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밀정’ ‘사도’ 등 13년간 3차례 1위, 총 2287만명 동원…올해도 하정우 강동원 탁재훈과 흥행 경쟁
예능인 이미지가 강한 탁재훈이 충무로를 대표하는 스타들과 흥행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는 점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인데 기록만 놓고 보면 탁재훈이 하정우, 강동원을 앞선다. 탁재훈은 이미 한 번 ‘추석 흥행 킹’ 자리에 등극한 배우이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극장가는 영화계 3대 성수기 가운데 하나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시즌이 최고 성수기로 대작 한국 영화와 외화들이 대거 개봉하는데 추석 연휴 극장가는 주로 대작 한국 영화들이 개봉하는 성수기다. 1980~1990년에는 추석 시즌의 절대 강자가 성룡으로 분류될 만큼 외화, 특히 홍콩 영화가 흥행을 주도한 데 반해 2000년대 이후부터는 한국 영화가 중심이 됐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13년 동안의 흥행 성적표를 봐도 추석 연휴에는 늘 한국 영화가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2010년 ‘시라노; 연애조작단’ 2011년 ‘가문의 영광 4-가문의 수난’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 2013년 ‘관상’ 2014년 ‘타짜-신의 손’ 2015년 ‘사도’ 2016년 ‘밀정’ 2017년 ‘범죄도시’ 2018년 ‘안시성’ 2019년 ‘나쁜 녀석들: 더 무비’ 2020년 ‘담보’ 2021년 ‘보이스’ 2022년 ‘공조2: 인터내셔날’ 등이 지난 13년 동안 추석 연휴 시즌에 가장 흥행한 영화들이다.
이 가운데 최고 흥행작은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23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000만 관객 신화를 썼다. 3대 성수기라지만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성수기에 대작들이 더 많이 개봉해 1000만 관객 영화들도 대부분 이 두 시기에 집중돼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추석 연휴 시즌에도 1000만 관객 신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해냈다.
반면 최저 기록은 2021년 ‘보이스’가 기록한 142만 명이다. 2020년 171만 명을 기록한 ‘담보’와 더불어 유이한 200만 관객 이하의 성적표인데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보인다. 극도의 극장가 침체기에 수많은 기대작들이 개봉을 미루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개봉해 결국 당시 추석 연휴 최고 흥행작이 됐지만 성적은 아쉬움이 남기고 말았다. 그렇지만 2022년에는 ‘공조2: 인터내셔날’이 69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가 침체기를 어느 정도 벗어났음을 입증해냈다.
2013년 ‘관상’이 913만 명, 2016년 ‘밀정’ 750만 명, 2015년 ‘사도’ 624만 명 등이 그 뒤를 잇는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한 가지는 ‘관상’ ‘밀정’ ‘사도’의 주인공이 모두 송강호라는 점이다. 송강호는 지난 13년 동안 추석 연휴 최고 흥행작 중 무려 세 편에 출연하며 엄청난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그가 추석 극장가에서 동원한 관객만 2287만 명이나 된다.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23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병헌보다 1000만여 명이 더 많다.
한국 극장가 ‘추석 흥행 킹’은 단연 송강호다. 이런 기록만 놓고 보면 2023년 추석 극장가에서도 가장 흥행 확률이 높은 영화는 송강호의 ‘거미집’이다. 이번에도 ‘거미집’이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한다면 송강호는 2010년 이후 네 번째 ‘추석 흥행 킹’이 된다.
송강호가 세 번이나 ‘추석 흥행 킹’이 된 가운데 두 번 그 자리에 오른 배우들은 여러 명이다. 성동일, 김희원, 마동석, 유해진 등이 그 주인공들인데 성동일은 2018년 ‘안시성’과 2020년 ‘담보’, 김희원은 2020년 ‘담보’와 2021년 ‘보이스’, 마동석은 2017년 ‘범죄도시’와 2019년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유해진은 2014년 ‘타짜-신의 손’과 2022년 ‘공조2: 인터내셔날’을 통해 ‘추석 흥행 킹’이 됐다.
탁재훈은 2011년 ‘가문의 영광 4-가문의 수난’에 출연해 ‘추석 흥행 킹’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이번 ‘가문의 영광: 리턴즈’에는 김수미, 탁재훈, 정준하 등 기존 ‘가문의 영광’시리즈 주연들이 출연한다. 다만 ‘가문의 영광’ 시리즈의 중심이었던 신현준이 출연하지 않으면서 탁재훈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기존 기록만 놓고 보면 가장 흥행 확률이 높은 영화는 송강호의 ‘거미집’이고 그 다음이 탁재훈의 ‘가문의 영광: 리턴즈’다. 안타깝게도 ‘1947 보스톤’의 하정우와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의 강동원은 아직 추석 극장가에서 화려하게 빛나 본 경험은 없다. 물론 기록은 과거일 뿐이다. 영화 흥행 여부는 전문가들도 맞히기 힘든 영역이다.
한편 추석 시즌마다 개봉해 큰 성공을 거둔 시리즈도 있다. 바로 ‘타짜’다. 2006년 추석 연휴에 ‘타짜’ 1편이 개봉해 56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최고 흥행 성적을 거둔 데 이어 2014년에는 ‘타짜-신의 손’이 개봉해 40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시 최고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2019년 추석 연휴에도 ‘타짜: 원 아이드 잭’이 개봉해 기대감이 집중됐지만 222만 명을 동원하는 준수한 성적을 올리는 데 그쳤다. 대신 같은 날 개봉한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45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추석 극장가 최고 흥행작이 됐다. 그렇게 ‘타짜’의 추석 전성시대는 끝이 났다.
추석 극장가를 지배한 스타들이 결혼한 사례도 있다. 바로 2010년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이민정과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이병헌이다. 2010년과 2012년 추석 극장가를 지배한 두 배우는 그 즈음인 2012년 공개 열애를 시작해 2013년 결혼했다.
김은 프리랜서