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18범 가해자의 보복 범죄나 재범 막아야…나 혼자 결정한 일, 모든 법적 처벌 감수할 것”
그런데 항소심 판결을 열흘 앞둔 6월 2일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에서 가해자의 얼굴과 함께 실명, 생년월일, 직업, 출생지, 키, 전과기록까지 공개하면서 논란이 됐다. 영상 조회수는 6월 7일 기준 600만에 육박했다. 소셜미디어(SNS)와 언론에서는 ‘수사기관이 안 한 일을 대신 한 것’이라는 주장과 ‘아무리 흉악범죄자라도 개인이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사적 제재로 불법’이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범죄 용의자라 하더라도 개인이 누군가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명예훼손죄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가 될 수 있다. 카라큘라 채널 영상 이후 논란이 일자 사건 피해자 측은 언론 인터뷰에서 “가해자 신상 공개에 대해 사전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법적 테두리 안에서 신상정보를 공개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요신문은 카라큘라 채널을 운영하는 이세욱 씨를 만나 사적 제재 논란에도 공개를 감행한 이유가 뭔지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사건은 어떻게 알게 됐나.
“처음 사건을 인지하게 된 것은 언론을 통해서였다. 언론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직접적으로 사건과 연결된 건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서 가해자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제보 받으면서다.”
―사건 피해자와 어떻게 접촉하게 됐나.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에 자주 출연해서 도움을 주시는 변호사 분이 피해자와 안면이 있었다. 변호사 소개를 통해서 알게 됐다.”
―당시 만난 사건 피해자와 어떤 얘기를 나눴나.
“결심 공판일이 다가오는데 가해자가 성범죄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검찰 측의 추궁에도 모르쇠로만 일관하고 있다며 몹시 답답해하고 있었다. 추가적인 DNA가 검출됨에 따라 검찰 측에서 공소장을 변경하여 구형하리라는 것을 전해 들었다.”
―이 사건 관련해 어떤 문제가 있었나.
“탐사 결과 가해자의 전 여자친구와 유년 시절 동창생, 전 직장 동료까지 모두 입을 모아 가해자의 이상성욕에 대해서 증언했다. 이를 유튜브 채널에서 밝혔다. 또한 모든 범행에는 동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경찰의 초동수사에서는 동기가 없는 단순 묻지마 폭행으로 인한 중상해죄로 기소했다. 수사기관에서 성범죄에 대한 수사가 미진했던 게 사실이다. 중상해죄에서 살인미수죄, 다시 강간 및 살인미수죄로 기소를 변경하기까지 피해자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 피해자는 범죄 피해로 인한 고통만으로도 삶이 버거운데 사건에 관한 조사와 증거 수집, 수사기관 설득까지 모든 노력을 다했다는 게 너무나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신상 정보를 공개하게 된 과정을 말해 달라.
“피해자는 경찰과 검찰에 합법적인 신상 공개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여러 사유로 인해 모두 거절했다. 가해자는 지금도 자신의 죄를 끝까지 부인하고 있는 것을 넘어서 보복 범죄를 암시한 바 있다. 가해자가 외우고 다닌다며 구치소 동기가 ‘OO 아파트 이름을 들었는데, 거기 사시나요’라고 물었을 때 피해자는 숨이 멎을 듯했을 것이다. 이렇게 가해자가 최근에 이사한 피해자 집 주소를 외우고 있는 이유가 뭐겠나. 그로 인해 피해자가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정신적인 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 모습을 곁에서 보면서 고통의 분담을 위해 법이 허락하지 않는 사적 제재인 신상 공개를 하게 됐다.”
―가해자 신상 정보가 굉장히 구체적이다.
“이메일을 통해 가해자에 대한 신상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제보자를 알게 됐다. 보안 메신저를 통해 관련 자료를 전달 받게 됐다.”
