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도발 유튜버는 김상진 미디어분과 공동위원장…김 위원장 “자유총연맹 이름으로 활동한 것 없어”
#보수 유튜버 김상진
김상진 대표는 9월 1일 9호선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날 김 대표는 검은색 차량 지붕에 확성기를 달고 연신 이 대표 지지자들을 도발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민주당 집회 땐 국회 직원, 민주당 관계자, 이 대표 지지자 등을 쫓아다니기도 했다.
9월 5일에는 붉은색 대형 트럭을 끌고 나왔다. 트럭 지붕에 탑재된 확성기 9개에서 이 대표를 구속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방송 소리는 단식 농성장에서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 김 대표 옆에는 다른 보수 유튜버 7명도 집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9월 12일 이 대표가 수원지방검찰청에 출두할 때도 이와 유사한 집회를 열었다.
김 대표를 두고 민주당 등 진보진영에선 ‘아스팔트 우파’로 분류한다. 아스팔트 우파는 거리로 나와 과격한 집회를 여는 이들을 일컫는다. 이 모습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2022년 윤 대통령 부부로부터 추석 선물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지금은 매주 토요일 용산구 일대에서 윤 대통령 지지 집회를 열고 있다.
문제는 김 대표가 정부 보조금을 받는 관변단체인 자유총연맹 자문위원이라는 점이다. 자유총연맹은 2023년 138억 9461만 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단체의 대표와 상근 임직원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6월 16일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는 ‘2023년도 자문위원회 미디어분과 위촉식’에서 김 대표를 미디어분과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여기 계신 분 중 상당수들이 전업 활동가”라며 “경기가 어려워지는데 예산을 좀 많이 좀 확충해서 차비 조라도 챙겨주시면 더 힘을 내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안보를 무너뜨리는 세력과의 ‘맞장’을 깔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자유총연맹 홈페이지에 올라온 위촉식 영상은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위촉식 이후 자유총연맹이 보수 유튜버들을 동원해 정치에 개입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유총연맹은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에 휩싸인 전례가 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김경재 전 총재는 여러 차례 보수단체 집회에 나가 연설을 했다. 헌법재판소 탄핵 선고를 앞두고는 각 지역 지부에 ‘3·1절 총동원령’을 내린 적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 때 취임한 박종환 전 총재는 2018년 10월 정관에 정치적 중립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강석호 총재가 취임한 뒤인 2023년 3월 이 조항이 삭제됐다. 담당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정관 개정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총연맹이 과거처럼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장철호 자유총연맹 사무부총장 행보도 구설에 올랐다. 9월 10일 MBC 스트레이트 보도에 따르면 장 사무부총장은 ‘한국자유총연맹과 찐보수우파 자유정신수호단’이라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전국적으로 1000명의 별동대, ‘자유정신수호단’을 결성하겠다”고 공지했다.
장 사무부총장은 4월 14일 유튜브 ‘BJ톨’에 출연해 “강석호 총재님께서 윤석열 대통령님의 뜻을 받들어서 오시자마자 3개월 만에 정치중립위원회라는 정관을 변경해서 없앴다”고 발언했다. 4월 21일 같은 방송에서 “몸을 불사르더라도 조직을 재건하고 개혁해서 제대로 만들어서 내년 총선 승리 꼭 이끌어내야만 된다”고 발언했다.
#개인 활동이라고 해명하지만…
9월 13일 자유총연맹은 입장문을 내고 장 사무부총장과 유튜버들의 활동은 연맹과 무관한, 개인활동이라고 밝혔다. 자유총연맹은 자문위원들에게 어떠한 지원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삭제한 것도 이 조항이 상위법인 공직선거법과 중복되고,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저촉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상진 대표는 집회에서 자유총연맹 미디어분과 위원장 직함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이 위원장으로 위촉된 것은 구독자들에게 알렸다. 그는 위촉식 당일인 6월 16일 라이브 방송에서 “자유총연맹 미디어분과의 공동위원장 직함을 받았는데, 어떤 일을 할지, 어떤 것들을 같이 협조할지는 모르겠다”며 “자유총연맹 단체가 문재인 정권에서 유명무실한 단체였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름에 걸맞게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자유총연맹과 교류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대목도 있다. 6월 20일 라이브 방송에서는 “내일은 자유총연맹에서 토크쇼를 하는데, 장비 지원을 한다”고 밝혔다. 6월 21일에는 자유총연맹이 주관하는 ‘제11회 자유민주주의와 국가안보 대국민토론회’가 열렸다.
김 대표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10년 동안 해왔던 활동을 열심히 잘한다고 해서 (위촉장을) 받은 것”이라며 “자유총연맹 이름으로 다른 활동을 한 것은 없다. 위촉장에 정치 활동을 하지 말라는 조건이 있었다면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벌금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예산은 없는 것으로 안다. 장차 그렇게 (벌금 지원 등을) 하자는 취지였다. 제대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자유총연맹 관계자는 “(집회에서) 자유총연맹 미디어분과 자문위원이라고 밝히면서 그러한 발언을 했다면 문제지만, 개인 자격으로 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며 “자문위원은 무보수 재능기부다. 본인들의 생업을 하면서 병행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미디어분과 자문위원회가 실제로 활동한 적은 없다. 언론에서 계속 ‘극우 유튜버’들이 (자문위원으로) 몇 분 있다고 해서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장비지원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토크쇼는 매주 열린다. 매주 지원 요청을 하지는 않는다”며 “큰 행사를 할 때 (자문위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위촉식 영상 비공개 전환 이유는) 문제 있는 발언을 거르지 못해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서 비공개했다”고 밝혔다.
송경재 상지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자유총연맹 자문위원이라고 유튜브에 홍보할 것인데, 명예직이고 보수가 없다고 해도 (관변단체 자문위원이라는 직책은) 일종의 권위를 부여받은 셈”이라며 “권위를 통해 유튜브 방송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자문위원들은) 충분히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