제연구원, 중국 산동대 동북아학원, 산동대국제문제연구원 특별초빙연구원, 중앙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객원교수로 부임하며 강의를 지속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중사회에 동북아정세를 알리고, 중국 학계에서 한중 경제 관련 인터뷰와 다수의 저서·논문 등을 발표, 외국인 최초로 전국 대학생논문경연대회 최우수지도교수로 뽑히기도 했다.
― (강호구 교수) "향후 한중간 갈등 장기화 될 것"…해법은 '서로 간 이해 위한 노력'
강호구 교수는 앞으로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 시장 내 한국기업의 점유율 감소 중이며 한중 협업의 GVC 산업밸류체인은 약화되고 있다. 과거 협력파트너로서 글로벌시장을 공약하다가, 경쟁자로 글로벌시장을 나눠 먹는 상황이 되면서 경제는 물론 전방위적으로 다툼이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다당제의 자본주의와 1당제의 사회주의의 통치제도에서 비롯한 제도적 문화적 차이도 심각해졌다.
"마오쩌둥 시기에는 시대의 임무는 전쟁과 혁명이었고, 덩샤오핑 시기에는 시대의 임무는 평화와 발전이었다. 현 시진핑은 표면적으론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 경제 성장 동력은 다운되고, 미·중 갈등 심화, 러·우 전쟁 장기화 등으로 다시 계급투쟁 기조로 회귀하고 있다. 또한 중국 내부적으로 부동산발 디폴트가 금융시장 전이되는 등 경제 악순환과 내부 갈등이 증가함에 따라 내부 다수를 결집하는 군중노선을 취하는 중이다."
현 중국은 사상, 정보, 체제 안전을 위한 애당 분위기 조성하고 외국 엔터기업 진입 높이는 등 검열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런 관점에서 강 교수는 경제 관점이 아닌 중국공산당 통치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공산당 체제 안전의 위협요인에 신경쓰고 분석해서 중국 사회적 변화 트랜드를 파악해야 양국 관계가 발전한다고 본 것이다.
"현재 외국의 시각에서 중국을 분석하는 사람은 많아도, 중국의 시각에서 중국과 외국을 바로 보는 사람은 손에 꼽힌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을 글로벌 2로 보면서 분석하지만, 중국에선 한국 사회를 제대로 분석하고 아는 연구자원는 적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간 학술·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교류를 증대하면서 서로의 간극을 이해하고 줄여가는 것이 양국 간 갈등 제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강 교수가 아들 '강문보 화가'의 첫 작품전을 한국, 그것도 보수의 중심인 '대구'에 연 것도 이러한 이유가 크다.
"중국은 한국보다 큰 시장 규모 그리고 치열한 경쟁으로 기교에 대한 교육은 뛰어나다. 하지만 영감과 아이디어 등 창작력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특히 중국의 작품들은 사회주의 가치관 부합에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창작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다문화아동 미술 전시를 계기로, 나아가 한중 학술회의, 예술작품 전시 등도 많이 지원해 보고 싶다. 이런 점에서 민간의 교류 그 가운데 문화·예술적 교류가 활발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문보(아들)의 작품이 민간교류에 선한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김은주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