―한 언론 보도에서 사건 피해자는 신상 공개를 원치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피해자는 신상 공개를 원치 않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인 공개’를 원했다. 그런데 경찰에 요청했을 때는 이미 사건이 검찰로 송치가 된 다음이라 더 이상 소관 부처가 아니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고수했다. 검찰 측에서는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가 없다는 다소 이상한 변명을 했다. 대부분의 신상 공개 범죄자는 무죄추정원칙과는 다르게 경찰에서 이미 기소가 되기 전 수사 단계에서부터 공개되는 게 일반적인 데 비해서 너무나 이례적인 대답이었다. 합법적인 공개가 어려워지면서 법을 어기면서라도 내가 공개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가해자 신상 공개와 관련해 피해자 요청이나 사전 동의가 없었음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만약 피해자 요청에 의해 신상 공개를 했다면 관련 법에 따라 피해자는 교사범으로, 사전 동의를 구했다면 방조범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언론에서 피해자에게 ‘유튜버에게 신상 공개를 요청했냐’고 묻는 건 ‘당신이 사적 제재를 교사 혹은 방조했냐’라며 범죄사실 자백을 종용하는 것과 같다. 흉악범에 의해 어느 날 갑자기 평온했던 일상이 모두 송두리째 망가졌는데 범법자까지 만들고 싶냐고 반문하고 싶다. 나 혼자 결정한 일이기 때문에 처벌 받게 될 사람도 나 혼자다.”
―우리나라 피의자 신상 공개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뭔가.
“이번 사건 가해자는 이미 과거 성범죄 전력도 있는 데다 유튜브 채널에서 밝혔듯 전과가 무려 18건이나 있는 상습 범죄자였다. 그런데도 버젓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한 신상공개위원회는 원론적인 공개 기준만을 갖고 있고, 피해자를 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은해, 조현수, 이기영 그리고 정유정까지 최근에 신상이 공개된 범죄자들의 피해자들은 모두 안타깝게도 고인이 됐다. 이미 세상에 없기 때문에 보복 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없다. 신상 공개는 지금처럼 범죄자 망신 주기에 그쳐선 안 된다고 본다. 신상 공개를 통해 범죄자에 대한 심리적 위축으로 보복 범죄나 재범을 방지하는 데 그 목적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상 공개 행위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반대로 ‘어쨌든 법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또한 ‘이번 신상 공개가 잘못된 저격이라면 당한 사람은 어떻게 하나’라는 우려도 있다.
“나는 지금도 정의로운 일을 해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이 한 신상 공개는 범법이기 때문에, 이를 결코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한 행동은 마치 높은 절벽 위에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외줄 타기를 했던 것과 같다. 충분히 무모했고 올바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처벌받음으로써 우리 사회에 신상 공개 관련 법이 국민감정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과 개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신상 공개로 인해 처벌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각오한 건가.
“내가 한 행동을 공익성으로 포장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모든 법적 처벌을 감수할 것을 애초에 각오했다.”
―이번 사건 말고도 신상 공개를 계속할 생각인가.
“명확한 기준을 갖추고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신상 공개를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는 데 힘을 보태려고 한다.”
―앞으로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에 대한 어떤 영상을 업로드할 계획인가.
“총 4부작을 계획 중이다. 1부는 가해자 신상 공개고, 2부는 가해자 이상 성욕과 경찰의 미진했던 성범죄 관련 초동수사를 다룰 예정이다. 3부는 가해자 유년 시절 등 과거 그의 행적과 어째서 이런 흉악범에게 계속해서 교화와 약한 판결을 해서 선량한 시민의 소중했던 일상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에 대한 영상을 준비 중이다. 4부는 가해자가 했던 보복 범죄 암시와 관련된 내용 등이다.”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일각에서는 내가 한 신상 공개로 인해 가해자 형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주변 법조계 의견을 들어봐도 그렇고, 개인적인 생각도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범죄가 어떻게 한 범죄 형량에 영향을 줄 수 있나. 예를 들어 살인으로 동생을 잃은 오빠가 살인자 신상을 공개한다고 해서 살인자의 형량이 줄어드나. 만일 재판부에서 그런 판단을 한다면 가해자를 위한 가해자에 의한 사법부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